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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는 이스라엘 백신…"유통기한 남았다면 괜찮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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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한국에 보낼 예정인 화이자 백신 70만회 분은 오는 31일 유통기한이 만료된다고 6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조기에 화이자 백신을 대량 확보한 이스라엘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화이자 백신 140만회 분의 처분을 고심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한국은 이번에 이스라엘로부터 화이자 백신 70만회 분을 받는 대신, 오는 9~10월에 동일한 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이스라엘에 보내야 한다. 양국이 지난 5일 밤 계약을 체결한 ‘백신 스와프(교환)’ 협상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 "유통기한 내라면 문제 없어" #초저온 보관 등 현지 기록 확인은 필수

이스라엘은 백신을 며칠 내로 한국에 전달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7월 백신 보릿고개'를 겪는 한국에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맞아도 괜찮나'란 의문도 제기된다.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불안감엔 지난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이스라엘의 잔여 백신 100만회 분을 받기로 했다가 계약을 파기한 사실이 한몫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자치정부 측은 지난달 18일 "이스라엘에서 보내온 9만 회분의 화이자 백신 검수 결과 기술적인 기준에 못 미쳤다. 해당 물량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해당 물량의 유통기한이 대부분 6월 말이나 7월 초라고 전했다. 계약이 파기된 후 문제의 9만회 분의 백신은 전량 폐기됐다고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가 보도했다.

화이자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의 유통기한은 영하 70도 이하에서 최대 6개월이다. 전문가들은 초저온(콜드체인) 유지가 잘 유지돼 왔다는 전제 하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도 안전과 효능 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도 한국에 보내는 것과 같은 유통기한의 화이자 백신을 계속 접종 중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당국은 12~15세 학생들에게 오는 9일까지 접종을 마치라고 촉구하고 있는데 이들 백신의 유통기한도 오는 31일까지다.

냉장 보관된 화이자 백신. [중앙포토]

냉장 보관된 화이자 백신. [중앙포토]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유통기한은 단 1분만 넘겨도 안전과 효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유통기한이 남았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그동안 초저온 보관이 잘 유지돼 왔는지가 중요하다. 그간의 온도 기록이 블랙박스처럼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측에 그 기록을 요구해 온도가 이탈된 적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들여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현재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만큼 날씨가 무덥다.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유통기한 내에 접종하면 괜찮다"면서 "다만 기한이 임박한 만큼 운송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고, 들여오면 바로 접종하는 식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유통기한은 효능과 안전이 보장되는 기간으로 그 안에 사용하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한국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도 빨리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중앙포토]

한국에서 코로나19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중앙포토]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유통기한 임박 백신'까지 들여오는 건 '백신 기근 현상'에 대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부족으로 접종이 속도를 못내는 상황"이라며 "유통기한 만료가 임박한 백신까지 가져오는 건 현재 한국의 백신 확보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재욱 교수도 "백신 스와프를 통해 양국의 형편에 맞게 백신을 주고받는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까지 빌려오는 건 백신 조기 확보 실패가 낳은 결과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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