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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꽂힌 與주자들···이재명 "비필수 부동산 손실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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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증세론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4·7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민주당이 지난달 내놓은 ▶종부세 과세대상 축소(공시가 9억원 초과→상위 2% 이내) ▶양도세 비과세 기준액 상향(9억원→12억원) ▶9억원 이하 1주택 재산세율 감면 등 세제 개편안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재명 “국토보유세, 1인1표 국가서 다수 혜택보면 통과 가능”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참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참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6일 여의도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토론회’에서 “비필수 부동산은 보유가 부담이 되도록, 심하게는 손실이 나도록 해야 한다”며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 신설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를 양도소득세처럼 매각 차익에 부과하면 매물잠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재산세·종부세처럼 보유세로 걷자고 주장했다. “보유세를 올려 부담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 실주거용 주택,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은 충분히 보호해주면 된다”는 논리다.

조세저항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도 제시했다. “(일반) 회계로 편입해 써버리면 뺏긴 느낌이 들테니, 공평하게 전액 국민에게 되돌려 주자. 그러면 기본소득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85%는 내는 세금보다 받는 게 더 많다. 부담이 많은 사람은 반대하겠지만 1인1표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압도적 다수가 혜택 보는 정책은 통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장 도입할지는 설득이 필요하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지사는 공급 정책과 관련해서도 “공공택지에 짓는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일반 분양은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의 보유분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집값) 대폭락 때는 정부가 사서 공공주택화 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80% 정도를 국가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감독기관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관료들이 저항해 거래분석원으로 격하됐다. 토건 세력, 기득권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며 감독기구 신설 역시 강조했다.

이낙연 “땅 부자에 대한 증세 불가피”

토지공개념 3법 관련 기자회견하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

토지공개념 3법 관련 기자회견하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부세법)을 대표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내용을 보면 택지소유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 개발이익 환수 강화, 유휴 토지에 가산세 부과 등 사실상의 증세안이다. 여기서 나오는 세금은 균형발전에 50%, 청년 주거복지 사업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50%를 사용토록 했다. ‘사실상의 증세 아니냐’는 질문에 이 전 대표는 “땅 부자에 대한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토지공개념 관련법은 1989년 노태우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내놨다. 그러나 1994년 헌법 불합치(토지초과이득세법), 1999년 위헌(택지소유상한제법) 판결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이와 관련 “그건 토지공개념에 대한 게 아니라 입법 기술에 관한 것 때문이었다. 조항을 조정해 위헌소지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다른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토지공개념 강화 등 증세론의 근간이 되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8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시) 환경권이나 건강권 등 기본권에 더해 경제민주화, 토지공개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전날(5일) 대선 예비후보 TV토론회에서 “근본적 지대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국토보유세를 더 자신있게 주장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여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좌향좌’ 부동산 대책이 언급되는 데 대해 우려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임대차 3법으로 이미 시장이 교란된 마당에 또 토지공개념을 들고나오는 건 결국 이념에 지배받기 때문”이라 분석하면서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의도가 있어보여 얼마나 여론의 호응을 받을지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장을 인위적으로 규제해 생긴 부작용의 해법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 부작용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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