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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세자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이승원 감독의 ‘세자매’는 제목 그대로 세 명의 자매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는 영화처럼 시작한다. 첫째 희숙(김선영)은 꽃집을 하며 반항적인 딸과 돈 뜯어가는 남편이 있다. 둘째 미연(문소리)는 중산층 주부로 성가대 지휘자다. 교수인 남편과 두 아이가 있다. 셋째 미옥(장윤주)은 술에 절어 사는 연극인이다. 애처가 남편과 고등학생 아들이 있다. 영화는 세 사람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이야기를 쌓아가는데, 이야기의 중심은 자매에서 점점 그들의 가족으로 확장된다. 암 환자인 희숙은 점점 엇나가는 딸이 걱정이다. 미연의 남편은 어린 성가대원과 바람을 피운다. 미옥은 새엄마 노릇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세자매’는 가족 시네마의 막장으로 치닫는다.

세자매

세자매

여기서 영화는 끝장을 보기로 작정한다.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고향으로 향하는 세 자매. 화면은 흑백으로 바뀌고 어린 시절이 펼쳐진다. 그러면서 세 자매의 인생이 망가지기 시작한 그 순간으로 다가가며, 드디어 원죄와도 같은 장면과 마주한다. 남동생 진섭을 안고 있는 희숙. 매 맞은 자국이 선연한 두 아이의 육체. 그들을 바라보는 미연의 시선. 이때 화면은 갑자기 컬러로 바뀌며 세 자매는, 아니 네 남매는 여전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을 폭력의 기원으로 바라보는 ‘세자매’. 이 영화는 기어이 아버지의 사과를 받아 내기 위해 대든다는 점에서 통렬하고 발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