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곳곳서 이재명 겨냥한 이낙연의 출마 선언…“모든 걸 제 자리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낙연(69)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대한민국 지도자는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슬로건은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었다. 출마 선언의형식은 나흘 전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영상 출마 선언이었지만 내용 면에선 구석구석 이 지사와 차별화를 위한 상대적 강점 부각에 초점을 맞췄다. 

8분 40초 분량의 영상에서 이 전 대표는 “그 일을 제가 하겠다”는 선언 형식의 말을 5차례 반복하며 이미 여러 차례 밝힌 신(新)복지와 중산층 경제 구상 외에 개헌·연성 외교·문화 강국 등을 더한 5대 정책 비전을 설명했다. 비전 곳곳에서 이 지사와의 차별점이 강조됐다.

차별화 전략…“저‘는’ 할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라며 8분 40초간 홀로 연설하는 방식으로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낙연 전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라며 8분 40초간 홀로 연설하는 방식으로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 전 대표가 차별화를 위해 이날 처음 꺼내든 카드는 ‘신외교’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연성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와 문화가 뒷받침해줄 것”이라며 “우리는 BTS 보유국, 봉준호 보유국, 윤여정 보유국으로 백범 김구선생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예술 만큼은 철저하게 그 분들의 시장에 맡겨 놓고, 정부는 입을 닫고 지갑만 열도록 하겠다”거 말했다. ‘국익중심 균형외교’라는 일반론 속에서 “강력한 자주 국방”을 강조한 이 지사와는 강조점이 다른 외교관이었다.

외교·국제 문제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이 전 대표는 “저는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세계 25개국을 방문해 정상급 지도자들과 회담했다. 높아진 국격에 부응하는 외교를 저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과 국제부장을 거쳤고, 총리 재임 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특사로도 활동했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외교 계승”을 거론하며 “북한 핵문제는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의 틀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하도록 한국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개헌·복지…기본소득과 대립각

이낙연 전 대표는 "저는 우리 민주당의 세 분 대통령을 모셨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다. 저는 그분들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정책을 익혔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낙연 전 대표는 "저는 우리 민주당의 세 분 대통령을 모셨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다. 저는 그분들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정책을 익혔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 전 대표는 “헌법에 생명권·안전권·주거권을 신설하고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해 부자들이 불로소득을 독점하지 못하게 막겠다”며 기본권 확대에 중점을 둔 개헌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강화”로 문재인 정부 기조의 계승자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들의 구휼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던 이 지사를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슬로건 중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에 맞선 ‘신복지’ 구상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채택됐다. 이 전 대표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국가가 보호해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 전 65%에 달하다 지금 57%까지 줄어든 중산층 비중을 70%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국가의 적극적 복지·경제 개입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현금성 소득 보전에 방점을 둔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기조가 다르다. 

이재명 상대 본격 선공(先攻)으로 반전 시도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9인 중 가장 늦게 출마선언을 했다. 지난 1일 출마선언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나흘 늦은 날짜를 택했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9인 중 가장 늦게 출마선언을 했다. 지난 1일 출마선언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나흘 늦은 날짜를 택했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날 출마 선언에 앞서 라디오에도 출연한 이 전 대표는 “당에 많은 의원이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지사를 향한 공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지사의 발언들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시원하다고 지지하는 의견이 많지 않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차츰 진면목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지사가 지난 1일 해방 직후 미국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정치는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다”며 “지도자는 자신의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여의도 IFC몰 CGV에서 진행된 대선 출마선언식 행사장을 방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여의도 IFC몰 CGV에서 진행된 대선 출마선언식 행사장을 방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 전 대표 측의 재선 의원은 “지금까지 정책 제시에 주력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정무적 메시지 공격을 시작할 것”(재선 의원)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선언문에서 노래 가사를 인용해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한때 40%대를 기록했던 지지율을 회복, 본선 경쟁력을 내세워 1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지율이 추가 하락하는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날 정세균 전 총리로 단일화를 이룬 정세균·이광재 연대와 추가 단일화를 통한 ‘반(反) 이재명 연합’을 완성하는 그림도 열어둔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은 “우리가 먼저 그림을 짜고 제안하지는 않겠지만, 경우에 따라 가능성은 열려 있다”(캠프 관계자)는 입장이다.

5일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임현동 기자

5일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임현동 기자

이날 ‘필연 캠프’ 라는 이름으로 발대식을 연 이 전 대표의 대선 캠프에는 당내 친문·호남·언론계 출신 의원들이 다수 포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5선 설훈 의원을 좌장으로 박광온(총괄본부장), 최인호(상황본부장), 홍익표(정책본부장), 정태호(정책본부장), 김철민(조직본부장), 윤영찬(정무실장) 의원과 배재정 대변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