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탕비실’이 뭔가요

중앙일보

입력 2021.07.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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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탕비실’이 무슨 뜻일까? 한의원에서 한약을 달이는 방일까? 아니면 경비실의 다른 이름인가? 아마도 이 단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감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탕비실’은 회사나 공공기관 등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표지판이다. ‘탕비실’은 한자어로 끓일 탕(湯), 끓일 비(沸), 집(방) 실(室)로 구성돼 있다. 한자로는 무언가를 끓이는 방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탕비실’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낱말이다. 왜일까?

원래 우리말이 아니라 일본에서 사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탕비’와 관련해 일본어에는 ‘유와카시(湯沸し)’란 단어가 있는데 물 끓이는 주전자를 뜻한다. 건축 용어 등으로 탕비실(湯沸室, ゆわかししつ)이란 말이 쓰이기도 한다고 한다.

‘탕비실’이 우리나라에선 사무실이나 병원, 공공기관 등에서 물을 끓이거나 그릇을 세척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공간(방)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 쓰이는 이유는 법률에 나와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소방이나 건축 관련 법률·조례 등에 ‘탕비실’의 설치 규격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일본 법률을 참고하면서 ‘탕비실’이란 용어가 들어왔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국립국어원은 ‘탕비실’의 대체어로 ‘준비실’을 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준비실’이 ‘탕비실’의 뜻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는 대체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대체어는 원어의 사전적 의미를 우리말로 그대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의미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 용어를 제시하는 것일 뿐이다.

‘탕비실’은 경우에 따라 ‘준비실’ ‘다용도실’ ‘간이조리실’ 등으로 바꿔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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