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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뽑은 與후보 1등은 이낙연…“예상과 달라 망했나 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1위를 차지한 이낙연 예비후보가 결과 발표에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1위를 차지한 이낙연 예비후보가 결과 발표에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후보자 ‘국민면접’ 행사의 종합 우승자는 이낙연 전 대표였다. 그는 이날 1차 블라인드 면접 1위를 거쳐 1·2차 합산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9명의 후보가 ‘대통령 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서 면접을 보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송영길 대표는 행사에 앞서 “후보들이 오늘은 이곳저곳 이력서 들고 다니는 청년들의 심정을 느껴보기를 바란다”며 “2030의 아픔과 현실을 함께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면접관 역할은 사전에 신청한 5300여명의 지원자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된 200명의 ‘국민면접관’과 민주당이 섭외한 전문가 패널 3명(김해영 전 최고위원, 정수경 국제법률경영대학원 조교수, 천관율 얼룩소 에디터)이 차례로 맡았다.

1차 면접은 후보들이 밀폐된 부스에서 변조된 음성만으로 답을 하는 ‘히든 싱어’ 방식으로 진행했다. 200명으로 구성된 국민면접관이 실시간으로 ‘공감’ 버튼을 눌러 점수를 줬다. 민주당 지지층이 주로 국민면접관을 신청해 시작부터 응원 함성과 박수 소리가 가득했다. 일부 ‘면접관’들은 휴대폰 전광판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을 적어 지지를 표했다. 인천에서 온 이가영(39)씨는 “권리당원으로서 내년 대선 후보를 직접 선정하고픈 마음에 면접관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면접 결과는 1위 이낙연, 2위 이광재, 3위 이재명 후보로 결론 났다. 종료 후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예상 질문과 전혀 달라 망했나 싶었다”(이낙연),  “작은 실수가 있었는데 용서하시고 앞으로는 더 철저히 준비해서 반드시 채용되도록 노력하겠다”(이재명)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광재 의원은 “가문의 영광”이라면서도 “사실 게임물 등급 폐지 등 10대 관련 정책을 준비했는데 질문이 안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순위에 들지 못한 후보들은 3인의 전문면접관이 나온 ‘1 대 3 집중면접’에 승부를 걸었다. 3명의 전문면접관이 1명의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를 200명의 국민면접관이 역시 실시간 평가하는 식의 진행이었다.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예비후보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해영 전 최고위원, 천관율 기자, 정수경 국제법률경영대학원 교수. 뉴시스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예비후보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해영 전 최고위원, 천관율 기자, 정수경 국제법률경영대학원 교수. 뉴시스

이날 가장 날 선 문답을 주고받은 건 추미애 전 장관과 김해영 전 최고위원이었다. 김 전 최고위원이 최근 추 전 장관의 SNS 글을 거론하며 “나만 ‘선’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악’이라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건가”라고 묻자 추 전 장관은 “그렇지 않다”면서 “전체 맥락을 보면 민주당이 촛불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각오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답변 도중 추 전 장관이 마이크를 쥔 손을 엷게 떠는 모습이 생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재명 지사는 이른바 ‘기본소득 말 바꾸기’ 해명을 또 했다. “후보는 지난해 저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을 굉장히 중요한 국가 전략이라고 말했는데, 최근엔 ‘1번 공약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입장이 바뀐 건가”(천관율)란 질문에 이 지사는 “‘기본소득만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라고들 하니까 그건 아니고, 순위가 좀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당연히 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답했다.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이낙연 예비후보가 면접관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이낙연 예비후보가 면접관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전 대표는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의견을 냈느냐”(김해영)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임명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었다. 왜냐하면 (조 전 장관이) 너무 많은 상처를 이미 받고 있었고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것 같았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인사 관련 역할을 제대로 했나”(김해영)는 질문에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총리 재임 시절 기획재정부와 엇박자가 노출된 이유가 무엇인가”(천관율)라는 질문엔 “당은 선거나 국민 여론을 중시하고, 기재부는 국가의 곳간을 생각하기 때문에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적절히 조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맞받았다.

최근 공격적 경제 공약을 내놓은 박용진 의원은 “감세가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고정관념 아닌가”(천관율)란 질문에 “단순히 감세하면 투자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인세 감세가 투자 활성화, 고용증대, 임금 상승, 배당 확대 등으로 갈 수 있게 정책을 설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7% 수익률의 국부펀드가 리스크도 분명 있을 것인데, 국민을 현혹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정수경)는 지적엔 “지난 30년 동안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5%였다. 돈 벌기보다 욕 안 먹으려는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선기획단은 2차 면접 결과를 따로 발표하지 않고 1ㆍ2차 합산 순위만 최종 공개, 그 외 순위는 비공개에 부쳤다. 이날의 1~3위는 이 전 대표, 최문순 강원지사, 이광재 의원(순위 순)이었다. ‘히든 싱어’ 방식 1차 면접에서 3위를 차지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얼굴과 목소리를 내놓고 치러진 2차 면접 이후 3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 지사는 “취업 준비생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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