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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타투 노조 지회장의 1심 선고 연기…관심 커지는 합법화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문신시술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문신시술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타투(tattoo·문신) 시술로 인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타투이스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형사처벌을 다투는 1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 재판부가 변론재개를 결정하면서 ‘타투 재판’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더 지속될 전망이다.

타투 노조 지회장의 1심 선고 연기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문신시술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문신시술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판사 김영호)은 오는 7일 예정된 김도윤(41) 타투유니온 지회장의 선고 공판에 대해 변론재개 결정을 내렸다. 김 회장은 자신의 타투샵에서 고객으로 방문한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김 회장을 대리하는 곽예람 변호사는 “선고를 이틀 앞두고 변론재개가 결정돼 당황스럽다”면서 “아직 정확한 사유를 재판부로부터 전달받지 못했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재개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상 변론재개는 심리에서 다뤄지지 않은 증거가 나왔거나 변론이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이뤄지는 절차로, 검찰이나 피고인 측의 요청이 없어도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

앞서 제삼자의 신고로 이뤄진 해당 사건에서 김 회장에게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지만, 김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28일 진행된 첫 공판에서 타투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곽 변호사는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치료 등을 위한 의료적인 목적이 있는 보건 행위가 아니기에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회적 인식을 비춰볼 때도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법부는 지난 1992년에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사만 타투를 할 수 있도록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타투 시술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왔다.

법정에 출석한 김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주변 타투이스트들은 변심한 손님에게 신고를 당하기도 하고, 돈을 노린 협박과 범죄에 노출돼 경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며 “그림을 열심히 그린 대가로 얻은 건 의료법 위반이라는 전과와 벌금, 징역 그리고 부서진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은 20만명의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되찾는 재판이고 타투를 가지고 있는 1300만명 국민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되찾게 되는 재판”이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그간의 판례를 참고해 김 회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30년간 이어진 ‘타투 합법화’ 논쟁

지난 6월 23일 경기도 고양시의 타투 숍에서 심동희 대표가 고객의 팔뚝에 타투를 새기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지난 6월 23일 경기도 고양시의 타투 숍에서 심동희 대표가 고객의 팔뚝에 타투를 새기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대법원이 비(非)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해석한 판례를 둘러싼 논쟁은 30년이 넘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김 회장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지회로 결성한 타투유니온에 따르면 올해 4월에만 타투이스트 2명이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5월 타투유니온은 타투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근거가 된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타투 합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문신은 피부의 표지와 진피에 색소를 넣는 침습적 의료행위”라며 “의료법상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의 문신 시술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최근 더욱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투 합법화를 둘러싼 일반인의 여론은 나이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2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2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타투 합법화 취지를 담은 ‘타투업 법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찬성 비율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 높아 20대의 경우 81%에 달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반대(59%) 비율이 찬성의 두 배였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국회 잔디밭에서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타투 스티커를 붙인 등이 드러난 보라색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류호정 의원 SNS 캡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류호정 의원 SNS 캡처)

“유죄 나와도 타투 합법화 노력 계속될 것”

선고를 앞둔 김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심 재판은 주로 판례를 기반으로 선고를 내리기 때문에 당연히 유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담담히 밝혔다. 다만 김 회장은 “이번 공판을 계기로 타투 합법화가 다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해외 유수 언론에서도 취재를 올 정도로 이 타투 재판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예상과는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기 때문에 선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타투 합법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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