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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동물 실험·희생 없는 비건 화장품으로 윤리적 아름다움 가꿔요

중앙일보

입력

환경재단은 매년 세계 각국의 정부, 연구소, 시민단체 등에 소속된 환경 전문가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전 세계 대륙·국가별 환경오염에 따른 인류 생존의 위기 정도를 시간으로 표현해 발표해요. 이를 환경위기시계라 하는데, 0~3시까지는 ‘좋음’, 3~6시는 ‘보통’, 6~9시는 ‘나쁨’, 9~12시는 ‘위험’을 나타내죠. 2020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환경위기시각은 9시 47분, 한국 환경위기시각은 9시 56분이에요. 환경보호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필(必)환경’ 시대가 도래한 거죠.

박 대표는 지구와 인간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날을 꿈꾸며 6년 전 비건·클린 뷰티 브랜드 ‘플랑드비’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지구와 인간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날을 꿈꾸며 6년 전 비건·클린 뷰티 브랜드 ‘플랑드비’를 만들었다.

‘환경보호’ 하면 어떤 행동이 떠오르나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일상 속 플라스틱 줄이기, 세제 적게 쓰기 등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운동이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치죠. 최근에는 환경 문제에 있어 소비자뿐 아니라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지난해 소비자가 우유 팩에 붙어있는 일회용 빨대를 모아 매일유업에 보내는 ‘빨대 어택’ 캠페인을 펼치자, 기업이 이에 응답해 빨대 없는 제품을 출시한 것처럼요. 비건·클린 뷰티 브랜드 ‘플랑드비’의 박아름 대표 역시 6년 전부터 지구와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필환경적인 화장품을 만들어왔습니다. 김리안·최지원 학생모델이 박 대표를 만나러 서울 송파구 작업실을 찾았죠.

리안: 비건 화장품의 정의가 궁금해요.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을 말해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완벽한 비건 화장품이라 부를 수 있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일지라도 동물성 성분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좀 더 나아가 억지로 식물을 깎거나 죽이지 않고, 지속가능한 재배 환경을 지키며 얻은 식물성 성분을 사용한다면 더욱 좋겠죠. 비건 화장품에 식물성 성분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된 건 많은 동물의 노고 덕분이에요. 마스카라를 개발하기 위해 토끼 눈에 수백 번씩 화장품을 바르며 테스트하고, 상어류의 간에서 사람의 피부에 좋은 스쿠알란이란 성분을 채취하는 것 같은 일들이요. 이런 안타까운 과정을 거쳐 더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했죠. ‘그런데도 굳이 동물의 삶에서 무언가를 빼앗아서 사용해야 할까’ 질문해 본다면 답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지원: 왜 일반 화장품이 아닌 비건 화장품을 만들기로 결심하셨나요.
누구나 아름다움을 가꿀 자격이 있지만, 누군가를 해치면서까지 예뻐지고 싶진 않았거든요. ‘지구와 공생하며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고민 끝에 비건 화장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죠. 이 일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건 자신을 잘 돌보고 아껴야 한다는 거예요. 피곤하거나 마음이 힘들면 주변을 챙길 여유조차 사라지거든요. 지구·환경·동물도 마찬가지죠. 나를 포함한 우리가 모두 행복하게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지원: 비건 화장품의 장·단점이 궁금해요.
가장 큰 장점은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얻은 성분으로 나를 가꿀 수 있다는 거죠. 단점이 있다면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과 똑같은 기능을 할 순 없다는 거예요. 여기서 기능은 식약처·연구기관 등에서 ‘피부에 탄력을 준다’ ‘피부를 환하게 해준다’고 검증한 것들을 말해요. 화장품에 많이 쓰이는 콜라겐·엘라스틴 같은 성분은 피부를 매끈하고 머릿결을 찰랑거리게 해주지만, 대부분 동물성이라 비건 화장품에는 사용할 수 없죠. 하지만 화장품이 약품은 아니기 때문에 동물성 성분이 없다고 해서 그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진 않아요.
리안: 비건 화장품과 일반 화장품의 제조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만드는 과정이 좀 더 까다롭긴 하지만 제조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다만 화장품에 들어가는 재료, 그 재료가 수확된 과정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게 힘들고, 비용이 더 들기도 하죠. 코코넛 오일을 예로 들어볼까요. 코코넛 나무는 3m 높이까지 자라는데, 어떻게 하면 코코넛 열매가 상하지 않게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을까요. (리안: 집게를 사용해요.) 열매가 높이 달려있기 때문에 상처날 수 있겠죠. (리안: 동물을 훈련해 코코넛을 따 오라 하는 건 어떨까요?) 실제로 원숭이에게 일정 보상을 하고 코코넛을 따 오도록 훈련하기도 해요. 안타깝게도 원숭이는 철창에 갇혀 고통받으며 코코넛 따는 교육을 받는데, 이건 동물 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의 취지와 맞지 않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느릴지라도 노동자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고 정당한 과정을 거쳐 수확한 코코넛으로 만든 ‘공정무역’ 코코넛 오일을 사용합니다. 누군가를 해치지 않고 물건을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단순히 동물만 해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니라는 것, 꼭 기억하세요. 비건·클린·친환경 등 뷰티 앞에 수많은 수식어가 붙지만,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건 윤리적인 아름다움이거든요.
환경을 생각하는 박 대표의 신념이 담긴 플랑드비의 제품들.

