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한대로 BTS 앨범 40t 美에 날랐다…스타굿즈 열풍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10:16

업데이트 2021.07.04 12:24

지난달 13~14일 방탄소년단 8주년을 맞아 열린 팬미팅 'BTS 2021 MUSTER 소우주' 모습. 사진 빅히트뮤직

지난달 13~14일 방탄소년단 8주년을 맞아 열린 팬미팅 'BTS 2021 MUSTER 소우주' 모습. 사진 빅히트뮤직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는 ‘덕질’ 문화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덕질이란 ‘덕후’에서 비롯된 말이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특정 분야에 전문가 이상으로 몰두한 사람을 ‘오타쿠’라고 불렀는데, 이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를 줄인 말이 덕후다.

‘최애’가 삶을 풍요롭게…

덕질은 행위로 보면 수집가와 비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물건을 모으거나 정보를 찾아보는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최근 10~30대가 주축이 된 덕질은 특정 대상을 좋아하는 ‘팬심(팬의 마음)’,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취향 소비’와 맞물려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1인 1덕질의 시대’ ‘최애(가장 사랑하는 대상)가 삶을 풍요롭게 한다’ 등의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팬인 노모(18)양은 “좋아하는 스타와 관련된 물건의 가치는 돈으로만 표현할 수 없다. 소장욕구도 있지만 무엇보다 볼 때마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며 “덕질하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중고거래 상반기만 130억원 

덕질의 중심엔 ‘스타굿즈’가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 유명 스타들의 사진이나 캐릭터가 들어간 각종 상품(goods)을 아우르는 스타굿즈는 올 상반기 열풍을 일으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4~5월 대한항공은 미주 노선으로 약 11만t의 화물을 수송했는데 이 중 BTS(방탄소년단) 관련 물품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심지어 앨범(CD)만 한 번에 40t 넘게 실린 적도 있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거래되고 있는 BTS 스타굿즈들. 사진 번개장터 앱화면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거래되고 있는 BTS 스타굿즈들. 사진 번개장터 앱화면 캡처

국내에서도 스타굿즈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4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올 상반기 거래를 분석해보니 1~6월 스타굿즈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92%) 가까이 늘어난 64만 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3500여 건의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거래액 역시 130억원을 넘어서 지난해의 두 배로 뛰었다. 상반기에 번개장터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스타 검색어는 BTS(90만 건) 아이즈원(50만 건) 세븐틴(33만 건) 오마이걸(23만 건) 아이유(23만 건) 엔시티(20만 건) 순이었다.

상반기 스타굿즈 호황에는 역시 BTS의 인기가 큰 몫을 했다. BTS는 빌보드 차트 5주 연속 1위, 뮤직비디오(‘DNA’) 유튜브 13억 뷰 돌파 등 연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번개장터 거래에서도 BTS 굿즈는 상반기에만 16만8000건, 약 45억6000만원이 거래돼 전체 스타굿즈 거래의 35%를 차지했다.

헐리우드 작가부터 갤럭시까지 

특히 스타굿즈는 최근 사진카드나 노트·머그컵 등 일상용품을 넘어 예술작가(아티스트),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지닌 시장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제임스 진이 하이브 인사이트 개관 기획전시 ‘일곱 소년의 위로’를 통해 선보인 ‘Garden'. 사진 하이브 인사이트

제임스 진이 하이브 인사이트 개관 기획전시 ‘일곱 소년의 위로’를 통해 선보인 ‘Garden'. 사진 하이브 인사이트

일례로 세계적인 미술 아티스트인 제임스 진은 ‘일곱 소년의 위로’라는 제목으로 BTS 멤버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제임스 진은 미국 DC코믹스에서 8년간 표지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고 프라다·나이키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유명 작가다.

국내 인기 아웃도어 용품 브랜드인 헬리녹스 역시 방탄소년단과 협업해 의자·탁자·코트 등 6가지 캠핑 품목으로 구성된 ‘BTS x Helinox’를 내놨다.

BTS멤버 진이 모델로 등장한 삼성 갤럭시 버즈 화보. 사진 삼성 트위터 공식 계정 캡처

BTS멤버 진이 모델로 등장한 삼성 갤럭시 버즈 화보. 사진 삼성 트위터 공식 계정 캡처

지난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20+ BTS 에디션’ 스마트폰과 ‘갤럭시 버즈+ BTS 에디션’ 무선 이어폰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BTS 멤버 진이 실린 갤럭시 S21 화보 사진이 삼성전자 미국 트위터 계정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취향소비에 최적화한 스타굿즈 

이렇게 아티스트, 브랜드와 협업한 스타굿즈들은 수요는 많고 수량은 한정돼 일반적인 스타굿즈에 비해 수십만원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일이 많다.

최재화 번개장터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과거 스타굿즈가 단순한 응원 도구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예술가의 정체성과 세계관이 반영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각 기획사에서 전용 판매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스타굿즈가 일부 팬들의 문화가 아닌 보편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물건을 사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이나 취향에 맞는지 살펴보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가 참여한 스타굿즈를 사는 일은 자신의 취향을 소비하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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