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빵빵’, 中 진출은 ‘덤’…GS·신세계가 보톡스 콕 찍은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17:51

업데이트 2021.07.04 18:05

보톡스 시술을 위해 주사기에 보톡스를 주입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으면서 보톡스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중앙포토]

보톡스 시술을 위해 주사기에 보톡스를 주입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으면서 보톡스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장이 순식간에 빵빵해지고 있다. 매출 1위 휴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새 주인으로 SK·GS·신세계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거론되면서다. LG그룹도 중국 보톡스 사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GS·신세계 등 보톡스에 ‘눈독’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GS·신세계 등은 공시나 언론 발표를 통해 “휴젤 인수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검토한 바 있다”는 말로 보톡스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신세계), “소수 지분 투자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GS) 등이다.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김영희 기자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김영희 기자

물론 ‘M&A 잔칫상’을 크게 펼치고 싶은 투자은행(IB) 업계가 인수설을 부풀리는 경향도 있다. SK디스커버리는 휴젤 인수설을 두고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고, SK케미칼도 “당사와 무관하다”고 공시했다. 어쨌든 휴젤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2110억원, 영업이익 781억원인 이 회사는 시장 가치가 최대 2조원대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이 보톡스 시장에 주목하는 건 무엇보다 바이오산업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다. 그동안 삼성과 SK가 각각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구체적 성과를 내자 다른 대기업도 바이오산업에 적극적인 투자 신호를 보내고 있다.

LG그룹은 계열사인 LG화학을 통해 신약후보 물질을 사들이면서 바이오 기술에 투자 중이다. 지난해 10월엔 40억원을 들여 국내 바이오 기업인 파마리서치바이오가 확보한 보톡스 제제 중국 판권을 사들였다.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바이오산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고 공시했다.

보톡스는 투자 부담이 적으면서 성공하면 먹을 게 많다는 사실도 매력이다.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CMO) 등을 시작하려면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게다가 한 번 투자해서 이익을 거둘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투자 부담 적고, 수익률 높아 

이에 비해 보톡스 시장은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규모가 작다. 보톡스는 일단 균주를 확보해 제품을 출시하면 단일 제품만 판매하면서도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보톡스 기업의 수익률은 여느 제조업에 비해 상당히 높다. 보톡스의 핵심원료(보툴리눔 독소)는 온도·습도 등 일정 환경을 유지하면 스스로 증식하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부산물(독)이다. 일단 균주만 안정적으로 배양하면 추가로 드는 원재료 비용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덕분에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 제조업에서 상상하기 힘든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휴젤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46.2%였다. 주요 제품의 판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인 2016년 메디톡스의 분기 영업이익률도 최고 61.4%였다. 국내 5대 대형 제약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1~4%)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익명을 원한 보톡스 업계 관계자는 “일단 균주 배양에 성공하면 이후 원료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며 “실제로 보톡스 원가에서 바이알(vial·보관용 유리용기)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보톡스 시장 규모. 그래픽 김영희 기자

글로벌 보톡스 시장 규모. 그래픽 김영희 기자

“보톡스, 균주보다 유리병이 더 비싸”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제품군도 늘어나고 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지난달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리즈톡스에 대해 품목 허가를 받았다. 같은 날 종근당도 원더톡스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휴메딕스 역시 올해 자사의 보톡스 제품(바비톡신)에 대해 품목 허가를 받았다. 지난 1월엔 휴젤이 보툴렉스 제품 허가를 받았고, 메디톡스는 지난달 24일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제(MBA-P01)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대기업이 보톡스 시장을 노크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진출에 유리한 품목이어서다. 중국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이 중국 의약당국의 규제를 통과하면 대규모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9년 중국의 보톡스 시장 규모는 약 6000억원(추정치)으로 유럽·미국에 이어 세계 3위였다.

보톡스 수출 현황과 갈수록 커지는 전 세계 보톡스 시장. [자료 대달리서치·관세청]

보톡스 수출 현황과 갈수록 커지는 전 세계 보톡스 시장. [자료 대달리서치·관세청]

국내 기업도 중국 진출에 적극적이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보톡스 제제(레티보)가 중국 허가를 받았고,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지난달 24일 보톡스 중국 독점 공급사(아이메이커)로부터 투자금(1554억원)을 유치했다. 메디톡스는 지난달 25일 대만 식품의약국(TFDA)으로부터 보톡스 제제(메디톡신)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바이오벤처회사인 제테마는 지난해 LG화학의 중국 측 협력사인 화동닝보와 5500억원 상당의 보톡스(제테마더톡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화동닝보는 중국 5대 제약사인 화동제약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화동닝보와 함께 중국에서 보톡스 임상 1상을 시작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테마는 대형 보톡스 시장 진출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며 “가치 평가의 가산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수요가 올해로 이연되면서 전 세계 보톡스 시장은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부터는 관련 업계의 성장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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