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하위80% 기준, 4인가구 연봉 1억500만원 유력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16:31

업데이트 2021.07.04 17:09

소득 하위 80% 가구에 나가는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의 지급 기준이 4인 가구의 경우 월 소득 878만원(세전 기준)선이 거론되고 있다. 또 시세 20억원 이상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컷오프)하는 안이 유력하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출범한 기재부ㆍ행정안전부ㆍ보건복지부 등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이같은 내용의 지급 방안을 논의 중이다.

TF에 따르면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선인 소득 하위 80%를 가르는 명확한 ‘컷오프’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올해 기준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의 180%로 잡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민지원금 대상 가를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건보료 직장 가입자를 기준으로 따지면 세전 월 소득으로 ▶1인 가구 329만원 ▶2인 가구 556만원 ▶3인 가구 717만원 ▶4인 가구 878만원 ▶5인 가구 1036만원 ▶6인 가구 1193만원 등이다. 4인 가구 연 소득으로 환산하면 1억536만원 정도다. 가족 4명의 연봉을 모두 합쳐 1억원 이하인 4인 가구면 100만원(1인당 25만원) 국민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TF는 소득이 적고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지원금 혜택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예외 규정도 논의 중이다. TF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이라 변동이 있을 순 있지만 일단 공시가격 15억원 이상 주택(재산세 과세표준 합산액 9억원 초과) 소유자, 금융 소득 연 2000만원 이상 자산가는 중위소득 180% 이하라도 제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세 20억∼22억원 아파트에서 살거나 연 1.5% 금리를 받는 13억4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하면 국민지원금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민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정이 상위 20% 제외한 선별 지원에 합의하고 열흘이 지나도록 세부적인 지급 기준을 확정하지 못해서다. 당분간 ‘나는 받을 수 있나’라는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주택 가격, 금융 소득 등 예외 규정을 검토 중이지만 빈틈이 많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소득이 적고 자산이 많다면 지원금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자산이 적은 맞벌이는 특히 불리하다. 반면 비싼 전ㆍ월세에 사는 사람은 지원 대상에 들 수 있다. 실현 소득이 바로 잡히지 않는 주식ㆍ채권, 각종 보험과 회원권, 자동차 등 자산은 어떻게 구분할지도 숙제다.

대혼돈 재난지원금, 곳곳에서 논란 

소득과 자산을 모두 반영하는 지역 가입자 역시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다.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 책정 기준이 되는 지난해분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은 올해 5~7월이다. 소상공인 신고 기간은 8월까지로 유예했기 때문에 최소 9월은 돼야 전체 소득 자료 취합이 가능하다. 이런 현실적 한계 때문에 건보 지역 가입자는 2019년 종합소득(지난해 신고분)을 기준으로 하위 80%가 나눠진다. 하지만 2019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낙차가 큰 업종이라면 손해를 볼 여지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분 소득 관련 증빙 서류 갖춰 이의 신청도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대상자의 불편, 행정 비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2018년에도 있었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에 아동수당(1인 월 10만원, 연 12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다. 당시 논란을 고려해 건보료가 아닌 소득인정액을 기준 삼아 대상자를 선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각종 소득ㆍ자산ㆍ과세 자료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취합하고 처리하는데 수백억원의 행정 비용이 들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하세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5.17

'긴급재난지원금 사용하세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5.17

국민지원금을 소득 하위 80%는 받고 81%는 못 받는 문제도 있다. 월급 몇백원, 몇 원 차이에 따라 지급 여부가 갈릴 예정이다. 신속 지급을 위해 1인당 25만원씩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생긴 한계점이다. 의외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국민지원금 수급 여부를 둘러싼 ‘국가 인증 상위 20%’ 줄 세우기 논란이다. 2018년 아동수당 지급에 따라 소득 상위 10% 여부가 갈리면서 ‘수당 계급론’이 일었던 것과 비슷한 후폭풍이 일 수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하위 80%에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소득 파악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었어야 했다”고 짚었다.

주요 선진국 대부분은 소득 수준에 맞춰 재난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미국만 해도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 이하인 가구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자녀 수와 나이, 소득 수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세밀한 과세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지원금 명칭도 세액 공제와 같은 ‘택스 크레딧’이다. 한국 상황과 대조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전 국민 복지제도와 고용보험을 내세우면서도 맞춤형 복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소득ㆍ자산 파악 인프라는 미비한 채로 뒀다”며 “밑이 빠진 독을 수리하지 않고 물만 부어대니 재정 누수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 선지급하고, 차후 과세할 때 환수"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복잡한 복지 제도는 제 효과를 내기 힘들다”며 “복잡하게 소득 하위 80%, 전 국민 카드 캐시백으로 이원화하지 말고, 국민지원금은 전 국민 지급으로 바꾸고 고소득자에 대해선 이후 과세할 때 환수하는 방식으로 수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최 교수는 “카드 캐시백만 해도 분기당 300만원 소비를 더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사실상 고소득층만이 가능하며 효과도 제한적일 것”며 “전 국민 지원으로 바꾸고 캐시백 제도는 폐지하는 게 오히려 제도를 단순화하고 실효성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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