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내수만으로 영업익 518% 증가…'올드하다'는 이 회사 반전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10:00

업데이트 2021.08.24 15:05

초등학교(사실 국민학교..) 시절 제가 타던 검빨 자전거 브랜드는 레스포! 엄마가 “조심해서 타라”며 사줬을 때 그 감동은 정말! 친구들의 자전거도 대부분 레스포였는데요. 지금도 많은 아이가 탑니다. 아동용 자전거로는 여전히 최강 파워를 자랑하는데요.

삼천리자전거

삼천리자전거

이걸 만드는 곳이 바로 삼천리자전거(도시가스 회사 삼천리와는 무관, 의외로 참좋은여행을 자회사로 둠). 이름은 좀 올드한(요즘 친구들은 삼천리의 의미를 알려나) 이 회사, 최근 새로운 미래를 노크하는 중입니다.

삼천리자전거

성장 정체 시달리다 코로나 덕에 다시 상승세

자전거도로 타는 전기자전거…판매량 78% 증가

B2B 시장 공략하고, 내수용 한계도 극복해야 

대표적인 토종 자전거 브랜드 삼천리자전거는 1944년 경성정공이 출발점! 동네마다 대리점 하나씩 꼭 있었는데 요즘도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철저히 내수용인 데다 자전거 인구가 갑자기 느는 것도 아니니 가파른 성장,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3.2%나 성장한 440억원. 영업이익도 518.1% 증가한 95억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합니다.

물론 이는 지난해 1분기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았던 영향이 있습니다.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사람들이 활동 자체를 꺼리던 때. 자전거 판매 역시 부진했죠. 하지만 2분기부터 상황이 급반전. 출퇴근용으로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늘었고, 비교적 대인 접촉이 적은 자전거를 새로운 취미로 택하는 사람도 많아졌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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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업무용 수요가 많아진 것도 호재로 작용. 코로나발 물류 대란으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반사이익(자전거는 외국 브랜드 비중이 큼)도 봤습니다. 이 덕분에 2020년 삼천리자전거는 2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109억원)에 성공. 그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네요.

약 70년 동안 자전거만 만들었으니 꾸준함의 대명사! 매출 측면에서 전성기는 2013년~2016년.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완성되면서 전반적으로 자전거 인구가 늘어난 영향이었죠.

하지만 성장세는 2016년(매출 1428억원)을 정점으로 확 꺾였습니다. 2018년 매출이 796억원으로 급감. 살 사람은 이미 다 샀고, 고가 자전거는 여전히 외국산이 강세. 강점이던 아동용은 낮은 출산율이 발목을 잡았죠. 공유자전거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악재였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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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2015년 2만6000원선까지 치고 올라갔던 주가는 2018년 1만원 밑으로 추락한 뒤, 2020년 3월엔 3000원대까지 무너졌습니다. 다행히 이후엔 빠른 속도로 회복해 최근엔 1만6000원대를 터치하기도.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일단 코로나가 전화위복이 된 셈! 최근 급상승한 주가가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있지만 일단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냥 자전거뿐이라면 몇 대 더 파는 거로 미래를 담보할 순 없습니다. 몇 년 전처럼 또 어려움을 겪겠죠. 하지만 그때와 확실히 달라진 건 다른 먹거리가 보인다는 점. 바로 전기자전거입니다.

〈전기자전거 구분〉
①페달보조(PSA):페달을 밟으면 전동기가 그 힘에 비례해 바퀴에 동력을 더해주는 방식. ②스로틀(Throttle):손잡이에 달린 가속기 레버를 조작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바퀴가 움직이는 방식. ③겸용: ①+② 모델로 상황에 따라 모드를 바꿀 수 있음.

팬텀 시티. 삼천리자전거

팬텀 시티. 삼천리자전거

법에 따른 전기자전거는 ①뿐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스로틀이나 겸용도 자전거도로 통행(자전거도로가 없으면 차도 끝으로, 인도는 안 됨)이 가능해졌죠. 아무래도 차도로만 다녀야 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겁니다. 출퇴근용, 배달 등 업무용으로 이용자가 많이 늘어날 거란 전망이네요.

도로교통법은 올해 5월 한 차례 더 개정됐는데 ②, ③의 경우 반드시 면허를 소지해야 합니다.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하지만 스쿠터와 비교하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거로 보입니다. 일단은 잘 팔리고 있습니다. 삼천리자전거의 전기자전거 브랜드 ‘팬텀’의 판매 대수는 2020년 1분기에는 4000대에서 올해 1분기 7100대로 78% 증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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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가 잘 팔리면 매출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습니다. 비싸거든요. 삼천리자전거의 일반 자전거는 30만원~70만원(물론 첼로 고가 라인은 수백만원) 정도인데 팬텀 시리즈는 80만~150만원 정도. 같은 양을 팔아도 덩치를 확 키우는 효과.

업계에선 팬텀이 올해 연 3만대 정도 팔릴 거로 내다봅니다. 좀 먼 얘기지만 많은 지자체가 이미 공공자전거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기자전거가 한 축이 될 수도 있습니다. B2B 시장도 열려 있는 거죠.

회사 자체도 조금씩 젊어지는 느낌. 삼천리자전거는 2018년 온라인몰 ‘삼바몰’을 열었습니다. 원래 자전거는 조립이나 배송 문제가 있어서 온라인 구매가 활발한 건 아닌데요. 삼바몰은 전문가가 조립을 해주고, 근처 대리점에서 픽업할 수 있도록 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삼천리자전거

삼천리자전거

물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자전거 마니아층에선 “디자인이 좀”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너무 국내용인 것도 한계. KIST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은 2018년 211억 달러에서 2023년 386억 달러 규모로 고속 성장할 거로 보입니다. 나라 전체로 보면 좀 아까운 시장. 시마노(세계 1위)까진 아니어도 한 단계 도약하려면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혹시 따릉이를 전기자전거로 바꾼다면?

이 기사는 7월 2일 발행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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