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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베이조스…후계자는 ‘클라우드 황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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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 호의 선장이 바뀐다. 아마존 창립 기념일인 5일(현지시간) 앤디 제시(53)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가 아마존이란 거함의 키를 넘겨받는다.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7)가 1994년 미국 시애틀 자신의 집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을 세운 지 27년 만이다. 베이조스는 지난 2월 CEO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아마존은 창업 27년 만에 연 매출 3860억 달러(2020년 기준), 직원 127만명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27년만에 선장 교체 아마존 앞날은 #새 CEO는 ‘베이조스 그림자’ 재시 #클라우드 이끌며 영업익 절반 창출 #“온라인 사업도 모두 재시가 설계” #차기 먹거리는 디지털 토큰 예상

제프 베이조스

제프 베이조스

시가총액이 1조8000억 달러가 넘는 아마존을 이끌게 된 새 CEO 재시는 1997년 아마존에 합류했다. 헝가리계 미국인인 그의 별명은 ‘베이조스의 그림자’다. 2002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베이조스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와 출장에 동행해 생긴 별칭이다. 책만 팔던 아마존의 판매 품목을 CD와 DVD로 넓히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뮤직을 처음 제안한 이도 재시였다. ‘베이조스의 지적 스파링파트너’(영국 가디언)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조스의 그늘에만 머무르지도 않았다. 유통업계 강자이던 아마존을 ‘클라우드 업계의 강자’로 만든 AWS를 탄생시킨 이가 바로 재시다. 2003년 회의 중 나온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후 아마존 내 클라우드 사업부로 2006년 AWS를 만들어 이끌었고, 자회사 독립 이후에는 CEO를 맡아 왔다.

앤디 재시 신임 아마존 CEO

앤디 재시 신임 아마존 CEO

지난해 4분기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69억 달러)에서 AWS의 비중은 절반이 넘는 52%(35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AWS는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32% 점유율(2020년 기준)로 압도적 1위다. 20%인 2위 마이크로소프트(MS)(20%), 3위 구글(9%) 을 큰 차이로 따돌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가 사업성을 확신하지 못했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초기 아이디어부터 현재 온라인을 지배하는 수십억 달러의 사업까지 모두 재시가 설계했다”고 평가했다.

AWS가 거둔 성과 덕에 스티브 발머 전 MS CEO와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까지 후임으로 재시를 탐냈을 정도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재시는 고객의 편리한 경험에 대한 집착과 직원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진 베이조스를 대신할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 27년’ 베이조스가 바꾼 세상

‘아마존 27년’ 베이조스가 바꾼 세상

베이조스의 자리를 넘겨받은 재시는 유통과 클라우드 부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베이조스가 시작한 신규 사업을 안착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은 자체 제작한 영화·드라마를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OTT)으로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 어디서 돈 버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아마존 어디서 돈 버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과거의 사업 영역을 넘어서는 다음 먹거리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결제 토큰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재시는 지난 2017년 “고객들이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미 나스닥에서 운영하는 금융매체 나스닥은 “지난달 아마존이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경력이 있는 블록체인 전문가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냈고 지난 2월엔 ‘새로운 디지털 통화’와 ‘디지털 결제’ 분야 개발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보냈다”고 전했다.

재시 신임 CEO의 코앞에 닥친 숙제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와 의회의 ‘반(反)독점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처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칸 위원장은 우선 아마존이 추진 중인 영화 제작사 MGM 인수의 적절성을 따져볼 예정이다. 아마존 물류창고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조 설립 움직임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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