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정호의 시시각각

한·미 연합훈련, 쉽게 관둘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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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정호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훈련을 하루 앞둔 2017년 8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들이 도열해 있다. 2017년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3년 간 중단됐다. [연합뉴스]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훈련을 하루 앞둔 2017년 8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들이 도열해 있다. 2017년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3년 간 중단됐다. [연합뉴스]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 곧 성사될 것 같던 북·미 대화가 5개월 넘게 먹통이다. 몇 달간 준비한 '대북 정책 리뷰'가 발표되면 움직임이 있을 거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4월 발표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 핑계는 부적절
계속 거부 시 미·일 동맹 중요해져
훈련 중단해도 마땅한 대가 챙겨야

 애가 탄 문재인 정부는 국민 정서나 협상 원칙까지 깡그리 무시한 채 북한의 환심을 살 수만 있다면 뭐든 할 태세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 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우리 국민부터 다 맞힌 뒤 그런 이야기를 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뿐이 아니다. 정부는 매년 8월에 실시하다 3년 전부터 중단한 한·미 연합훈련을 또다시 거를 심산 같다.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이 "코로나로 많은 병력의 대면 훈련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운을 띄우자 친정부 진영 곳곳에서 연합훈련 중단 요구가 터져나왔다. 민주노총이 이날 뛰쳐나와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5일 뒤인 지난 1일에는 범여권 의원 76명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할 때"라며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는 여러 면에서 그릇된 주장이다. 우선 문 대통령의 코로나 핑계부터 온당치 않다. 다음 달 6일이면 모든 장병이 2차 백신 접종을 끝낸다. 8월 연합훈련 전까지 군내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55만 명분의 백신 제공을 약속하며 "미군과 접촉하는 모든 한국군 장병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 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겠는가. 이런 판에 코로나를 이유로 연합훈련을 축소·중단한다는 건 도리가 아니다.
 둘째,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쉽게 버릴 카드가 아니다. 사람은 익숙한 일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한다. 한 해 서너 번씩 치러온 훈련인지라 일반 국민은 시큰둥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까지 매년 8월에 실시했던 '을지 프리덤 가디언 (UFG)' 훈련은 미국의 컴퓨터 기반 연합훈련 중에서는 단연 세계 최대였다. 2017년 UFG에는 한국군 7만5000여 명에 미군 1만7500여 명이 참가했다. 2018년 노르웨이 연해에서 실시했던 나토 최대 연합훈련이라는 '트라이덴트 정크추어(Trident Juncture)'에는 31개국이 참여했지만 4만 여명에 불과했다. 숫자만 봐도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에 두는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 1일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열린 미·일 연합훈련 '오리엔트 실드 (Orient Shield)'에 참가한 미군과 자위대 간부들이 인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1일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열린 미·일 연합훈련 '오리엔트 실드 (Orient Shield)'에 참가한 미군과 자위대 간부들이 인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이 계속해서 연합훈련을 미루면 미국, 특히 미 군부로서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24일부터 미국과 일본이 양쪽 병력 3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역대 최대의 미·일 연합훈련인 '오리엔트 실드(Orient Shield)'를 실시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연합훈련을 한사코 안 하려 하는 반면, 일본은 갈수록 확대하려고 한다면 미군 당국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더욱이 한·미 동맹은 북한만을 염두에 둔 존재가 아니다. 중국, 나아가 러시아의 위협이 구체화할 경우에도 의지할 한국 안보의 대들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안보의 대들보를 갉아먹는 악수를 거듭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남북관계를 위해 연합훈련을 희생한다고 해도 연변 핵시설 폐쇄 정도의 대가를 챙겨야 한다. 북한이 연합훈련 중단을 약속받은 뒤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 곧 뛰쳐나가면 어찌할 건가. 현 정권 실세들은 연합훈련 중단 후에도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하기는커녕 퍼주는 게 부족했다고 할 인사들이다.
 불교에서 불행의 근원으로 꼽는 집착 가운데 '견취(見取)'라는 게 있다. 그릇된 견해를 끝까지 올바르다고 여기는 집착이다. 견취를 깨뜨리려면 "독선적 견해는 내려놓고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여유롭게 이해하려 노력하라"고 불교에선 가르친다. 문 대통령이 천주교 신자이지만 새겨들어야 할 가르침이다.

    남정호 칼럼니스트

남정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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