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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친분으로 사면됐다"는 수산업자…靑 "전형적 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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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이 5일 수산업자 행세를 하며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뿌린 김모씨 사건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했다. 뉴스1

서울경찰청이 5일 수산업자 행세를 하며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뿌린 김모씨 사건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했다. 뉴스1

경북 포항시의 수산업자 행세를 하며 100억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43)씨가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입건된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이다.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5일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4명이며 이들의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언급한 피의자 4명은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이후 강등 인사가 난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직위해제된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4명이다. 경찰은 또 김씨의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그동안 참고인으로 12명을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김씨가 유력 인사에게 고가의 선물과 금품 등을 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 4월 1일부터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월 3일 첩보가 입수돼서 가짜 수산업자에 대한 본 수사가 시작됐고, 아직 (청탁금지법) 입건 대상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으로 사실상 수사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선동오징어(잡자마자 배에서 급속냉동시킨 오징어) 사업을 하는 수산업자 행세를 하며 116억 원대 투자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2일 검찰에 김씨를 구속 송치했다. 이후 경찰은 5월 초 청탁금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인물을 입건했고 5월 말에는 김씨가 수감 중인 구치소도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감방동기 정치권 인사 시작으로 문어발 인맥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함께 수감 생활을 한 전직 언론인이자 정치권 인사인 송모씨를 통해 정·관계 인사들과 교류하게 됐다고 한다. 김씨로부터 고가의 수입 차량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 특검도 송씨를 통해 알게 됐다. 송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17년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는데, 박 특검이 송씨의 변호를 맡은 인연이 있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5일 김모씨에게 고급 렌터카를 렌트했다는 보도에 대해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했고, 가끔 의례적인 안부 전화를 한 사이"라고 해명했다. [중앙포토]

박영수 특별검사는 5일 김모씨에게 고급 렌터카를 렌트했다는 보도에 대해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했고, 가끔 의례적인 안부 전화를 한 사이"라고 해명했다. [중앙포토]

김씨로부터 고급 시계와 자녀 학원비 등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 부장검사는 박 특검에게서 김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된 적이 있는 이 부장검사가 2019년 8월 포항지청으로 발령이 나자 지역 사업가인 김씨를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박 특검은 5일 입장문을 통해 “명절에 3~4차례 대게, 과메기를 선물로 받았으나 고가이거나 문제 될 정도의 선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평소 주변의 신뢰가 있는 송모씨의 지인이라고 생각하여 방심을 한 것이 제 잘못이고,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하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고가 수입 차량 제공 의혹에 대해선 “처를 위해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차를 구입해주기 위해 여러 차종을 검토하던 중 김모씨가 이모 변호사를 통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렌터카 회사 차량의 시승을 권유했고, 그 회사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며칠간 렌트를 했다”면서 “그 이틀 후 차량은 반납했고, 렌트비 250만원은 이모 변호사를 통해 김모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박 특검 외에도 박지원 국정원장과 야권의 중진 의원 등이 김씨로부터 수산물 등을 배달받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 것으로 나타나 경찰의 조사 대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靑,“수산업자 ‘대통령 편지’는 전형적 사기 행태”
김씨는 또 주변 사람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기념품과 문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편지를 진열해 놓고 사진을 찍어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씨가 특별사면을 받은 배경에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 방송사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자 “이 사람이 보이는 행태는 전형적인 사기”라며 “(야당이 이를 문 대통령과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편지 사진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보낸 편지가 저렇게 허술할 리 없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면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김씨가) 2018년에 특별사면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면 그때 사면을 받은 165만여명이 모두 청와대와 관계가 있나”라며 “무리한 비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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