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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임자' 8년만의 전쟁…일 안 하고 돈받는 사람 늘어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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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0일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한 노조법 개정을 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이 회의 진행을 막으며 충돌이 빚어졌다. 중앙포토

2009년 12월 30일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한 노조법 개정을 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이 회의 진행을 막으며 충돌이 빚어졌다. 중앙포토

월급을 받는 노조 전임자의 수를 조정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6일 근로시간면제위원회를 발족하고 제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2013년 2기 심의위원회가 열린 지 8년 만이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정하는 기구다. 타임오프는 노조 간부가 일하지 않아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시간이다. 사실상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노조 전임자의 수를 정하는 셈이다. 이날부터 시행된 개정 노조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에서 경사노위로 업무가 이관됐다.

노조 전임자는 회사에 소속돼 있지만 일을 하지 않고 임금·단체협상, 조합원 고충처리와 같은 노조 업무만 본다. 이들의 급여는 노조가 조합비 등으로 충당하는 것이 순리다.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다.

하지만 국내 노조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2010년 노조 전임자일지라도 조합원 규모에 따라 일정 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즉 임금을 지급하는 한도를 정했다. 조합원 수가 많을수록 타임오프 한도가 높아져 유급 전임자 수도 늘어나게 된다. 2013년 정한 타임오프 한도는 조합원 수에 따라 10개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별로 2000~3만6000시간의 타임오프를 설정했다.

개정 노조법은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근로시간면제자 규정을 신설해 타임오프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했다.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무효로 본다.

[자료=한국경제학회. 조준모·김기덕 ‘노조 전임자 관련 ILO 협약 효과 분석’]

[자료=한국경제학회. 조준모·김기덕 ‘노조 전임자 관련 ILO 협약 효과 분석’]

노동계는 그동안 "현행 타임오프 한도는 교대 근무나 상급단체(총연맹, 산별노조) 활동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한도를 늘릴 것을 요구해왔다. 경영계는 "노조 업무만 하는 노조 전임자의 임금은 노조가 자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도 축소 또는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심의위에서는 각 기업노조에서 상급단체에 파견한 유급 노조 전임자의 수를 늘리는 문제를 두고 노사 간 줄다리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타임오프 한도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요청하면 60일 이내에 의결하게 된다. 문 위원장은 "실태조사 등을 거쳐 산업현장의 여건을 파악한 뒤 적정한 시기에 심의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심의위는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 각 5명씩 15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아 근로자 위원은 모두 한국노총 소속이다. 사용자 위원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인사가 참여했다. 공익위원은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성혜 동국대 법학과 교수로 꾸려졌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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