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관계에도...日 시즈오카 지진에 강창일 "사태 안정 기원" 위로전

중앙일보

입력 2021.07.05 17:45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와 관련해 강창일 주일 한국 대사가 5일 가와카쓰 헤이타(川勝平太) 시즈오카현 지사 앞으로 위로 서한을 보냈다. 최악의 한ㆍ일 관계 속에서도 천재지변이 발생하자 이웃 국가로서 위로를 표하고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지난 2~3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 사진은 지난 4일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지난 2~3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 사진은 지난 4일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주일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강 대사는 이날 오후 우편으로 헤이타 지사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큰 재해에 대해 걱정이 돼서, 폐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도 편지를 보낸다"며 운을 뗐다. 이어 "재해 수습으로 매우 바쁘리라 생각하지만 지사님의 리더십으로 신속하게 사태가 안정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 "도움 드릴 수 있는 사항이 있다면 미력하게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강창일 주일대사, 시즈오카현 지사에 서한
"미력하게나마 도움 되겠다"
같은 시각 외교부 본부는 "위로전 검토 중" 입장만

강 대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시즈오카현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친숙한 관광지"라며 "천재지변에 가슴이 아파 깊은 위로를 담아 서한을 보냈다"고 말했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지난 2~3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 사진은 지난 4일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지난 2~3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 사진은 지난 4일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현지 공관이 이처럼 기민하게 움직인 가운데 오히려 서울의 외교부 본부 차원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까지도 "위로전 발송 여부를 포함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자칫 위로전 발송조차 머뭇대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강 대사가 문재인 정부의 첫 정치인 출신 주일 대사로 국내에서도 중량감이 있는 인사인 데다 현지에서 느끼는 심각성 등을 고려해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재국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로서 취한 조치이기도 하다.

다만 한ㆍ일 관계가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지진처럼 희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외교부 본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위로의 뜻을 표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최근 양국은 기존의 과거사 문제 등에 더해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ㆍ일 정상회담 불발을 둘러싼 진실 공방,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 문제 등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일 수록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전해 한국이 한·일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지난 2~3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 사진은 지난 4일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지난 2~3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 사진은 지난 4일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주변국들은 더 빨리 반응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사고 당일인 3일 밤 트위터를 통해 "산사태로 피해를 당한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일본이 속해있는 다자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소속 국가인 미국, 호주, 인도도 신속히 위로를 전했다. 호주는 사고 당일 저녁 주일 호주 대사가 트위터에 위로 메시지를 올렸고, 미국은 나고야(名古屋) 영사관이 사고 이튿날인 지난 4일 트위터에 위로 메시지를 올렸다. 주일 인도 대사관 트위터 계정에도 위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앞서 지난 2~3일 시즈오카현 아타미(熱海)시 이즈산(伊豆山) 지구에선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났다. 토사가 주택가를 덮치면서 최소 130동의 건물이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4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며 약 80명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본 NHK는 보도했다. 시즈오카·가나가와(神奈川)현 지역에 이틀에 걸쳐 쏟아진 강수량은 최대 400~500㎜로 1976년 이 지역의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7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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