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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팬 환호하게 만드는 '환호' 배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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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지켜낸 뒤 세리머니를 하는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오른쪽)과 포수 강민호. 정시종 기자

승리를 지켜낸 뒤 세리머니를 하는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오른쪽)과 포수 강민호. 정시종 기자

그들이 검지를 하늘로 세우면 팬들은 '환호'한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오승환(39)-강민호(36) 배터리의 활약을 앞세워 6년 만의 가을 야구를 향해 진군한다.

마무리 오승환-포수 강민호 찰떡 호흡

3일 현재 세이브 1위는 오승환이다. 35경기에서 2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다. 공동 2위인 KT 위즈 김재윤과 LG 트윈스 고우석(이상 19개)에 7개 앞서 있다. 아직 시즌 중반이지만 구원왕 가능성이 점쳐진다. 세이브 1위를 하려면 '팀 성적'이 중요하다. 현재 삼성이라면 문제없다. 시즌 반환점을 돈 가운데 42승 1무 32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에 입단해 셋업맨을 거쳐 마무리투수가 됐다. 이후 다섯 번이나 구원왕(2006~08, 11~12년)에 올랐다. 만약 9년 만에 세이브 1위를 차지한다면 '최고령'이란 타이틀까지 거머쥔다. 2015년 임창용(당시 삼성)이 만 39세에 구원왕에 오른 적이 있어, 오승환이 타이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정시종 기자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정시종 기자

오승환의 별명은 '돌부처'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다. 지금은 야구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돌직구'란 단어가 오승환 때문에 만들어졌다. 한 타자는 물론, 한 이닝을 끝내는 동안 변화구를 하나도 던지지 않고 직구로 끝낸 적도 많았다. 당시 배터리를 이뤘던 진갑용 KIA 코치는 "승환이의 직구는 남달랐다. 직구만 던져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오승환은 '돌직구'를 던질 수 없다. 불혹이 된 그도 세월은 이기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2018년부터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0㎞ 아래로 내려왔다. 올해는 146.1㎞. 여전히 빠른 편이지만 '제2의 오승환'으로 평가되는 고우석(153.1㎞)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오승환은 리그 최고 소방수다. 예전보다 더 안타를 맞고, 볼넷도 주고, 실점도 하지만 끝내 승리를 지켜낸다. 27번의 세이브 상황에서 실패한 건 한 번 뿐이다. 그 경기도 내야수 실책이 아니었다면 이길 수 있었다.

오승환은 "나는 포수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해외 진출 전까지는 진갑용이 있었다. 경기를 매조진 뒤 손을 마주댄 뒤 하늘을 향해 검지를 치켜세우는 세리머니도 그때 만들었다. 오승환의 해외 진출 전 삼성의 우승 장면은 항상 오승환과 진갑용이 끌어안는 모습이었다. MLB에선 최고의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 호흡을 맞췄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 정시종 기자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 정시종 기자

삼성에 복귀한 오승환을 맞이한 이는 강민호다. 2017시즌 뒤 FA로 삼성에 이적한 강민호는 지난해부터 오승환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 함께한 적이 있지만 한 팀에서 뛰는 건 1년 밖에 안 됐다.

그렇지만 호흡은 찰떡같다. 예전과 달리 변화구 비율(슬라이더 30.1%, 커브 5.4%)이 높아지긴 했지만 중요할 땐 빠른 공으로 승부한다. 넉살 좋은 강민호는 선배인 오승환에게도 "직구를 좀 더 던지자"거나 "이 타자는 이 코스에 강하니 이런 쪽을 공략하자"고 편하게 요구한다.

삼성은 왕조시절과 달리 투수진이 젊어졌다. 삼성은 강민호가 이들을 잘 이끌어주길 기대했고, 그에 부응했다. 삼성 영건들은 "민호 형 덕분에"란 말을 빼놓지 않는다.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던질 수 있게 이끌어줘서다.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된 원태인은 "민호 형이 함께 뽑혀서 좋다. 부모님이 함께 가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타자 강민호'의 지난 3년은 다소 아쉬웠다. 홈런은 연평균 18개를 쳤지만 타율은 0.260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홈런 11개를 치면서 타율 0.330(8위)도 끌어올렸다. 2016시즌 이후 5년 만에 3할타율-20홈런도 노려볼 기세다. 강민호는 "예전엔 강하게 치려고 했는데, 요즘은 정확하게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예비 FA인 강민호의 주가도 올라갔다.

삼성이 가을 야구를 한 건 2015년이 마지막이다. 2016년 문을 연 라이온즈파크에선 아직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이번 가을, 오승환과 강민호가 함께 검지를세운다면 '라팍'의 환호 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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