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번에 20만원' 폐암 약, 건보 적용돼 1만원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16:40

업데이트 2021.07.06 17:55

신약을 개발 중인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 [사진 유한양행]

신약을 개발 중인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 [사진 유한양행]

정부가 유한양행의 비(非)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이 약을 처방받는 환자와 제약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환자들은 약값 부담을 20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의 성과를 높일 수 있어서다.

[뉴스분석] 유한양행 렉라자, 건보 등재
폐암 국산신약 약값 7550만→378만원
약값 20분의 1로 책정돼 환자 부담 줄어
美 제휴사, 병용요법 개발 나서 ‘기대감’

암은 질병으로 인한 한국인 사망 원인 가운데 1위다. 그중에서도 폐암은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34.8명)가 가장 많다. 폐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들은 먼저 1차 치료제를 처방받는다. 1차 치료제는 환자가 병을 진단받은 후 처음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1차 치료제의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투약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교체 투약하는 치료제를 2차 치료제라고 한다.

그동안 폐암 치료제로 보험급여를 인정하는 2차 치료제가 전 세계에 딱 한 개였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유일한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였다. 다시 말해, 내성이 발현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투약한 타그리소마저 효과가 없다면 더는 폐암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는 뜻이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 치료제 렉라자 주요 사건. [유한양행]

유한양행의 비소세포 치료제 렉라자 주요 사건. [유한양행]

이번에 렉라자가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서 폐암 환자들은 또 다른 치료 선택권을 얻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렉라자를 조건부 허가했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정부가 의약품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었다. 렉라자정(80㎎)의 약가는 6만8964원이다. 하루에 3차례 복용한다고 했을 때 투약 비용이 20만6892원이다. 한해 약값으로 7552만여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느 환자가 부담하기는 상당한 액수다.

정부가 건강보험 급여를 결정하면서 렉라자의 본인 부담률은 5%로 낮아졌다. 연간 약 378만원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즉, 하루(3정)에 1만여 원이면 폐암 환자가 렉라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약값 하루 1만원…내성 환자 치료 기회 확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치료제 렉라자정. [사진 유한양행]

유한양행의 비소세포치료제 렉라자정. [사진 유한양행]

렉라자는 폐암 환자에게도 희망을 줬지만, 유한양행과 국내 제약업계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은 총 31개의 신약을 출시했지만 이 중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신약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상업적 성과를 내는 신약은 보령제약 고혈압치료제(카나브)와 HK이노엔의 항궤양제(케이캡) 정도다.

이에 비해 렉라자는 해외 시장에서도 상업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유일한 렉라자 경쟁 제품(타그리소)의 지난 한 해 매출이 43억2800만 달러(약 4조8000억원)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타그리소는 국내에서만 1065억원어치가 팔렸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 유한양행]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 유한양행]

미국 얀센에도 1조4000억대 기술수출 

여기에 유한양행과 손잡은 미국 얀센은 렉라자와 또 다른 항암제인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를 병용하는 요법을 개발 중이다. 얀센이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타그리소 복용 이후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가 렉라자·리브레반트를 병용할 경우 반응률이 36%였다. 반응률은 치료 이후에 암이 축소되거나 사라진 환자의 비율이다. 유한양행은 얀센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 규모의 레이저티닙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렉라자의 보험급여 적용은 유한양행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얀센의 병용 임상 1상 결과에서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 대한 반응률이 100%를 기록하면서 렉라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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