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구 분리 신청 OK, 전국민 지급 후 고소득 환수 NO”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20:16

업데이트 2021.07.04 20:41

부부가 따로 살면서 맞벌이를 하고 있다면 세대를 나눠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전 국민에 먼저 지급하고 소득 상위 20%에 대해선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법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소득 하위 80% 국민지원금, 범정부TF 문답 자료

기획재정부ㆍ행정안전부ㆍ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이런 내용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문답 자료를 4일 배포했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에 따르면 국민지원금은 지난해 가구당으로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개인별로 지급된다. 부부와 성인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라면 각각 25만원씩 개인 명의 카드에 지급되는 방식이다. 다만 미성년 자녀에 대한 지원금은 이전과 같이 세대주에게 나간다.

TF 측은 “지난해 세대주 일괄 지급으로 행방불명, 별거 등 다양한 경우로 본인에게 재난지원금의 실질적 지급이 어려워 다수의 민원이 발생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지원금 지급 여부를 가를 소득 하위 80% ‘컷’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발표가 늦어진 데 대해 TF는 “6월분 최신 건강보험료 최종 확정(오는 10일) 후 약 3주간 작업을 거쳐 정확한 기준을 발표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만 “5월분 건보료 및 주민등록 정보를 바탕으로 간략히 시뮬레이션(모의 계산)을 해 본 결과 기준 중위소득 180% 수준이 하위 80%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건보료 직장 가입자를 기준으로 따지면 세전 월 소득으로 ▶1인 가구 329만원 ▶2인 가구 556만원 ▶3인 가구 717만원 ▶4인 가구 878만원 ▶5인 가구 1036만원 ▶6인 가구 1193만원 등에 해당한다. 4인 가구 기준 합산 연 소득이 약 1억500만원 이하라면 국민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맞벌이 가구는 소득이 높게 잡혀 소득 상위 20%를 걸러낼 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있어 TF는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TF는 “홀벌이 가구와의 형평성, 맞벌이 가구의 실제 소득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소득 하위 80% ‘컷’을 발표할 때 맞벌이는 홀벌이와 다른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부부가 다른 도시에 살면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가구라면 세대를 분리해 국민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때 허용했던 내용으로, TF는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 국민 지급 후 소득 상위 20% 세금 환수’ 방안에 대해 TF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난지원금은 가구 단위로 선별해 지급하는데 소득세는 개인 단위로 부과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소득세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TF 측은 “실제 소득세법 개정을 하더라도 환수 대상 선정을 위한 소득ㆍ재산의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는 게 곤란해 완전히 환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고소득 자산가여도 비과세, 분리 과세 등 조항 때문에 실제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최고세율 42%를 적용하더라도 지급액 25만원을 모두 환수하기 어려운 대상이 나올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근로ㆍ종합소득 외 자산 규모를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운 건보료를 기준으로 삼는 데 대한 비판이 일지만, TF는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 국민에 대한 소득ㆍ재산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초생활수급, 국가장학금 등 일부 저소득 수급 대상을 선별할 때 주로 활용되는 소득인정액을 정부는 이번에 선택하지 않았다. 행정적 비용, 처리 절차 지연 등 때문이다. 가구별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점수화(소득환산액)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 정부의 1일 처리 능력은 약 20만 가구 정도다. TF는 “1일 시스템 처리 능력의 한계로 (전 국민에 해당하는) 약 2320만 가구 조사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막대한 행정 인력이 필요하다”며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2018년에도 있었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에 아동수당(1인 월 10만원, 연 12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다. 당시 선별 기준과 관련한 견해차가 커서 건보료가 아닌 소득인정액을 기준 삼아 대상자를 선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무 조사급’ 소득ㆍ재산 신고가 의무 사항으로 뒤따르며 대상자 반발이 크게 일었다. 각종 소득 자료뿐 아니라 ▶과세 정보 ▶부동산 재산 ▶자동차ㆍ회원권 등 동산 가치 ▶예금 평균 잔액 ▶이자ㆍ배당액 ▶연금 수급 내역 ▶주식ㆍ출자금 시세가액 ▶대출 현황 ▶보험 지급금 등 각종 자료 제출이 필요했다. 이들 자료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취합하고 처리하는데 수백억원 행정 비용도 들었다. 지급 절차도 수개월 지연됐다.

정부가 소득인정액 대신 빠른 결정이 가능한 건보료 기준을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당정이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 초까지 국민지원금 신속 지급을 약속했기 때문에 시간 여유도 없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설명에도 여전히 구멍이 많은 소득 하위 80% 기준 탓에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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