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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로 CO2 흡수·포집하면?…BECCS로 온난화 막기엔 역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콜로라도 지역의 에탄올 공장. 옥수수를 사용해 바이오에너지인 에탄올을 생산한다.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 지역의 에탄올 공장. 옥수수를 사용해 바이오에너지인 에탄올을 생산한다. 연합뉴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안으로 바이오에너지-탄소 포집저장(BECCS)이 최근 주목받고 있으나, 온난화를 막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일본·독일 연구팀 네이처 논문 #탄소중립 달성 중심기술 못 돼 #농업용수 공급 한계 고려하면 #현재 배출량 3% 흡수도 어려워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기후변화적응센터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은 5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한 논문에서 "수자원의 지속가능한 공급을 고려하면 관개를 통해 바이오에너지 재배를 늘리더라도 탄소 흡수량은  5~6%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BECCS는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의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누르기 위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강조한 기술이다.

농작물이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하고, 농작물을 수확해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바이오에너지를 사용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으로 내보내지 않고 포집·저장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제거하는 마이너스 배출(negative emission)이 된다는 것이다.

이 BECCS를 통해 마너이스 배출이 이뤄진다면, 일부 화석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도 가능하다는 게 IPCC 보고서가 강조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BECCS를 위해 농작물 재배를 늘릴 경우 많은 토지가 필요하고, 농업용수 소비도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바이오에너지 작물에 쓰이게 될 농경지 면적을 1억8800만~4억4400만㏊로 가정했다.

연구팀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해 바이오에너지 작물을 재배할 경우 209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BECCS로 흡수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은 8억2000만~19억9000만 탄소톤(Ct)으로 추산됐다.

미국 캔자스 주의 농지.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경지에 물을 대면서 농작물이 둥그런 원 안에서 자라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미국 캔자스 주의 농지.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경지에 물을 대면서 농작물이 둥그런 원 안에서 자라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여기에 강물을 끌어오고 지하수를 퍼올리는 등 관개를 통해 농업용수를 최대한 공급하는 조건으로는 흡수량이 13억2000~34억2000 탄소톤으로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우에만 의존하는 것보다는 60~71%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하수가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등 지속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개할 경우 BECCS 잠재력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지속가능한 관개 조건에서 추가로 취수할 수 있는 양이 1660억~2980억㎥로, 이는 현재 농업용 취수량 전체(2010년 2조7690억㎥)의 6~1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물을 공급한다 해도 바로 탄소가 흡수되는 게 아니다.
작물의 탄소 포집률이나 바이오에너지로의 전환 효율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연구팀은 지속가능한 BECCS 잠재력은 연간 8억8000만~2억900만 탄소톤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강수에만 의존할 경우에 비해 5~6%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수자원 고갈이나 생물 다양성 손실, 식량 부족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BECCS로 해결할 수 있는 탄소는 연간 8억8000만 탄소톤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혹은 2도로 묶는 데 필요한 BECCS 양으로 기존 연구들에서 제시됐던 16억~41억 탄소톤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한 온실가스는 306억 탄소톤이었다.
현재 배출량을 적용한다면, BECCS로 해결할 수 있는 전체 배출량의 3%도 안 되는 셈이다.

여기에 화석연료 소비와 직접 상관없는 산업공정(시멘트 ·철강)과 축산·폐기물 분야의 배출량까지 고려하면 BECCS 해결할 수 있는 비율은 더 떨어진다.

결국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BECCS가 탄소 중립의 지배적인 기술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물관리 기술이 개발되면 농업용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초본 작물보다 수확 간격이 훨씬 길기는 하지만 산림을 통한 BECCS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BECCS에 대한 연구는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10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이회성 IPCC 의장 및 의장단이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10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이회성 IPCC 의장 및 의장단이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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