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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집은 절토부에…성토부 사이에 걸치면 ‘피사의 사탑’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47)

이탈리아에 있는 피사의 사탑은 기울어져 있어 유명해졌다. 건축구조 측면에서 보면 건물을 받치고 있는 한쪽 지반의 침하현상이다. ‘부동침하’라고 한다. 그 기울어짐의 각도가 무게중심을 넘어가면 전도되는 것이다. 그래서 피사의 사탑은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게 하려고 수많은 구조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기초하부 지반을 보강해 지금의 기울기를 유지하고 있다.

전원주택지의 조성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성토부위에 대한 안전이다. 경사지는 일반적으로 계단식으로 택지를 조성한다. 즉, 필지마다 반 정도는 원 지반을 깎은 절토부고 나머지 반 정도는 흙을 메운 성토부가 된다. 성토부는 조성 당시 잘 다져놓아도 오랜 세월 조금씩 가라앉는 현상이 나타난다. 집을 지을 때 절토부에 기초를 앉히면 별문제가 없지만 절토부와 성토부에 걸쳐서 기초를 앉히면 집이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즉, 절토부와 성토부 위치에 따라서 기초의 침하가 달리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을 ‘부동침하’라고 한다. 부동침하의 정도에 따라 집이 기울어지기도 하고 심하며 붕괴의 위험도 있는 것이다.

집의 안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반의 단위면적당 상부 구조물의 압력을 견뎌내는 힘, 지내력이다. 지내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집이 주저앉게 되고 주요구조부에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 pixabay]

집의 안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반의 단위면적당 상부 구조물의 압력을 견뎌내는 힘, 지내력이다. 지내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집이 주저앉게 되고 주요구조부에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 pixabay]

또한 모든 기초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기초의 하부 깊이는 동결선 이하에 설치해야 한다. 동결선이라 함은 겨울에 지표면으로부터 땅이 어는 깊이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위도에 따라 남부지방은 지표면으로부터 최소 60㎝ 이상, 북부지방은 1m 이상 기초를 묻어야 한다. 동결선 이하로 기초를 설치하지 않으면 겨울에 땅이 얼면서 흙의 부피가 증가하게 되고 기초를 들어 올리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기초의 변형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 집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 연봉 1억 원을 줘도 사람을 못 구한다는 기사를 봤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맞은 인테리어 업계의 이야기다. 코로나19로 재택이 일반화했고, 이 기간에 집을 고치려는 사람이 많은 관계로 인테리어업계가 최대 호황을 맞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리모델링 공사 중에 건물이 붕괴한 사고가 더러 있었다. 그 원인은 대부분 주요구조부를 임의로 철거했기 때문이다. 주요구조부는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둥이나 보, 내력벽 등을 말한다. 리모델링 공사 중에 건축물이 붕괴되는 경우는 대부분 주요구조부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 건축물은 구조도면이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므로 어느 부위가 내력벽인지 육안으로 판단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과거에 부실공사를 하거나 주요구조부가 손상된 경우 잘못 건드리게 되면 건물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주요구조부의 일부를 제거해야 할 상황이면 구조기술사의 구조검토와 구조물 보강을 선행하고 나서 주요구조부의 일부를 제거해야 한다. 이런 사전 조치 없이 구조를 건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가끔 공사장 주변 집이 기우는 뉴스를 본다. 방바닥에 내려놓은 병이 굴러가는 정도로 기울어진 경우도 있다. 이는 대부분 공사로 인한 지하수의 변동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공사를 하면서 지하를 파고 들어가면 지하에 그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지하수의 흐름이 변동한다. 기존 집 하부에 머물던 지하수가 빠지면 지반이 침하하게 되고, 그 지반 위에 있는 집도 함께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습지였거나 매립지인 경우는 지내력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반의 성질은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사진 pixabay]

과거에 습지였거나 매립지인 경우는 지내력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반의 성질은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사진 pixabay]

집의 안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내력이다. 지내력은 지반의 단위면적당 상부 구조물의 압력을 견뎌내는 힘이다. 지반이 암반이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지반은 흙과 모래, 자갈, 암반 등이 복합으로 존재한다. 주택이나 소규모 건축물은 그동안 지내력 검사를 하지 않고 늘 해오던 방식으로 기초를 만들고 집을 지었다. 다행히 최근에 소규모 건축물도 지내력 테스트가 의무 규정으로 바뀌었다. 보통 일반적인 원지반의 지내력은 2~3층의 소규모 건축물의 하중을 견딜 정도의 지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습지였거나 매립지였다면 지내력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 지내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집이 주저앉게 되고 주요구조부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지내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반보강이 이루어진 후에 기초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며칠 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해변의 아파트 붕괴 참사가 발생했다. 뉴스를 보면 구조 전문가들이 추측하는 몇 가지 원인 중에 염분에 의한 구조물의 부식과 습지에 지어진 아파트의 장기간 침하가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지반의 성질은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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