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취미'라던 고급 스포츠 골프, 이젠 예능까지 파고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5 18:37

업데이트 2021.07.05 19:04

JTBC 세리머니 클럽은 박세리를 필두로 양세찬과 김종국이 출연해, 회차마다 다른 게스트를 맞이해 골프 레슨을 하는 컨셉이다. 레슨비는 '토크'로 받는다. 사진 JTBC

JTBC 세리머니 클럽은 박세리를 필두로 양세찬과 김종국이 출연해, 회차마다 다른 게스트를 맞이해 골프 레슨을 하는 컨셉이다. 레슨비는 '토크'로 받는다. 사진 JTBC

예능에도 그린이 깔린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야외 스포츠 골프가 TV 예능까지 파고들었다. 40대 이상 ‘아재 취미’로 여겨지던 골프가 2030까지 팬층을 넓힌 여파다.

시작은 지난 5월 첫 전파를 탄 TV조선 ‘골프왕’이다. ‘슈퍼땅콩’으로 불리며 박세리와 함께 여자 골프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미현 프로와, 연예계에서 ‘준 프로’로 불리는 김국진을 내세워 출연자 대 게스트 팀전을 내세웠다. 1회 시청률 5.0%로 출발해 6회까지 4.4~5%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골프 예능 릴레이의 첫 포문을 연 TV조선 '골프왕'은 게스트와 출연진 간의 골프 경기를 컨셉으로, 자막으로 골프 정보를 쉽게 풀어넣었다. 샷 중간중간 게스트들의 대화도 공백을 메우는 데 쓰인다. 사진 TV조선 유튜브 캡쳐

골프 예능 릴레이의 첫 포문을 연 TV조선 '골프왕'은 게스트와 출연진 간의 골프 경기를 컨셉으로, 자막으로 골프 정보를 쉽게 풀어넣었다. 샷 중간중간 게스트들의 대화도 공백을 메우는 데 쓰인다. 사진 TV조선 유튜브 캡쳐

지난달 30일 첫 전파를 탄 JTBC ‘세리머니클럽’은 골프에 ‘토크’를 좀 더 얹었다. 매 회 새로운 게스트를 불러 박세리가 직접 골프를 가르쳐주고, 레슨비 대신 이야기를 듣는 형태다. 이밖에도 이번달 tvN D 웹예능 ‘스타골프빅리그’, MBN ‘그랜파’, SBS ‘편먹고 072(공치리)’에 이어 다음달 티빙의 ‘골신강림’까지 새 프로그램이 연이어 공개될 예정이다.

‘세리머니클럽’ 국민정 PD는 “골프가 원래 '고급 스포츠' 이미지였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흐름에 맞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골프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강습위주, 전문적이고 대결 위주인 골프채널과 다르게 토크, 기부를 더해 색다르고 재밌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토크·기부 얹은 골프… 강호동·신동엽 모은 '빅 캐스팅'도

16일 웨이브 오리지널로 SBS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편먹고 공치리'는 예능계 골프 애호가 이경규와 이승기, 전 야구선수 이승엽, 유현주 프로가 게스트와 팀을 이뤄 경쟁하는 구도다. 사진 SBS

16일 웨이브 오리지널로 SBS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편먹고 공치리'는 예능계 골프 애호가 이경규와 이승기, 전 야구선수 이승엽, 유현주 프로가 게스트와 팀을 이뤄 경쟁하는 구도다. 사진 SBS

골프예능이 골프의 ‘어렵고 지루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택한 방법은 ‘토크’ 혹은 ‘인물’이다. 토크에 초점을 맞춘 ‘세리머니클럽’은 경기 성과에 따라 기부도 하는 구도를 택했고, ‘골프왕’은 샷과 샷 사이의 긴 공백을 회마다 달라지는 게스트와의 대화로 채운다. 골프 지식을 알려주는 멘트도 곳곳에 끼워넣으며 ‘정보’도 살렸다.

캐스팅에 힘을 준 경우도 많다. ‘편먹고 072’는 한국 최초 골프 예능 ‘골프의 신’(2008, MBC에브리원)을 진행했던 이경규와 ‘골린이’ 이승기를 맞붙였고, ‘골신강림’은 강호동과 신동엽을 한 화면에 모았다. ‘그랜파’는 이순재·박근형·백일섭·임하룡를 섭외해 실버 예능 신드롬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2018, tvN)를 연상시킨다.

스포츠 예능 잇단 성공… 골프도?

JTBC 예능 '뭉쳐야 찬다'가 성공한 뒤, 축구에서 농구로 종목을 바꾼 '뭉쳐야 쏜다'도 시청률 5% 안팎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왼쪽부터 전 농구선수 허재 감독과 현주엽 코치, 전 축구선수 이동국. 사진 JTBC

JTBC 예능 '뭉쳐야 찬다'가 성공한 뒤, 축구에서 농구로 종목을 바꾼 '뭉쳐야 쏜다'도 시청률 5% 안팎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왼쪽부터 전 농구선수 허재 감독과 현주엽 코치, 전 축구선수 이동국. 사진 JTBC

골프예능이 늘어나는 건 이미 성공한 스포츠 예능이 길을 열어둔 덕이기도 하다. JTBC ‘뭉쳐야 찬다’가 시청률 10%를 넘기고 허재 등 ‘체육 예능인’을 발굴해낸 것이 대표적 선례다. E채널도 각 분야 스포츠 스타들을 모아 ‘노는 언니’를 성공시킨 뒤 스핀오프로 ‘노는브로’를 내놨고, 축구를 내세운 SBS ‘골때리는 그녀들’은 올 설 연휴에 특집 파일럿으로 기획됐다가 지난 6월 정규편성을 따냈다.

골프 예능은 축구·농구·야구 등 ‘3대 스포츠’에 비해 팬층이 적어 반짝 유행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앞서 ‘아재 취미’ 낚시를 예능으로 살려 흥행한 채널A ‘도시어부’처럼 성공한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도 크다. ‘진성 낚시 팬’ 이경규와 이덕화가 예능용 멘트나 연출에 집착하지 않고, 진짜로 낚시만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에 시청자가 매료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요즘의 예능은 ‘매니어’를 잡을수록 성공하는 시대”라며 “골프 종목 자체의 매력을 살리고, 약간의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는 게 ‘취향의 시대’에 더 맞는 공략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골프가 ‘부자들만 하는 스포츠’ 라는 이미지가 옅어지면서 골프를 즐기던 연예인들이 나서기 편안한 환경이 된 것도 골프예능 기획에 힘을 실어주는 조건”이라며 “최근 그나마 흥한 예능이 스포츠 예능이고, 골프는 그중에서도 블루오션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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