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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자가 절반 넘었다…“공수처 이러다 경찰이 장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월 2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2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파견 수사관을 포함한 경찰 출신자가 전체 수사인력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면서 “공수처가 결국 경찰에 장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려는 공수처가 공수처법상 정원이 각각 25명과 40명으로 제한된 검사·수사관 외에 규모 제한을 받지 않는 경찰 파견에 의존하다 벌어진 일이다. 일각에선 무제한 경찰 파견에 따른 ‘공수처의 공룡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는 경찰로부터 수사관 20명을 추가로 파견받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파견 근무 중이던 송지헌 수사2팀장(경정·사법연수원 41기)을 포함한 경찰 수사관 14명과 합하면 모두 34명의 경찰 파견 수사관이 공수처에서 일하게 됐다.

지난 1월 21일 설립한 공수처는 빠른 시간 안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자체 인력 채용과 함께 검찰·경찰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왔다. 최근 들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10건 이상의 사건(공제 번호 기준)을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더 필요해졌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관은 검찰 파견 수사관을 합쳐 40명 이내로 정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무한정 파견 받을 수 있는 경찰에 자주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수사인력 77명 중 경찰 출신 39명(51%) 

문제는 공수처가 사실상 경찰 조직의 일부가 되어가는 듯한 모양새다. 현재 공수처 수사 인력은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포함한 공수처 검사 15명, 자체 채용 수사관 18명, 검찰 파견 수사관 10명, 경찰 파견 수사관 34명 등 모두 77명으로 구성된다. 경찰 파견 수사관이 44%나 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인력 출신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인력 출신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검찰 파견 수사관 10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달 중 검찰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실제로 5명 정도가 빠지면 공수처의 경찰 비율은 47%가량으로 커진다. 또한 현재 기준으로 공수처 자체 채용 수사관 중 5명은 경찰 출신 경력자인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 내 ‘범 경찰’ 비율은 약 51%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경찰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파견 수사관 입장에선 몸이 공수처에 있을지라도 마음은 월급을 주고 인사 권한을 가진 경찰에 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 안에선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범죄경찰서가 되어 가는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온다.

지난 2우러 23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나러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우러 23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나러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파견’은 정원 제한 없어 계속 인원 증가

공수처의 수사 상황 등 기밀이 경찰로 새어나갈 위험도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벌어졌다. 공수처가 지난 4월 2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감찰한 결과 경찰 파견 수사관이었던 A 경위가 공수처 채용에 합격한 검사와 수사관 합격자 명단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불법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정보가 수사 기밀까지는 아니어서 A 경위가 원대 복귀된 데 이어 징계를 받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권이 입김에 취약한 경찰을 통해 공수처 수사에 관여할 위험도 있다”며 “공수처가 경찰을 무한정 파견받아 공룡 조직화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지금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은 공수처가 지나치게 많은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화 능력을 초과해 문어발식 수사를 벌이다 보면 경찰 파견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경찰 무한정 파견케 한 여당 책임지고 법 고쳐야”

공수처법 입법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애초에 공수처법을 만들 때 검찰 파견 인원은 제한하면서도 경찰 파견은 무한정 받을 수 있게 한 여당 의원들이 책임을 지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12월 공수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당시 신보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은 “경찰 수사관을 무한정 파견받을 수 있게 한 공수처법을 근거로 공수처가 언제든지 대통령 직속 친위 사찰처, 권력자 비리 옹호처, 정적 제거처로 돌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공수처의 공룡화도 우려됐지만 당시 야당 측 수정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수처는 6일 이에 대해 “하반기 수사관 모집이 이번 달 공고 예정으로 수사관 인력이 확충되면 경찰 파견인력은 복귀 등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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