환경을 생각하는 박 대표의 신념이 담긴 플랑드비의 제품들.

지원: 환경을 위해 택배 출고도 주 1회로 정했다고 들었어요.
요샌 새벽·한밤 가리지 않고 택배를 받을 수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배송되면 사실 불편하죠.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하니까 매일 택배 보내고 많이 팔면 저도 좋아요(웃음). 하지만 운송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 감소는 물론이고, 과도하게 물건을 쟁여놓고 쓰는 것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사서 쓰는 게 환경에 훨씬 좋은 거거든요. 기업인이자 소비자인 제가 추천하는 건 ‘적정 소비’예요. 택배가 출고되는 일주일 동안 ‘이 물건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 고민해 보세요. 심사숙고해 구매했을 때 더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건 선크림 만들기에 앞서 박 대표(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비건 선크림은 병풀 워터·브로콜리 추출물·동백나무 씨 오일 등 식물성 성분을 배합해 만든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건 선크림 만들기에 앞서 박 대표(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비건 선크림은 병풀 워터·브로콜리 추출물·동백나무 씨 오일 등 식물성 성분을 배합해 만든다.

김리안(왼쪽)·최지원 학생모델이 동물실험을 거치치 않고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선크림 만들기에 나섰다. 핸드믹서를 이용해 식물성 원료를 고루 섞고 있는 두 사람.

김리안(왼쪽)·최지원 학생모델이 동물실험을 거치치 않고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선크림 만들기에 나섰다. 핸드믹서를 이용해 식물성 원료를 고루 섞고 있는 두 사람.

인터뷰 후 박 대표를 따라간 제조실은 마치 과학 실험실을 연상케 했습니다. “비건 화장품에 대해 공부했으니 이제 만들어 볼까요. 오늘은 식물성 성분을 배합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무기자차 선크림을 만들 거예요. 선크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무기자차는 무기화합물 성분이 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반사하고, 유기자차는 화학 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방출하는 원리죠. 그런데 유기자차에 들어가는 성분은 해양오염의 주원인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 사용을 줄이는 게 좋아요. 피부 진정을 돕는 병풀 워터, 보존제 겸 보습제, 피부를 지켜주는 브로콜리 추출물, 피부 자극을 완화하는 동백나무 씨 오일, 로션 제형을 만들어줄 올리브 왁스, 자외선을 차단하는 징크옥사이드 등을 사용할 거예요.”

플랑드비는 비건 선크림과 같이 꼭 필요한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적정 프로젝트’ 클래스를 운영한다(현재 임시중단). 화장품 재료에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제 캔들을 사용하는 모습.

