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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동해가 발아래, 경북 영덕서 타본 국내 유일 관광 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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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고래산마을에 전국 유일의 헬기 투어 상품이 있다. 영덕 풍력단지의 모습. 헬기를 타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백종현 기자

경북 영덕 고래산마을에 전국 유일의 헬기 투어 상품이 있다. 영덕 풍력단지의 모습. 헬기를 타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백종현 기자

헬기는 대지를 흔들며 하늘로 솟구쳤다. 순식간에 600m 상공이었다. 안전벨트와 헤드셋은 큰 위안이 되지 않았다. 시속 220㎞. 벨(Bell)사의 ‘206B 제트레인저’ 헬기는 굉음을 내며 고래산(291m)과 봉화산(285m)을 훌쩍 넘어 동해안으로 나아갔다. 어느새 바다 위였다. 탑승객 모두 각자 창문에 바짝 붙어 동해안의 유려한 곡선을 내려다봤다. 축산항의 등대와 고깃배, 알록달록한 지붕을 뒤집어쓴 어촌의 풍경은 흡사 미니어처 장난감 같았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태평양을 타고 온 거센 바람이 파고 들어왔다. 6월 24일 생전 처음 경험한 헬기 투어의 기억이다.

헬기에서 본 영덕 노물항의 전경. 백종현 기자

헬기에서 본 영덕 노물항의 전경. 백종현 기자

국내에도 헬기 투어 상품이 있다. 의외로 경북 영덕에 있다. 헬기 투어는 하와이, 그랜드 캐니언, 뉴욕 등 세계 유수의 휴양지와 도시의 인기 관광 상품이다. 국내에서도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관광용 헬기가 서울‧제주도‧강릉‧울릉도‧목포 등을 오갔으나, 대부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관광객 유치에 실패하며 시나브로 사라져 버렸다.

현재 국내에서 헬기 관광 상품을 운영하는 곳은 경북 영덕 축산면에 기지를 둔 ‘더 스카이’가 유일하다. 5인승부터 14인승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는 ‘하늘 위의 리무진’으로 통하는 시코르스키(Sikorsky)사의 14인승 ‘S-76(14인승)’ 모델도 있다. 한 대에 100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영덕 고래산마을에는 10대의 헬기가 있다. 사진은 '벨'사의 5인승 206B 제트레인저. 백종현 기자

영덕 고래산마을에는 10대의 헬기가 있다. 사진은 '벨'사의 5인승 206B 제트레인저. 백종현 기자

10~20분간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동해안 투어가 주요 상품이다. 대진해수욕장과 축산항 등을 거치는 10분짜리 ‘영덕 비치 플라이’ 상품의 경우 1명당 15만원(4인 이상)을 받는다. 울릉도 여행도 가능하다. 강릉이나 포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3시간 이상 걸리지만, 헬기로는 40분이면 울릉도에 닿는다. 왕복 2시간이면 독도 상공도 다녀올 수 있다. ‘더 스카이’ 조재성(54) 대표는 “대략 2만 시간을 비행한 20~3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헬기 투어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4인 이상이 탑승했을 경우 한 명당 10분에 15만원꼴이다. 영덕∼울릉 왕복 비행(10명까지 탑승)은 800만원이 든다. 1명당 89만원꼴이다. 헬기는 유지비가 많이 든다. 비행기와 달리 회전하는 프로펠러만으로 양력과 추력을 얻어야 해서 연료 소비가 많다. 헬기 10분 탑승료가 김포~제주도 항공권보다 비싼 이유다.
장점은 분명하다. 헬기는 저고도로 날 수 있고, 공중 정지 비행도 가능하다. 보다 가깝고 생생하게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헬기 관광도 철이 있다. 6~10월이 제철이다. 11~5월에는 대부분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돼, 예약이 쉽지 않다. 참고로 헬기 산업 분야에서 가장 수익성이 큰 사업은 관광이 아니라 소방이다. 지자체가 6개월간 헬기(조종사와 정비사 포함)를 빌리는 데 한 대당 대략 8억원이 든다.

영덕 헬기장은 축산면 고래산 자락의 농촌 ‘고래산마을’에 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폐교 자리에 헬기를 유치해, 2019년 6월부터 손님을 받는다. 마을을 통해 예약하면 30%가량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헬기에서 바라본 영덕 축산항 일대의 모습. 백종현 기자

헬기에서 바라본 영덕 축산항 일대의 모습.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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