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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와인에 돈 쓴다…'1등석 샴페인' 매출 급등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항공이 일등석에 제공하는 최고급 샴페인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가 이마트 와인 매출 상위 10위에 들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대한항공이 일등석에 제공하는 최고급 샴페인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가 이마트 와인 매출 상위 10위에 들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대한항공 일등석에 제공되는 최고급 샴페인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가 대형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집에서 즐기는 ‘홈술’의 맛을 알아버린 소비자들이 20만~30만원이 넘는 고가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결과 마트 와인의 대표 상품인 칠레산 와인 인기는 시들해진 반면, 프랑스·이탈리아·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럴때. 와인낫?] 상반기결산

대형마트 3사 상반기 와인 매출 23~57% 증가

대형마트 와인 매출 상위 10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형마트 와인 매출 상위 10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앙일보가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상반기 와인 판매를 분석한 결과, 지난 1~6월 이마트와 롯데마트 와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4%,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 와인 매출도 23%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급증한 와인 소비가 올해도 꾸준히 지속되는 모양새다.

눈에 띄는 건 고가 와인 매출 증가세가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3만~5만 원대 와인의 매출 증가율도 40%로 높았지만, 10만원 이상의 고가 와인 매출은 182% 이상 늘었다. 홈플러스에서도 10만원 이상 와인은 30% 넘게 성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트렌드가 초저가 와인이 주도한 와인 시장 신규 고객 확대였다면, 올해는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 성숙도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페리에 주에·모엣 샹동 등 샴페인 인기  

올해 상반기 샴페인 매출이 급증하면서, 모엣 샹동 임페리얼 등이 인기를 끌었다. 사진 롯데마트

올해 상반기 샴페인 매출이 급증하면서, 모엣 샹동 임페리얼 등이 인기를 끌었다. 사진 롯데마트

가정에서 마시는 와인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흔한 레드 또는 화이트 와인 외에도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파클링 와인 매출 증가율(152%)이 전체 와인 종류 중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최고급 샴페인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가 매출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와인은 평소 30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이마트가 지난 5월 와인 장터를 통해 한정수량을 18만원에 판매하면서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오픈런(개장과 동시에 질주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롯데마트에서도 모엣 샹동 임페리얼 샴페인이 매출 상위권에 들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홈술 문화가 정착하면서 초저가 와인으로 입문한 소비자의 입맛이 고급화됐고 더 높은 단계의 와인을 찾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스파클링 와인의 성장세가 가장 돋보이며, 중저가 이상 또는 고가의 와인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뻔한 ‘칠레 까베르네 쇼비뇽’ 질렸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대세  

올 여름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이 잘 팔리고 있다. 사진 아영FBC

올 여름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이 잘 팔리고 있다. 사진 아영FBC

와인 생산지도 다양해졌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칠레 와인 매출은 주춤했지만, 칠레 외 국가 와인은 뜨고 있다. 롯데마트의 칠레 와인 매출은 4% 감소했지만 미국(20%)·프랑스(20%)·이탈리아(30%)·뉴질랜드(186%) 와인은 빠르게 매출이 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와인이 큰 인기를 끈이유는 가볍고 상큼한 맛의 소비뇽 블랑 품종 덕분이다. 대형마트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모아나파크’와 ‘롱클라우드 리저브’ 모두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생산되며 가성비가 뛰어나다. 직장인 박모(34)씨는 “퇴근 후 집에서 가볍게 와인 한잔하고 싶을 때 소비뇽 블랑 만한 게 없다”며 “특별한 안주 없이 마셔도 가벼운 산미와 산뜻한 풀향 덕분에 기분까지 전환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입맛이 까다로워진 와인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앞으로 무조건 싼 와인보다는 품질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체어맨 카퍼릿지(4990원) 등 가성비 와인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5대 샤또(프랑스의 1등급 지정 와이너리의 와인) 물량을 확대해 고가 와인을 찾는 고객 수요에도 대응하고자 한다”며 “아울러 각 대륙과 국가별로 다양한 와인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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