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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퍼카 타는 주식고수女…"내가 죽어야" 100억 사기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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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자 A씨의 SNS에 게시돼 있는 사진. A씨에게 유사수신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A씨가 고가의 사치품을 SNS에 게시하면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주식 투자자 A씨의 SNS에 게시돼 있는 사진. A씨에게 유사수신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A씨가 고가의 사치품을 SNS에 게시하면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2018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주식 투자 수익을 꾸준히 공개하며 ‘주식 고수''인스타 아줌마' 등으로 불린 A씨(35·여)가 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100억원 대의 유사수신 사기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A씨는 하루 5시간짜리 강의에 330만원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투자가로 행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4일 A씨의 지인과 투자자들에 따르면,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자신에게 투자를 하면 투자금의 5~10%가량을 매달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다수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투자자 대부분이 A씨의 뛰어난 주식 투자 실력을 믿고 선뜻 자신의 돈을 맡겼고, 일정 기간 약속한 금액이 실제 지급되자 A씨를 믿고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씨는 오랜 기간에 걸쳐 주식 투자 수익률 그래프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A씨가 SNS에 게시한 주식 그래프 이미지에서 조작 흔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A씨는 자신의 SNS에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낸 그래프 등을 게시하고 고가의 외제차나 시계, 가방 등 사치품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규 투자자 돈으로 '돌려막기' 의혹  

투자자들은 A씨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사기(Ponzi Scheme)’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전문 유튜브 채널 '한방주식TV'를 운영 중인 '소재한방'이 지난 3일 A씨로부터 유사수신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증거자료를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쳐

주식 전문 유튜브 채널 '한방주식TV'를 운영 중인 '소재한방'이 지난 3일 A씨로부터 유사수신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증거자료를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쳐

A씨의 사기 의혹은 지난달 19일 주식 전문 유튜브 채널 ‘한방주식TV’를 운영하는 주식 투자자 ‘소재한방’이 처음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소재한방은 “A씨는 2019년부터 계좌 수익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매도·매수 타점만 공개하기 시작했다”며 “A씨의 그야말로 신과 같은 타점에 조작이 아닐까 의심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하루 300만원씩 벌던 계좌와 2019년 계좌일지를 동영상으로 인증해 주기 바란다”며 “제 의심이 만약 틀린 것이라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A씨에게 사죄 명목으로 1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기점으로 A씨의 사기 의혹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소재한방’의 공개 제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A씨의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돈을 맡긴 뒤 제대로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면서다.

동창생 "10% 수익 믿었는데…4000만원 피해"

현재 A씨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만 160여 명. 피해 금액을 모두 합치면 약 100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A씨에게 25억원을 사기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A씨에게 1억6000만원을 뜯겼다는 B씨(39)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A씨에게 도움을 얻고자 SNS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처음에는 친절하게 가르쳐줘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나에게 돈을 맡기면 매달 5~10% 수익을 주겠다’고 끈질기게 설득하기에 속는 셈 치고 2000만원을 보냈더니 한 달 뒤 10%인 200만원이 지급됐다”며 “괜찮은 것 같아 2억원을 보냈고 1600만원을 한 번 받았다가 더 이상 수익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SNS에 자신의 가족 사진도 올려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줬고, 자신의 주식 실력을 꾸준히 인증했기 때문에 믿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A씨의 주식 강연을 도와준 스태프들까지 돈을 뜯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학창시절 A씨와 친구 사이였다는 C씨(34·여)는 “수년 전부터 A씨가 본인에게 돈을 맡기라고 자주 얘기했지만 계속 거절 해오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고, 나도 임신을 해 막막해진 상황에서 A씨가 월 10%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하기에 돈을 맡겼다”며 “정해진 날짜가 다가오면 이런저런 핑계로 정산을 미뤄 지급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더니 결국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의 총 피해금액은 4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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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책임지고 갚고 싶은데 돈 다 뺏겨"  

경찰은 A씨의 사기 의혹을 인지하고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4일 오전 대구경찰청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A씨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후 투자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도 지난 3~4일 이틀간 A씨와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A씨는 SNS에서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이틀간 SNS에 올린 게시물 중 100개 이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A씨의 소재를 찾아나선 상황이다.

다만 A씨는 지난 3일 자신의 지인에게 “책임지고 갚아나가고 싶은데 사람들은 이제 기회도 주지 않을 것 같고 당장 내가 살 수 있는 돈 한 푼 없이 다 빼앗겼다”며 “그냥 내가 죽어야 가족들에게 비난을 덜할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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