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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공정 상처받아, 모든 것 제자리로 돌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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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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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69·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대한민국 지도자는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슬로건은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었다. 출마 선언의 형식은 나흘 전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영상 출마 선언이었지만 내용 면에선 구석구석 이 지사와 차별화를 위한 상대적 강점 부각에 초점을 맞췄다.

8분40초 영상으로 대선출마 선언 #“중산층 비중 70%로 늘리겠다” #“지도자는 말의 파장 생각해야” #출마선언서 이재명과 차별화 시도 #국제·외교분야 경험과 전문성 강조 #국가의 적극적인 복지 개입도 언급

8분40초 분량의 영상에서 이 전 대표는 “그 일을 제가 하겠다”는 선언 형식의 말을 다섯 차례 반복하며 이미 여러 차례 밝힌 신복지와 중산층 경제 구상 외에 헌법 개정, 연성 강국 신외교, 문화강국 등을 더한 5대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비전 곳곳에서 이 지사와의 차별점이 강조됐다.

이 전 대표가 차별화를 위해 처음 꺼내든 카드는 ‘신외교’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연성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와 문화가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방법론으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외교 계승 발전”을 내세운 뒤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상호신뢰를 높이며 일본, 러시아와 최대한 협력하는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필연 캠프 띄운 이낙연 … “정세균과 단일화 열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유튜브 ‘이낙연TV’를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년 전 65%였던 중산층이 지금 57%로 줄었다. 중산층이 두터워야 불평등이 완화되고 사회가 위기에 강해진다”며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유튜브 ‘이낙연TV’를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년 전 65%였던 중산층이 지금 57%로 줄었다. 중산층이 두터워야 불평등이 완화되고 사회가 위기에 강해진다”며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국익 중심 균형외교’라는 일반론 속에서 “강력한 자주국방”을 언급한 이 지사와는 강조점이 다른 외교관이었다.

외교·국제 분야 경험과 전문성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이 전 대표는 “저는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세계 25개국을 방문해 정상급 지도자들과 회담했다. 높아진 국격에 부응하는 외교를 저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간지 기자 시절 도쿄특파원·국제부장을 거쳤고, 총리 재임 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특사로도 활동했다.

이 전 대표는 또 “헌법에 생명권·안전권·주거권을 신설하고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해 부자들이 불로소득을 독점하지 못하게 막겠다”며 기본권 확대에 중점을 둔 개헌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들 구휼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던 이 지사를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슬로건 중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에 맞선 신복지 구상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채택됐다. 이 전 대표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10년 전 65%에 달하다 지금 57%까지 줄어든 중산층 비중을 70%로 늘리겠다”고 했다. 국가의 적극적 복지·경제 개입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현금성 소득 보전에 방점을 둔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대비됐다.

이날 출마 선언에 앞서 라디오에도 출연한 이 전 대표는 “당에 많은 의원이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지사를 향한 공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지사의 발언들을 시원하다고 지지하는 의견이 많지 않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차츰 진면목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지사가 지난 1일 해방 직후 미국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지도자는 자신의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출마선언 이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과 묘소를 참배한 뒤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DJ 묘역 방명록엔 ‘대통령님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YS 묘역 방명록엔 ‘대통령님 직관과 결단을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출마 선언 직후 현충원 무명용사탑을 참배했지만 전직 대통령 묘역은 들르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지지율이 추가 하락하는 만일의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날 정세균 전 총리로 단일화를 이룬 정세균·이광재 연대와 추가 단일화를 통한 ‘반(反)이재명 연합’을 완성하는 그림도 열어둔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은 “우리가 먼저 그림을 짜고 제안하지는 않겠지만 경우에 따라 가능성은 열려 있다”(캠프 관계자)고 했다.

‘필승 이낙연’을 줄인 ‘필연 캠프’란 이름으로 발대식을 연 이 전 대표 대선 캠프에는 당내 친문·호남·언론계 출신 의원이 다수 포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5선 설훈 의원을 필두로 박광온(총괄본부장), 최인호(상황본부장), 홍익표(정책본부장), 정태호(정책본부장), 김철민(조직본부장), 윤영찬(정무실장) 의원과 배재정 대변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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