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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역전 로또 옛말, 요즘엔 1등 당첨돼도 아파트도 못산다[이코노미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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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간 치솟은 서울 아파트값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 4년간 치솟은 서울 아파트값 [중앙포토]

45개의 숫자 중에서 숫자 6개를 맞히면 1등이 되는 다소 단순한 방식의 로또복권은 인생 대역전의 대명사로 불린다. 하지만, 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욕조에 넘어져 죽을 확률인 80만1923분의 1보다 열 배나 더 희박하고, 벼락에 맞을 죽을 확률 428만9651분의 1보다 두 배나 더 높은 814만 5060분의1이 로또 1등 당첨률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10억원 가까이 급등 #복권 당첨돼도 수령금만으로 아파트 못 사

이 엄청난 확률을 뚫고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다들 갑작스럽게 생긴 큰 돈에 어떻게 사용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겠지만, 최근에는 로또 1등 당첨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부동산 구입을 꼽았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와 복권 사업자 동행복권이 지난해 상반기 로또 1등 당첨자 2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주택, 부동산을 구입할 것”이란 응답이 42%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로또 당첨으로 수십 억원이 주머니로 당장 들어오자 인생역전이 아닌 불행한 미래를 맞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로또 당첨이 되면 부동산을 매입을 하겠다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로또 1등 당첨금이 예전보다 못하는 것도 있고, 아파트 가격이 짧은 기간 수 십 억 원씩 커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파트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47회 로또 번호 1등 당첨금은 12억7585만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세금 33%를 제외하면 실수령 금액은 8억원대로 떨어진다. 이 액수도 분명 상당히 큰 당첨금이지만, 로또 1등으로는 서울 아파트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온갖 부동산 규제를 쏟아냈지만, 부동산 규제는 또 다른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더 올라가고 있는 분위기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 수준이었지만, 4년이 지난 올해 5월에는 9억9833만원으로 3억 9199만원이나 올랐고, 64.6%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전셋값도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서울 중위가격은 4억807만원이었지만, 2021년 5월에는 6억 696만원으로 4년간 48.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인 분양환경을 만들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다. 분양가상한제로 신규 아파트 공급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우려로 준공된 지 1~2년 된 새 아파트들의 가격은 하늘로 치솟았고, 아파트 분양가도 주변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분양되기 때문에 이제는 로또 청약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로또 1등 당첨자 2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주택, 부동산 구입할 것”이란 응답이 42%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로또 당첨으로 수십 억원이 주머니로 당장 들어오자 인생역전이 아닌 불행한 미래를 맞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로또 당첨이 되면 부동산을 매입을 하겠다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로또 1등 당첨금이 예전보다 못하는 것도 있고, 아파트 가격이 짧은 기간 수 십 억 원씩 커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파트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하늘의 별따기’ 로또보다 더 뜨거워진 아파트 청약  

아파트 청약이 로또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18일 1순위 청약을 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은 청약 접수에만 3만6000명이 몰렸고, 평균 청약경쟁률이 161.2대 1 최고. 1873.5대 1로 뜨거운 청약열기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래미안 원베일리에 청약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만 최소 10억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5653만원이지만, 래미안 원베일리 바로 옆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1억원 정도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약 2배 가까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어 너도나도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파트 청약뿐만 아니라 미분양 아파트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미분양 아파트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앞서있었지만, 이제는 저평가된 아파트라는 의미로 불리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3만6629가구 수준이었지만, 올해 4월에는 1만5798가구로 1년여 만에 2만831가구나 줄었고, 56.9%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4월 3783가구였지만, 올해 4월엔 1589가구로 58.0%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렇게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미분양 물량과 시세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이 증가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결국 우상향한다는 학습효과와 서울 아파트는 가장 손 쉬운 재테크 수단으로 굳혀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일부 아파트들의 무순위 청약홈페이지는 서버가 다운되는가 하면 홈페이지 접속이 로또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

망치로 때려잡는 두더지게임처럼 이곳 저곳에서 튀어나오는 풍선효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길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정부가 말하는 부동산 안정화는 언제 찾아올지 서민들의 한숨은 갈수록 깊어져 가고 있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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