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장으로 읽는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문명』

중앙일보

입력 2021.07.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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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명

문명

“아니, 정신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느낌이야. 캣님과 달리 이건 머리를 콕콕 찌르는 것 같아. 내 생각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기분 나빠. 이런 독약은 앞으로 다시는 안 마실 거야.” 볼프강이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찬다. “양이 충분치 않아서 그렇다니까. 다시 마셔 봐. 더 과감하게. 홀짝거리지 말고 한 번에 다 마셔. 내 집사였던 대통령은 그렇게 해야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어. 이건 우두머리들이 마시는 음료야. 이걸 마셔야 우두머리의 생각을 하게 되는 거야.” 베르나르 베르베르 『문명』

애주가라면 마음이 흐뭇해질 문장이겠다. 테러와 감염병으로 인간 문명이 쇠락하자, 고양이들이 연대와 공존에 기초한 새로운 문명을 세워나간다는 소설이다. 예술과 사랑, 유머라는 인간만의 특징을 체득해가는 고양이들을 통해 인간중심주의에 질문을 던진다.

“인간도 마찬가지니 성급히 일반화하지는 말아라. 설마 그 많은 수의 인간들이 다 실망스럽기야 하겠니. 틀림없이 괜찮은 인간도 섞여 있을 거야.” “항문을 가린 존재는 모두 진실한 감정을 숨기고 싶어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진실은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고양이 사랑으로 유명한 베르베르의 고양이 연작. “인간들은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오. 세상은 그들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들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니까.”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일이라면 하는 쪽을 택하렴. 했을 때 생기는 최악의 결과라 해봐야 그걸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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