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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집값 하락' 경고에도…불붙는 2030 '영끌빚투'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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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에 12.97% 올라 상반기 기준으로 2002년(16.48%) 이래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4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에 12.97% 올라 상반기 기준으로 2002년(16.48%) 이래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요즘 정부가 연일 '집값 하락'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서울 집값이 장기 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도 같은 날 "주택 시장 하방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보고서를 통해 "소득 대비 집값 상승이 과도하며 금융 충격이 닥칠 경우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회의를 주재하면서 "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딱 10년 전인 2011년 기사를 검색해보면 '하우스푸어', '깡통전세' 문제가 가장 심각한 이슈로 등장한다”며 "버블이 끝없이 팽창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경고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값은 12.97% 올라 지난해 연간상승률(12.51%)을 뛰어넘었습니다.

요즘 집값을 올리는 주된 동력은 2030세대의 '영끌빚투(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5090건으로,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867건으로 가장 많고 40대(1299건), 50대(828건), 60대(437건), 70대 이상(311건), 20대 이하(277건) 등의 순이었습니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40% 선을 넘긴 42.1%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30대 남성이 강남 지역의 아파트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30대 남성이 강남 지역의 아파트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구(53.8%)·강서구(52.1%)·성동구(50.9%)·노원구(50.4%)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는 2030세대의 매수비중이 절반을 넘기도 합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생애 처음으로 서울 부동산을 매입한 30대는 2019년 상반기 2만5121명에서 올 상반기 4만9068명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또 지난달 진행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청약에는 2030세대가 1만7323명이나 신청했습니다.

이같이 2030세대의 주택매수가 더 늘어나는 건 '벼락거지 공포'를 느끼는 그들에게 정부의 경고가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곧 집값이 내려 갈테니 집 사지 말라"고 정부가 말린 적이 한두 번이었냐며 오히려 정부가 강력하게 말릴 때가 사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들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정부의 말을 들은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고, 반대로 한 사람은 '벼락부자'가 됐다는 글도 있습니다. "집 사지 말라"="늑대가 왔다"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이 정부가 2030세대에게까지 '양치기 소년'이 됐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함종선 부동산팀장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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