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는 휴대폰 벨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11:15

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6강전.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0·스위스·세계 8위)가 로렌초 소네고(26·이탈리아·27위)에게 날린 회심의 발리샷이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서 아웃됐다. 게임 스코어 1-2로 뒤진 상황에서 포인트가 15-30으로 밀렸다. 페더러는 얼굴이 찡그려졌지만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다시 공을 잡았다. 심판은 "휴대폰 벨을 무음으로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 페더러가 공격할 때 관중석에서 벨소리가 울렸던 것이다. 페더러도 감지한 것처럼 보였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6일 윔블던 16강전에서 승리 후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 [AP=연합뉴스]

6일 윔블던 16강전에서 승리 후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 [AP=연합뉴스]

페더러는 휴대폰 벨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소네고를 세트 스코어 3-0(7-5, 6-4, 6-2)으로 제압했다. 1981년생으로 만 40세인 페더러는 1968년 이후 오픈 시대 들어 메이저 대회 최고령 8강 진출자가 됐다. 페더러는 다닐 메드베데프(35·러시아·2위)-후베르트 후르카치(24·폴란드·18위) 경기 승자와 8강전을 치른다. 메드베데프-후르카치 경기는 메드베데프가 2-1(6-2, 6-7, 6-3)로 앞선 4세트, 게임 스코어 3-4로 뒤진 상황에서 우천으로 연기됐다.

경기 도중 터져나오는 휴대폰 소리는 선수들에겐 테러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경기 리듬도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서브를 넣을 때는 선수가 본인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정신을 집중한다. 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면 일부 선수들은 경기 도중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한다. 특히 가장 권위있는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윔블던 규정은 엄중하다. 관중들은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야 한다. 최근에는 깐깐하게 확인하진 않지만,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꾸는 건 기본 에티켓이다.

페더러에게도 휴대전화 벨소리가 거슬렸다. 장기인 발리샷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휴대폰 벨소리에 감정을 상하기 보다는 침착하게 다음 서브를 준비하고 자신의 리듬에 맞춰 샷을 날렸다. 그런 대범한 모습에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된 페더러는 한 경기 한 경기를 소중하게 치르고 있다. 그는 "이 나이가 되니 내가 코트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매일 컨디션을 잘 유지하기 위해 체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페더러에게 올해 윔블던은 마지막이 될 수 있다. 많은 테니스 팬들은 페더러가 최고령 우승자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페더러는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떠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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