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사는 1인가구, 연봉 때문에 지원금 못받는 게 황당”

중앙일보

입력 2021.07.05 08:01

업데이트 2021.07.05 10:14

“1인 가구면 자취하면서 월세 사는 사람들도 꽤 있을 텐데, 단지 연봉 때문에 제외되는 게 황당하네요. 결국은 혼자 사는 1인이 내는 그 많은 세금으로 저소득층 혜택만 더 주는 꼴이네요.”

재난지원금 기준 놓고 반발 커져
與서도 '전 국민 지급' 주장 나와
"당내 반대에도 결정 안바뀔 듯"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은 600만원이 될까 말까 하는데, 자녀 둘이 중고등학생이어서 먹고살기가 빠듯해요. 그런데 상위 20%요? 저희처럼 적은 금액 차로 받거나 못 받거나 갈리면 진짜 짜증 날 것 같아요.”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의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4일 한 친여(親與) 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해당 글에는 “수백억 부잣집 아들이 알바하면서 최소 수입으로 살아도 지원금을 받는다”, “이 정부는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자가 증오 대상인가 보다. 맞벌이 부부는 적은 소득에도 상위 20%가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결정한 5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검토 중인 소득 하위 80% ‘컷오프’ 기준은 건보료 직장 가입자를 기준으로 따지면 세전 월 소득으로 ▶1인 가구 329만원 ▶2인 가구 556만원 ▶3인 가구 717만원 ▶4인 가구 878만원 ▶5인 가구 1036만원 ▶6인 가구 1193만원 등이다. 4인 가구 연 소득으로 환산하면 1억536만원 정도다.

경계선상에서 '소득역전' 현상 발생

가장 불만이 큰 부분은 소득 하위 80%의 경계 선상에서는 소득 몇 원이 많다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컷오프)될 수 있다는 점이다. 4인 가구라면 100만원의 지원금을 못 받는 셈이다.

소득 하위 80%가 받는 지원금을 하위 80.01%는 한 푼도 받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는 하위 80%가 하위 80.01%보다 연 소득이 많아지는 '소득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와 관련 TF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기초연금ㆍ국가장학금ㆍ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재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하는 모든 사업이 갖고 있는 문제”라며 “설사 이러한 문제가 있더라도 사업 취지에 맞는 대상선정 및 선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적정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가 불리하다는 점도 문제다. 예컨대 지금 거론되는 기준으로는 자녀 한명을 두고 각자 연봉 4300만원을 약간 넘게 버는 맞벌이 부부는 이번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이 적은 맞벌이 부부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1인 가구에는 빈곤 노인이나 저소득 청년 가구가 많아 지급 기준인 중위소득이 낮다. 혼자 사는 대기업 사원은 지급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또 소득은 높지만, 재산은 적은 가구는 지원금을 못 받고, 역으로 재산은 많은데 소득은 적은 가구가 지원금을 받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이 되는 건보료 계산에서 소득만을 반영하는 ‘직장 가입자’와 달리 소득과 자산을 모두 반영하는 ‘지역 가입자’에게 불리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이처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예외 규정을 논의 중이다. TF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공시가격 15억원 이상 주택(재산세 과세표준 합산액 9억원 초과) 소유자, 금융 소득 연 2000만원 이상 자산가는 중위소득 180% 이하라도 제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세 20억∼22억원 아파트에서 살거나 연 1.5% 금리를 받는 13억4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하면 국민지원금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맞벌이 부부 등에게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TF는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에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며 “외벌이 가구와의 형평성, 맞벌이 가구들의 실제 소득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이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돈을 주고도 욕을 먹는’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정은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때도 대상을 당초 70%로 정했다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교, 주철현, 진성준, 홍정민, 이동주, 이규민 의원. 2021.6.25/뉴스1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교, 주철현, 진성준, 홍정민, 이동주, 이규민 의원. 2021.6.25/뉴스1

전혜숙 최고위원은 2일 “(하위 80%를) 선별하는 데 공무원들도 고생할 것이고 받는 국민들 모두 불평불만을 할 것”이라며 “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처럼 (전 국민에게) 지원해야 한다. 수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강병원 최고위원도 “신용카드 캐시백을 철회하고, 이 예산 1조1000억원을 재난지원금에서 제외된 사람들에게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기재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선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지급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적지 않다”며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이런 주장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앞선 당정 협의 결과가 있는 것이고, (선별 지급을 원칙으로 내세운) 국민의힘과도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라 실제 뒤집힐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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