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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코로나19 완전한 독립 선언 못해…'트럼프 철조망' 거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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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국민 연설을 한 뒤 백악관으로 초대한 시민들과 셀카를 찍었다.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국민 연설을 한 뒤 백악관으로 초대한 시민들과 셀카를 찍었다.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미국이 16개월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 정상화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백악관 계획과 달리 코로나19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지는 못했다.

백악관, 독립기념일 행사에 1000명 초청 #바이든, 마스크 없이 얼굴 가까이 셀카 #성인 1회 이상 백신 접종 목표 70% 미달 #反이민정책 저격, 트럼프 시대 '졸업' 선언

7월 4일까지 전체 성인 인구의 70%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하겠다는 목표에 미달했을 뿐 아니라 델타 변이가 미국에서도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남쪽 잔디밭)으로 응급 구조사, 소방관 등 필수 근로자와 군인 가족 1000명을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지난 1년간 우리는 가장 암울한 날들을 살아왔다"면서 "나는 우리가 곧 밝은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함께 돌아오고 있다(America is coming back together)"면서 일상 정상화를 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재빨리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 초대받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 초대받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미국 독립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245년 전 먼 곳에 있는 왕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면서 "오늘날 우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독립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차 "내 말을 오해하지 말라. 코로나19는 아직 정복되지 않았다. 델타 변이와 같은 강력한 변이가 출현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인 행동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고 환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일정을 적은 카드를 하나 매일 들고 다니는데, 뒷면에는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수가 적혀 있다"면서 사망한 미국인은 60만 명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로부터 독립을 선포하는 대신 경계심을 주문했지만, 바이든이나 미국인들 모두 행동과 마음가짐은 이미 코로나19를 '졸업'했다.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을 가득 메운 1000여명 손님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US First Lady Jill Biden (L) poses with guests after US President Joe Biden delivered a speech during Independence Day celebrations on the South Lawn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July 4, 2021. (Photo by ANDREW CABALLERO-REYNOLDS / AFP)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US First Lady Jill Biden (L) poses with guests after US President Joe Biden delivered a speech during Independence Day celebrations on the South Lawn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July 4, 2021. (Photo by ANDREW CABALLERO-REYNOLDS / AFP)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대부분 사람이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참석자들의 백신 접종 증빙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여사는 손님들 요청에 스스럼없이 얼굴을 바짝 대고 셀카를 찍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미국인들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워싱턴 시내 내셔널몰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없어 일상이 정상화된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미국인들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워싱턴 시내 내셔널몰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없어 일상이 정상화된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회의사당부터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진 내셔널 몰에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뿐더러 더 이상 6피트(약 1.8m) 거리 두기를 지킬 필요가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사실상 일상 정상화에 들어간 수순이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와 마이애미까지 미국 전역에서 열린 불꽃놀이와 기념 콘서트를 보러 나온 수많은 시민은 어깨를 촘촘히 맞대고 떼창했다. 코로나19 이전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CDC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미국 성인 중 백신을 1회라도 맞은 사람은 67%로 집계돼 목표치에 3%포인트 못 미쳤다.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와 '결별'을 선언했다. 바이든은 "미국인은 원주민과 노예, 아일랜드에서 온 내 가족 같은 이민자들이 세웠다"면서 트럼프의 반(反) 이민정책을 겨냥했다.

또 "미국의 신념은 우리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라며 인종과 성별, 성적 정체성,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은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별적 입장을 겨냥했다.

이날 비밀경호국(SS)은 성명을 통해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 밖으로 설치했던 쇠 울타리와 바리케이드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백인 경찰관에 의해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세운 것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5개월여 만에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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