플랑드비는 비건 선크림과 같이 꼭 필요한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적정 프로젝트’ 클래스를 운영한다(현재 임시중단). 화장품 재료에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제 캔들을 사용하는 모습.

우선 저울에 계량컵을 올리고 병풀 워터를 계량해 넣은 뒤 따뜻하게 데워질 때까지 열을 가합니다. 불필요한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핫플레이트 대신 직접 만든 수제 캔들을 쓰고요. 모든 과정에 일회용품·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제 올리브 왁스·동백 씨 오일·징크옥사이드 등 크림 원료를 계량해서 한데 섞은 뒤 열을 가해 녹여주세요. “재료가 적당히 녹으면 병풀 워터를 붓습니다. 크림 원료와 워터 사이에 층이 나뉜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핸드믹서를 이용해 재료를 고루 섞는데, 핸드믹서를 높이 들어 올리면 화장품이 여기저기 튈 수 있으니 컵 바닥 부분에 바짝 대고 사용해 주세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든 비건 선크림. 화장품이 오염되지 않도록 스패츌러를 이용해 깨끗이 소독한 유리병에 담으면 완성이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든 비건 선크림. 화장품이 오염되지 않도록 스패츌러를 이용해 깨끗이 소독한 유리병에 담으면 완성이다.

‘윙~’ 핸드믹서 소리와 함께 식물성 재료가 서서히 선크림으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죠. 두 학생기자는 “생크림 같다” “집에서 사용하는 로션이랑 다를 바 없다”며 놀랐습니다. 층이 생기지 않도록 중간중간 열을 가하며 잘 섞고 나니 판매용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탄탄한 제형의 비건 선크림이 탄생했습니다. 오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깨끗이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주면 짠! 이번 여름 햇빛으로부터 소중 학생기자단의 피부를 지켜줄 선크림 완성이죠. 박 대표는 “오염되지 않는다면 사용기한은 4개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거울을 보며 얼굴·손에 비건 선크림을 발라본 두 사람은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었는데도 뻑뻑하지 않고, 피부도 은은하게 뽀얘지는 느낌이라 기분 좋아요”라며 웃었죠.

“지금 당장 여러분이 사용하던 모든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거나 매번 오늘처럼 만들어 쓸 순 없어요. 하지만 재활용이 어려운 튜브 제품, 미스트·선 스프레이 같은 스프레이류, 스프링이 들어간 펌핑 용기를 쓰지 않는 등 소소한 환경 운동은 얼마든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죠. ‘이걸 꼭 사용해야 할까?’ 스스로 질문하며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최지원(왼쪽)·김리안 학생모델이 각자 만든 비건 선크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비건 선크림을 발라본 두 사람은 “발림성도 부드러울뿐더러 지구를 지키는 제품이라는 생각에 기분까지 좋아진다”고 말했다.

최지원(왼쪽)·김리안 학생모델이 각자 만든 비건 선크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비건 선크림을 발라본 두 사람은 “발림성도 부드러울뿐더러 지구를 지키는 제품이라는 생각에 기분까지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안타깝게 희생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을 사용하면 동물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죠. 동물뿐 아니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직접 실천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요. 더는 사람들의 필요 때문에 동물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비건 화장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에요.  김리안(서울 잠일초 5) 학생모델

평소 비건 화장품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플랑드비에서 비건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인터뷰에 정성 들여 답해주신 대표님 덕분에 비건 화장품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죠. 지구와 인간에 유해하지 않은 재료로 비건 선크림을 만드는 색다른 경험도 했는데요. 평소 선크림이나 로션 같은 화장품을 쓸 때 아무 생각 없었는데, 화장품에 들어가는 실리콘 같은 성분들이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가 산호와 해양 생물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번 취재를 계기로 가능하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평소 환경을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친구들에게도 비건 화장품에 대해 알려줄 거예요. 더 많은 사람이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한 비건 화장품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최지원(경기도 신풍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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