현장에서

[현장에서]금융사 CEO는 중징계, 당국은 실무자만…사모펀드 '반쪽' 감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18:13

업데이트 2021.07.06 18:17

감사원의 사모펀드 부실 사태 감사 결과를 놓고 '꼬리 자르기식' 징계라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감사원은 5일 금융감독원 임직원 4명 가운데 실무자였던 수석급 직원 2명에 대해서는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관리자급 임직원 2명에 대해선 경징계를 요구했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까지 사모펀드 부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검사·감독이 부실했다는 이유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부실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며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던 것 치고는 결과가 초라하다. 실무진이 중징계를 받았을 뿐 당시 금융감독원 수장이었던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전 부원장은 징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금감원이 지금껏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때마다 항상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강조해왔다는 사실이다. 옵티머스 펀드 건만 놓고 봐도 금감원은 펀드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에게 향후 3년간 취업 제한을 받는 문책경고 제재를 결정한 바 있다.

심지어 이미 현직을 떠난 CEO에게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당시 이미 퇴직 상태였던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에게도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에 대한 내부 통제 소홀 책임을 물어 '주의적 경고'를 했다. 퇴직한 은행장도 제재할 만큼 ‘리더 책임’을 강조했던 금감원인데 정작 금감원 내부에서는 실무진만 철퇴를 맞게 된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대한 감사 결과가 ‘주의 촉구’에 그쳤다는 점도 의문을 자아낸다. 당초 고위험 투자상품인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책 당국인 금융위원회의 결정이었다. 금감원이 고삐 풀린 시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은 그 이후의 문제였다. 이렇다 할 소비자 보호 대책 없이 마구잡이로 문턱을 낮춰 준 금융위에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금감원은 그렇지 않아도 원장 자리가 두 달째 공석 상태로 방치되며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가계 부채 문제 등 각종 현안이 쌓여있는 데다 세계 금융시장에 태풍이 예고된 상황에서다. 여기에 '꼬리 자르기' 징계 논란까지 겹치며 아예 일손을 놓는 직원들이 늘어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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