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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80% 내는데 지원금 제외" 상위 20% 이유있는 분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인당 25만원씩의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만 선별 지급하기로 하면서 상위 20%의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상위 20%를 구분하는 기준이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지급 기준과 납세에 따른 공정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상위 20% 세금 절대적" 팩트

5차 재난지원금에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위 20%가 소득세의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게 온라인 등에서 제기되는 주된 불만이다. 5일 재난지원금 관련 기사에도 “상위 20%는 세금 낼 때만 국민, 지원금 받을 땐 외국인임. 국민 갈라치기 지겹다”는 댓글이 가장 많은 동의를 받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같이 댓글을 통해 제기된 주장은 사실일까.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본 결과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소득세 결정세액을 기준으로 상위 20%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에도 상위 20%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80% 이상을 납부한다.

"월 2000만원 내는데 소외감"

전문직인 김모(50)씨는 매달 세금으로만 2000만원을 내고 있다. 김씨는 “객관적으로 고소득자이고, 충분한 여유가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재난지원금의 대상에서 빠진 건 허탈하다. 소득세랑 건보료 등 준조세를 다 따지면 소득의 50% 정도가 세금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문직이지만 개인 사업으로 영업을 하는 업무 특성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소득이 줄기도 했다.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의 소득세가 전체 80% 넘어 

국세청이 발간한 2020 국세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소득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2.5%를 납부했다. 상위 10%가 1년간 받은 총급여는 223조원가량으로 전체의 31.1%에 달한다. 이에 대해 상위 10%가 신고한 소득세 결정세액 총액은 2조9800억원이다. 상위 20%로 확대할 경우 전체 근로소득세의 87.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액수로 따지면 약 3조5900억원이다.

종합소득세에서도 상위 20%의 비중은 두드러진다. 종합소득금액을 기준으로 한 분위별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9년 상위 1%가 전체 종합소득세의 50.1%를 신고했다. 상위 10%가 차지한 비중만 85.9%에 달했다. 이를 상위 20%로 넓히면 전체 종합소득세의 93.6%를 상위 20%가 차지했다. 하위 50%는 전체의 1.1%에 그쳤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같은 기간 세금을 내지 않은 면세자는 705만명에 달했다. 전체의 36.8%에 해당한다. 5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지원금을 수령할 전망이다.

월세 1인 가구…"내가 진짜 상위?"

1인 가구로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모(30)씨도 이번 지금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1인 가구 소득 하위 80% 기준인 월 329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고 있어서다. 최씨는 “집을 물려줄 부모님도 안 계시고 당연히 수중에는 집도 차도 없어 월세를 내는데 경제 수준으로 내가 상위 20%가 맞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6월분 건강보험료와 가구 정보 등을 반영해 명확한 가구소득 하위 80% 기준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맞벌이·1인 가구 등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정책을 논의 중인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일단 공시가격 15억원 이상 주택(재산세 과세표준 합산액 9억원 초과) 소유자, 금융 소득 연 2000만원 이상 자산가는 중위소득 180% 이하라도 제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세 20억∼22억원 아파트에서 살거나 연 1.5% 금리를 받는 13억4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하면 국민지원금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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