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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탐정 쫓는 고길동…요즘 정치판 표심잡는 유쾌한 방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대3의 가르마로 젠틀해요. 명탐정 엉덩이 탐정!”(만화 ‘엉덩이탐정’ 주제가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엉덩이탐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엉덩이탐정

지난 달 30일 개설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페이스북 자기소개란 속 “엉덩이탐정 닮음”이라는 문구가 이목을 끌었다. 엉덩이탐정은 2019년부터 국내에서 방영된 일본 만화 캐릭터로, 엉덩이 모양 얼굴을 하고 “미안하지만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라며 정중하게 수사를 하는 탐정이다. 7 대 3 가르마와 얼굴형이 비슷한 데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총장의 이미지와 묘하게 겹쳐 이같은 별명이 붙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찍부터 윤 전 총장을 “엉탐(엉덩이탐정의 줄임말)”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최근 자신을 닮은 만화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친근감을 강조하고 있다. 통상 대선주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묵직하고 진중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불어 온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에 발맞춰 대선주자들도 친근한 이미지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일부 주자들은 놀라운 ‘싱크로율(닮은 정도)’을 보이기도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 고길동. MBN '판도라'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와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 고길동. MBN '판도라' 캡처

여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내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 ‘고길동’을 닮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길동은 둘리 등 다른 등장인물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짠한 이미지의 캐릭터다. 이 지사는 2017년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잠옷 차림에 부스스한 머리모양이 고길동과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최근 당내 경쟁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는 모습에 이 별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8년에는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을 관람하고 직접 고길동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세균맨’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오래 전부터 밀고 있는 별칭이다. 만화 ‘호빵맨’의 악역 캐릭터인 세균맨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에서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정 전 총리의 웃는 모습이 만화 ‘뽀로로’ 캐릭터인 루피와도 닮았다는 설도 있다. 정 전 총리는 국회의장 시절 의장실에 세균맨과 루피 인형을 두고 명예보좌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화 '호빵맨'의 캐릭터 '세균맨'(왼쪽), '뽀로로'의 '루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인스타그램 캡처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화 '호빵맨'의 캐릭터 '세균맨'(왼쪽), '뽀로로'의 '루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인스타그램 캡처

캐릭터 닮은 꼴 대선주자의 원조 격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다. 홍 의원은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눈썹 문신을 진하게 한 모습이 스마트폰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 닮아 ‘홍그리버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둥지 속 알을 뺏긴 분노에 성난 표정으로 도둑을 찾아다니는 앵그리버드와 직설적 화법으로 상대를 쏘아붙이는 홍 의원의 화법이 닮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홍 의원이 문신을 합법화하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법안 발의에 동참하면서 다시금 그의 눈썹문신이 화제가 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2017년 5월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TV프로그램 'SNL 미운우리 프로듀스101'에서 홍 후보를 연기한 '레드준표' 개그맨 정이랑씨와 만남에 앞서 청년공약을 발표하고 평가 받는 시간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2017년 5월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TV프로그램 'SNL 미운우리 프로듀스101'에서 홍 후보를 연기한 '레드준표' 개그맨 정이랑씨와 만남에 앞서 청년공약을 발표하고 평가 받는 시간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별명 ‘내루미’를 이미 적극적으로 SNS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내루미는 만화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로, 혀를 낼름거리며 음식을 먹거나 적을 공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심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SNS에 혀를 내밀어 투표용지를 삼키는 내루미의 얼굴에 자신을 합성한 홍보영상을 올렸다. 당내 차기 주자로 꼽히는 이정미 전 의원도 앞서 ‘은하철도999’의 캐릭터 ‘철이’ 닮은꼴로 화제가 됐다.

식물에 자신을 빗댄 대선주자도 있다. 여권 대선주자인 최문순 강원지사는 자신의 고향 강원도를 상징하는 “토종감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앞서 도민들의 감자 판매를 돕기 위해 직접 트위터로 감자를 판매하며 ‘감자파는 도지사’ 별명을 얻었다. 최근엔 SNS에 배우 전지현이 출연한 영화인 ‘남친소(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패러디한 ‘감친소(내 감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포스터를 올렸다. 최 지사는 1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경쟁 후보 8명에게 각각 감자를 나눠주면서 작명을 하기도 했다. ‘미래감자’(이광재), ‘사이다감자’(이재명), ‘스마일감자’(정세균), ‘신사감자’(이낙연), ‘불량감자’(본인) 등이다.

지난해 3월 11일 최 지사가 강원도 감자 판매 홍보를 하며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3월 11일 최 지사가 강원도 감자 판매 홍보를 하며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정치권에선 “예전처럼 근엄한 이미지 대신 친근한 이미지를 보이는 것이 디지털 여론전이 중요해진 최근 선거 분위기에선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엉덩이탐정이든 앵그리버드든 유권자가 유쾌하게 느낄 수 있는 이미지라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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