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을 대선주자로 띄운 '탈원전'…윤석열이 선수쳤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16:38

업데이트 2021.07.06 17:29

야권 대선 레이스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쟁이 부지불식간에 시작됐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재직시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를 엄정하게 진행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부상하게 됐다. 그런 측면에서 탈원전은 최 전 원장이 ‘상표권’을 주장할 만한 소재인데, 최 전 원장의 정치입문이 늦어지는 사이에 윤 전 총장이 발빠르게 먼저 이슈잡기에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6일 대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를 방문해 원자핵공학과 학생들을 만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무리한 그리고 너무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재고되고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전 유성구의 한 호프집에서 ‘문재인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후 대전 유성구 더자니펍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만민토론회에 참석,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김성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후 대전 유성구 더자니펍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만민토론회에 참석,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김성태 기자

윤 전 총장은 전날엔 서울대학교를 찾아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하고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얘기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것은 월성 원전 관련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참여는 월성원전 사건과 무관하지 않고, 정부 탈원전과도 무관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틀 연속 탈원전 정책을 때리며 ‘탈원전 반대’를 정책 브랜드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실제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를 위해 대전지검이 압수수색을 시작하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사건을 지휘하던 윤 전 총장을 직무배제 조치했다. 이어 추 전 장관이 징계 등으로 고강도 압박을 가하자, 윤 총장은 소송을 불사하며 버텼다. 그러다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하겠다고 하자 윤 전 총장은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표를 냈다.

지난해 10월 15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최 원장을 향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감사원이 (어떤) 목적을 정해 놓고 하는 것 아니냐”(김남국 의원)고 몰아세웠다. 뉴스1

지난해 10월 15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최 원장을 향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감사원이 (어떤) 목적을 정해 놓고 하는 것 아니냐”(김남국 의원)고 몰아세웠다. 뉴스1

윤 전 총장 사퇴의 최종적 계기는 원전 수사긴 했지만, 사실 윤 전 총장이 여권과 갈라서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였다. 오히려 탈원전 정책은 최 전 원장 사퇴의 결정적 계기였다는 정치권의 분석이 더 많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 임명 뒤엔 여권으로부터 ‘미담 제조기’로 불렸지만,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 이후엔 여권으로부터 “사퇴하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성 1호기 감사가 늦어지자 ‘정부에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최 전 원장에게 “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 “사퇴하라”고 몰아붙였다. 결국 월성 1호기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감사 결과가 10월에 발표됐다. 그러자 노영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난센스”라고 최 전 원장을 압박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탈원전은 굉장히 이념적 성향이 강한 이슈다. 윤 전 총장의 대전 현충원 방문 등도 보수 이념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최 전 원장 등을 견제하는 차원이라고 본다. 월성 1호기 수사를 사퇴의 계기로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최 전 원장은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최 전 원장 지지모임 기자회견을 열었던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기자회견 뒤 최 전 원장에게 연락을 못 해봤지만, 이제 장수가 움직일 때”라며 정치 선언이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이 8일 최 전 원장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권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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