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맹탕 면접…"그냥 조국·김어준 불러 면접해라" 조롱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19:14

업데이트 2021.07.04 19:53

이광재 의원이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취업준비생의 현장 집중면접‘에서 1대 3 집중면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광재 의원이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취업준비생의 현장 집중면접‘에서 1대 3 집중면접을 하고 있다. 뉴스1

‘독설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김경율 회계사가 빠진 면접은 대체로 평이했다. “기대해도 좋은 압박 면접”(한준호 원내대변인)이란 예고와 달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이는 면접관의 독설에 후보가 허를 찔리고 당혹스러워하는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다.

4일 오후 충북 청주 CJB 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국민면접은 ‘1대3 집중 면접’ 방식으로 치러졌다. 첫 질문자로 나선 44세 김해영 전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에게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의견을 냈느냐’는 돌직구를 던졌으나 거기까지였다. 68세 이 전 대표는 “(임명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었다. 왜냐하면 (조 전 장관이) 너무 많은 상처를 이미 받고 있었고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것 같았다”는 답을 했고, 질문권은 바로 다음 질문자로 넘어갔다.

‘독설’ 빠진 면접

이날 행사는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됐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송영길 지도부는 행사 기획 단계에서 “가급적 쓴소리를 가장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을 상징적으로 섭외해 경선 주목도를 높이고 국민에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뜻을 당내 경선기획단에 전했고, 경선 기획단은 ‘민주당에 비판적인 진보 진영 인사 리스트’를 만들어 검토, 후보군을 개별 접촉했다고 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CJB컨벤션센터에러 열린 '대통령 취업준비생의 현장 집중면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날 국민면접 행사는 블라인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CJB컨벤션센터에러 열린 '대통령 취업준비생의 현장 집중면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날 국민면접 행사는 블라인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뉴스1

이에 따라 선임된 게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김경율 회계사였다. 하지만 발표 직후 정세균 전 총리, 이 전 대표 등이 경선 기획단 사퇴를 언급하며 공개 반발했다. 일부 강성 권리당원들도 당 홈페이지를 통해 송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를 버티지 못한 기획단은 단 2시간 만에 철회 수순을 밟으면서 스텝이 꼬였다. 3인 명단에 들어있던 김소연 스타트업 ‘뉴닉’ 대표도 곧바로 사의를 표했다.

그나마 김 회계사의 대안으로 명단에 오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마저 사의를 표명했다. “흥행을 위한 건데 이미 김이 빠지기도 했고, 이 나이에 전부 아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하기보다는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낫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면접관 후보 3명을 뽑는 과정에서 세 사람이나 잇따라 낙마하자, 당 안팎에서는 “압박면접 행사 자체를 엎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경선기획단은 이날 국민면접 행사 시작을 3시간 20분 남긴 오전 10시 40분 보도자료를 내 천관율 얼룩소 에디터, 정수경 국제법률경영대학원 조교수가 김 전 의원과 함께 면접관으로 나온다고 발표했다.

시사인 기자 출신인 천 에디터는 조국 전 장관이 재직했던 2019년 9월 법무부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당시 김남준·이탄희·김용민 변호사 등과 함께 활동했고, 지난해 이해찬 전 대표의 퇴임 후 인터뷰를 했다. 정 교수는 ‘PD수첩’ 등을 제작한 MBC 방송작가 출신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 몸담은 경력이 있었다.

당심·민심 사이 갈팡질팡

이번 사건을 두고 당 일각에선 “송영길표 ‘쇄신’이 끝내 ‘조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송 대표는 지난달 2일 조국 사태에 공식 사과하고 2주 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조국의 시간을 국민의 시간으로 전환시켰다”고 자평하는 등 조국표 ‘내로남불’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선을 이끌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작 메인 이벤트인 대선 경선에서 조국 프레임이 재가동되기 시작했다”(민주당 보좌관)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광재, 최문순, 정세균, 이재명, 양승조 후보. 우상조 기자/20210704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광재, 최문순, 정세균, 이재명, 양승조 후보. 우상조 기자/20210704

특히 송 대표가 경선 흥행 필승책으로 기획했던 ‘쓴소리’ 면접관 발탁에 이낙연·정세균·추미애 등 주자들이 앞장서 거부한 파장이 적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김 회계사 면접관 임명 소식에 “대변인 브리핑을 읽고 제 눈을 의심했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정 전 총리는 이와 관련 “당원들의 생각과 다르다. 정체성 문제”라고 말하며 조국 사태를 당 정체성으로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 당 밖에선 “(민주당이) 흥행 기회를 발로 찼다. 그냥 조국이랑 김어준 불러 면접관 시켜라”(권경애 변호사)는 반응까지 나왔다.

특히 예비후보로 나선 추 전 장관은 김 회계사 교체 뒤에도 “의사 안중근을 일본 형사에게 검증과 평가를 하라고 하면 테러리스트라고 할 것”이라며 “추·윤 갈등에 동조하고 저를 향해 독설과 비난을 쏟아낸 분이 저를 검증하고 평가한다. 반역사적이고 자학적이며 불공정한 처사”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테러리스트’는 김해영 전 의원을, ‘의사 안중근’은 추 전 장관 본인을 빗댄 표현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날추 전 장관은 “면접받는 사람으로서 면접관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건 기본자세가 아니란 지적이 있다”는 김 전 의원 지적에 “재보선 한 번 졌다고 성찰하자고 하는 건 좋지만,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속만 민주당이 아니라 정체성에 있어서 민주당이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김 전 의원이 전날 ‘일본 형사 비유’를 거론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은 전부 친일인가”라고 되묻자, 추 전 장관은 “그렇게 단정한 적은 없다”면서 “우리의 역사성, 민주당답게 하자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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