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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위해 IOC 수차례 연락, 평양서 선 그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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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 개최는 그 자체로 위대한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 개최는 그 자체로 위대한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한국이 개최한 첫 겨울올림픽이자 남북 화해의 물꼬를 한때나마 터줬던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지 6일이면 꼭 10년이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은 삼수의 분루를 삼킨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쟁쟁한 겨울스포츠 선진국인 독일의 뮌헨과 프랑스의 안시에 63:25:7이라는 압승을 거뒀다.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 #평창 유치 10주년 맞아 뒷얘기 회고 #“남북관계 성과에만 초점, 아쉬워 #바흐의 독일 꺾은 스포츠외교 승리”

평창 유치의 주역 중 상당수는 기업인이었다. 당시 대한체육회장이었던 박용성(81) 전 두산그룹 회장을 최근 만났다. 함께 유치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0년 사이 유명을 달리했다. 박 전 회장은 “두 분을 떠나보내고 나니 참 슬펐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년간 제대로 얼굴도 못 봤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서울 여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얼마 전 유치 30주년 모임도 했다고 하더라”며 “평창을 얘기할 때면 ‘우리가 겨울올림픽을 하긴 했었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가 참 아쉽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7년까지만 해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일촉즉발 대치 모드였다. 상황은 김 위원장이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참석 의지를 밝히며 급반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현 노동당 부부장이 방남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 대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바로 뒷좌석에 앉았다. 이어 남북은 그해 세 차례 판문점과 평양에서, 북·미는 그해 6월 싱가포르,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박 전 회장은 “스포츠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IOC와 올림픽의 정신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남북관계 관련 레거시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스포츠인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며 “한 국가가 겨울올림픽까지 개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대한 유산이라는 점을 다시 기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비화도 공개했다. 로게 당시 IOC 위원장의 공식 발표를 몇 시간 남겨두고 쿠웨이트 왕자로 IOC 위원이기도 한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가 박 전 회장을 보더니 손짓을 했다고 한다. 그는 박 전 회장의 귀에 “평창이 60표가 넘었다, 압승 축하한다”고 전했다. 박 전 회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고 둘은 함께 씩 웃었다고 한다. 당시 뮌헨의 유치를 이끌던 수장이 현 IOC 위원장인 토마스 바흐다. 만만찮은 적수를 상대로 단번에 압승을 거둔 한국 스포츠 외교의 승리였다.

한때 정부가 추진했던 2032년 남북 공동 여름올림픽 유치에도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사망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대표적이다. 2032년 여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는 IOC에서도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IOC 측에서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평양 측에선 “관심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고 한다. 박 전 회장은 “남북이 함께 개최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의 다른 도시들도 앞으로 가능성이 있으니 계속 도전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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