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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딸에게 남긴 15억, 재혼한 전처가 손 못대게 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06:00

업데이트 2021.07.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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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만명 넘는 부부가 이혼했고, 이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은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pixabay

지난해 10만명 넘는 부부가 이혼했고, 이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은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pixabay

5년 전 아내와 갈라선 뒤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박경철(가명·48)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암이 재발해 6개월을 넘기지 못할 수 있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부터다. 그가 떠나면 딸만 홀로 남겨질 수 있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금융SOS]
유언공증으로 자녀 후견인 지정
재산 안전장치는 유언대용신탁
양육비 안주는 부모, 제제 강화

그는 “딸이 미성년자인데 아이 앞으로 남겨질 돈(재산)이 딸의 학비와 생활비 등에 제대로 쓰일지가 걱정”이라고 했다. 친권을 포기한 뒤 2년 전 재혼한 아내가 양육을 핑계로 딸 앞으로 상속된 재산을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그의 재산은 10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보험·예금 등을 합쳐 15억원 정도다.

지난해 이혼을 택한 부부는 10만7000명이다. 이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이 전체의 42.3%를 차지한다. 미성년자인 자녀 양육비와 상속 재산 등을 둘러싼 다툼이 늘어나는 이유다.

특히 박씨의 사례처럼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의 경우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환으로 부모가 사망하면 미성년 자녀만 남겨진다. 이럴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아이를 보호하는 동시에 자녀에게 남긴 재산까지 안전하게 지킬 방법은 없을까.

양육은 후견인, 재산은 신탁으로 ‘각각’

전문가들은 자녀의 신상보호화 재산관리를 분리하는 게 안전하다고 본다.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자녀의 신상보호화 재산관리를 분리하는 게 안전하다고 본다.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두고, 상속재산은 신탁으로 보관하는 게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녀의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를 분리하는 것이다. 자녀의 후견인은 1차 보호자인 동시에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이다. 일반적으로 가까운 친족 중 한명으로 지정한다.

곽종규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는 “사례 속 박씨 같은 경우에는 미리 유언공증을 통해 아이를 잘 돌보고 키울 수 있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해둘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 재산의 안전장치로는 유언대용신탁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자(유언자)가 보험을 제외한 전체 자산을 맡기면 금융회사가 피상속인 생전에는 자산을 관리하고, 사후에 상속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상품)다. 금융사가 신탁자의 재산을 맡기 때문에 후견인이 마음대로 피후견인의 아파트를 매각하는 등 재산을 빼돌리는 일을 차단할 수 있다.

특히 유언대용신탁은 구체적인 유언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은 “신탁은 대학 입학이나 유학, 결혼 등 자녀의 미래까지 고려해서 상속 재산이 자녀에게 제대로 쓰일 수 있게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박씨도 딸에게 매달 200만~250만원씩 생활비를 지급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학비 등을 제공하다 서른살이 되면 신탁 계약을 해지해 남은 재산을 물려준다고 설계할 수 있다. 배 센터장은 “계좌에서 생활비를 인출할 때도 후견인만 할 수 있게 지정할 수 있다”며 “재산 관리와 관련해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채워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육비 안주면 신상 공개되고 출국금지  

자녀‘양육비’ 분쟁을 겪는 이혼 가정도 많다. 2015년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설립된 뒤 6년 동안 들어온 양육비 이행 요청 건수는 2만3184건에 이른다. 이 중 실제 양육비가 지급된 경우는 28%(6680건)에 불과하다. 이혼 후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양육비 지급 대상이 직장인이라면 직장을 대상으로 법원에 지급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며 “자영업자이거나 법원의 이행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도 많아 양육비를 받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람에 대한 제재가 강화됐다. 이달부터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에게는 운전면허 정지와 해외 출국 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명단도 공개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1000만원 이하) 등 형사처벌도 가능해진다. 단 감치 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주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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