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2명 오기로 했는데 422명…농가들, 외국인 근로자 대란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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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양구군 남면 신포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고추를 수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박진호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양구군 남면 신포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고추를 수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박진호 기자

강원 양구군, 3차례 총 193명 농촌 배치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양구군 남면 신포리 한 비닐하우스. 외국인 2명이 쪼그리고 앉아 부지런히 고추를 따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최근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촌 수확현장에 투입된 모습이다.

코로나 뚫고 입국은 했으나…농가선 "턱없이 부족"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아크롬(36)은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일을 못하던 차에 다시 한국에서 일자리를 얻게 됐다”며 “고향에 있는 다섯 식구에게 매달 130만원 정도를 보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크롬은 코로나19 전까지 한국에서 중고차와 가전제품을 매입해 우즈베키스탄으로 가져가 파는 일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한국에 오지 못해 생계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아크룸 등 2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은 농민 최기환(61)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손이 없어 발을 굴렀는데 외국인들이 들어온 후로는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2021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및 입국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1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및 입국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섯 식구 먹여 살릴 수 있어 다행” 

코로나19 여파로 막혔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올해 입국이 재개되면서 일부 농촌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양구군의 경우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했다.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93명이 배치돼 고추와 오이 수확에 투입됐다. 조인묵 양구군수는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농촌의 일손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영농철 일손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시군에서도 빠른 수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구에 이어 두 번째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근로자가 배치된 경북 영양군도 고추와 쌈채, 약초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10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계절근로자들은 2주간의 격리를 마치고 지난달 25일부터 영양의 작업 현장에 투입됐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42개 영양지역 농가에 112명이 배치돼 농작물 수확을 돕고 있다”며 “계절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양구군 남면 신포리의 한 농가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오이를 담고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양구군 남면 신포리의 한 농가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오이를 담고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동남아 국가는 사실상 2년째 입국 중단

반면 양구와 영양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 대부분의 농촌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를 놓고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올해 지자체별로 배정하기로 한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7.8%만 실제 입국을 한 상황이어서다.

법무부의 ‘2021년 상반기 지자체별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현황’에 따르면 전국 42개 자치단체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5342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강원도 2167명, 충북도 1105명, 경북도 821명, 전북도 521명, 충남도 463명, 전남도 164명, 제주도 96명, 경기도 5명 등이다.

하지만 실제 올해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총 422명으로 당초 배정 인원의 8% 수준을 밑돈다.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양구군 남면 신포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농사일을 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양구군 남면 신포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농사일을 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충북 괴산군도 협약 75명 입국 예정

코로나19 후 동남아 국가들의 근로자 입국이 사실상 중단된 것도 농촌일손 부족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국가별 입국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총 입국자 3497명 중 베트남이 1535명, 필리핀 1142명, 우즈베키스탄 11명 등이었다.

하지만 올해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총 422명은 모두 우즈베키스탄 국적이다. 투입 지역은 강원 양구군 193명, 홍천군 92명, 인제 23명, 경북 영양군 112명, 전북 고창군 2명 등 총 422명이다.

법무부는 올해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의 경우 코로나19로 계절근로자 모집 및 초청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4일 농번기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북 영양에 우즈베키스탄에서 계절근로자 112명이 왔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농번기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북 영양에 우즈베키스탄에서 계절근로자 112명이 왔다. [연합뉴스]

반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올 들어 한국을 비롯한 자국민의 해외 인력 송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충북 괴산군의 경우 최근 우즈베키스탄 고용노동부 한국주재사무소와 지원협약을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이달부터 재개된다.

앞으로 75명의 계절근로자가 입국해 14일간 자가 격리를 거쳐 현장에 투입된다. 농가에 배치된 계절근로자들은 5개월 동안 옥수수 수확, 절임배추 생산 등의 농사일을 하게 된다. 이 밖에도 인제군에 114명, 홍천군에 88명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외국인계절근로자국가별 입국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외국인계절근로자국가별 입국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방역 강화와 함께 탄력적인 인력 운영을 통해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계약을 맺은 농가에서만 일할 수 있는데 매일 일이 있는 농가는 많지 않다”며 “농가별 계약이 아닌 법인 등과의 계약을 통해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인력을 보내도록 개선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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