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몰래 코브라 뱀 풀었다, 인도 악습 신부지참금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05:00

업데이트 2021.07.06 15:46

지난 2011년 결혼식을 올린 한 인도 소녀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011년 결혼식을 올린 한 인도 소녀의 모습.[AP=연합뉴스]

‘법보다 위에 있는 인습.’

세계은행 리서치그룹, 인도 농촌 결혼 4만 건 분석
95% 지참금 지급…男 평균 67달러·女평균 429달러
BBC "여성 가정폭력·죽음에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
'지참금 불만' 남편, 부인 불태우거나 독살하기도

인도의 결혼 지참금 ‘다우리(dowry)’ 문화가 그렇다. 5일(현지시간) BBC는 “1961년 ‘지참금 금지법’ 도입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농촌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지참금 제도가 불법적으로 유지돼 왔다”고 보도했다. 최근 발표된 세계은행 리서치그룹의 분석결과를 인용해서다.

지참금은 결혼시 신부 측이 신랑 측에 현금이나 현물을 건네는 풍습으로, 인도는 61년부터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결혼의 경제적 부담을 신부 측에만 일방적으로 지우기 때문에, 성별 선택에 따른 임신 중절을 부추기고 남아 선호 사상을 강화시킨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BBC는 “그럼에도 사회적 악으로 묘사되는 이 관행은 계속해서 번성하고 있었다”며 “이는 여성을 가정폭력과 심지어 죽음에도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세계은행 리서치그룹은 1960년부터 2008년까지 인도 17개주의 농촌 결혼 4만 건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95%에서 여전히 지참금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 인구의 96%가 17개주, 특히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신부의 부모가 신랑 측에 현금ㆍ옷ㆍ보석 등 선물의 가치를 계산해 신부가 건네는 비용에서 신랑이 건네는 비용을 뺀 ‘순지참금’을 산출했다. 신랑 측은 신부 측에 평균 5000루피(약 67달러ㆍ약 7만 5800원)를 지급한 반면, 신부 측은 신랑 가족들에게 3만 2000루피(429달러ㆍ약 48만 5200원)로 7배 넘는 가치를 보냈다. 이에 따라 ‘순지참금’은 2만 7000루피(361달러ㆍ약 40만 83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인도 농촌의 평균 순지참금은 그해 연간 가계소득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세계은행 리서치그룹의 아누크리티 박사는 “인도 농촌의 평균 소득이 증가하면서 시간에 따라 지참금의 소득 대비 비중도 감소해왔다”고 설명했다.

무슬림 신부들이 올초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집단 결혼식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무슬림 신부들이 올초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집단 결혼식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이런 높은 부담 때문에 인도에서 부모는 딸이 태어나자마자 지참금을 모은다고 한다. 연구진은 첫째의 성별에 따라 맏딸이 있는 가정과 맏아들이 있는 가정의 저축 행태를 비교했는데, 첫째가 딸인 경우 미래의 ‘예상 지참금’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높아 맏딸이 있는 아버지가 맏아들이 있는 아버지에 비해 1년 간 더 많은 노동을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한다.

또다른 특이사항은 이번 연구에서 표본집단의 89%가 힌두교였는데, 나머지 종교에서도 지참금 문화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종교별로 힌두교나 무슬림보다 기독교ㆍ시크교도의 평균 지참금이 높았다. 카스트 제도에 따른 계급이 높을 수록 지참금 액수가 많아졌다. 주별로는 남부 케랄라주가 최근 몇년 간 가장 높은 평균 지참금 규모를 보였다.

연구진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인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결혼시장과 여성 노동시장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지참금 지급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BBC는 이와 별도로 올초 발간된 또다른 연구를 인용해 “인도에서의 거의 모든 결혼은 일부 일처제이지만, 1960년에서 2005년 사이 성사된 결혼의 90% 이상에서 부모가 배우자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또 부부의 90% 이상은 결혼 후 남편의 가족과 함께 살았고, 여성의 85% 이상은 결혼 후 자신이 태어난 마을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20세기 7만 4000건의 결혼 데이터를 분석했던 이 연구에서는 1950년부터 1999년까지 인도 전역에서 오고 간 지참금 지급 총액을 2500억 달러(약 282조 75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지난 2017년 인도의 다이아몬드 재벌 마헤시 사바니(앞줄 가운데)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수라트시에서 결혼식을 후원한 신부 251명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신부는 모두 아버지가 없는 가난한 여성들이다. 인도에서는 결혼식을 성대하게 여는 풍습이 있어 가난한 여성들은 결혼하기 어렵다 [AP=연합뉴스]

지난 2017년 인도의 다이아몬드 재벌 마헤시 사바니(앞줄 가운데)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수라트시에서 결혼식을 후원한 신부 251명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신부는 모두 아버지가 없는 가난한 여성들이다. 인도에서는 결혼식을 성대하게 여는 풍습이 있어 가난한 여성들은 결혼하기 어렵다 [AP=연합뉴스]

인도 국가범죄기록원에 따르면 지참금 분쟁으로 2012년에만  8000여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다.

2014년에는 인도 동부 자르크한드주에서 남편과 시부모가 지참금 갈등을 빚던 신부에게 휘발유를 붓고 불태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한살배기 딸도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5월엔 케랄라주에서 결혼 지참금을 반환하지 않기 위해 방에 코브라 뱀을 풀어 부인을 살해한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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