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펑펑 울린 "춤 출까?"…21년전 약속 지킨 전신마비 아빠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23:17

업데이트 2021.07.04 16:02

미국의 한 결혼식 피로연장.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멀리서 걸어오는 아버지를 기다린다. 하반신에 보행 장치를 장착한 아버지는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발걸음을 옮긴다. 어렵게 신부 앞에 선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랑 춤 한 곡 출까?”

21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샘 슈미트(56)가 딸 사바나 보허(23)의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함께 춤 추고 있다. [틱톡 @Humankids 캡처]

21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샘 슈미트(56)가 딸 사바나 보허(23)의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함께 춤 추고 있다. [틱톡 @Humankids 캡처]

21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에서 혼자 걷는 기적을 만들었다. 꼭 두 다리로 서서 함께 춤추자던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피로연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주인공은 전 인디카(indycar) 카레이서 샘 슈미트(56). USA투데이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슈미트와 그의 딸 사바나 보허(23)가 전해 온 감동 사연을 소개했다.

교통 사고, 그리고 전신마비

20대 젊은 사업가였던 슈미트는 1995년 31세 늦은 나이로 카레이서에 입문했다. 이후 2년 만에 세계 3대 자동차 경주에 꼽히는 ‘인디 500’에서 이름을 알렸고, 1999년 모터 스피드웨이 경주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며 정상에 올랐다.

하반신에 보행 보조장치를 한 샘 슈미트(56)가 딸 보허(23)의 결혼식 피로연장으로 두 다리로 걸어서 들어오고 있다. 딸은 사고 21년 만에홀로 선 아버지를 보고 감격하고 있다. [샘 슈미트=틱톡 @Humankids 캡처]

하반신에 보행 보조장치를 한 샘 슈미트(56)가 딸 보허(23)의 결혼식 피로연장으로 두 다리로 걸어서 들어오고 있다. 딸은 사고 21년 만에홀로 선 아버지를 보고 감격하고 있다. [샘 슈미트=틱톡 @Humankids 캡처]

하지만 첫 우승은 그의 마지막 우승이 됐다. 2000년 1월 리그 개막전 테스트 주행 도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4분간 숨이 멎는 위기를 겪은 그는 5개월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다.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지만, 척추뼈 부상으로 목 아래가 마비됐다. 낙마로 전신 마비가 됐던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와 같은 상황이었다. 의사는 34세의 슈미트에게 6년 시한부를 선고했다.

“반드시 다시 걷는 날이 올 거라 믿었어요”  

사고 후 슈미트는 절망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 셸리아와 두 살배기 딸 보허, 생후 6개월 아들이 있기에 삶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카레이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곧바로 레이싱 팀 ‘샘 슈미트 모터스포츠’(현 슈미트 피터슨 모터스포츠)를 꾸려 동료들을 모아 훈련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미 IT기업 애로우테크놀러지(Arrow Technologies)와 협업해 머리 움직임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경주차 ‘시보레 콜벳 C7’를 개발했다. 덕분에 2014년 ‘인디 500’ 출발선 앞에 설 수 있었다.

슈미트가 딸의 손을 잡고 피로연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샘 슈미트=틱톡 @Humankids 캡처]

슈미트가 딸의 손을 잡고 피로연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샘 슈미트=틱톡 @Humankids 캡처]

그러나 끝까지 넘지 못한 산이 있었다. 바로 두 다리로 홀로서기였다. 온몸이 마비된 그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건 2019년 딸의 결혼 발표였다. 당시 슈미트는 “아빠, 함께 춤추자”고 조르던 딸의 어릴적 모습이 떠올랐고, 늦었지만 반드시 그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난 2년 재활에 집중했다. 전문 의료진과 재활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에 4~5일 하루 2시간씩 운동하고, 체중을 감량했다. 보행을 도와줄 외골격 보조 장치도 맞췄다. 비록 기계에 의지해야 했지만, 조금씩 힘이 생겼다. 결혼식 2개월을 앞둔 지난 4월 25일. 드디어 혼자 두 다리로 곧게 섰다. 사고 21년 만이었다.

슈미트는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미국 가요 '아빠, 함께 춤 춰요' 곡에 맞춰 춤을 췄다. [샘 슈미트=틱톡 @Humankids 캡처]

슈미트는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미국 가요 '아빠, 함께 춤 춰요' 곡에 맞춰 춤을 췄다. [샘 슈미트=틱톡 @Humankids 캡처]

결혼식 당일 보허는 두 다리로 걷는 아버지와 처음으로 마주했다. 슈미트의 깜짝 등장에 피로연장은 눈물과 환호, 웃음이 뒤섞였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슈미트는 딸과는 스페인 가요 ‘아빠 나와 함께 춤춰요’에, 아내와는 ‘스탠 바이 미’에 맞춰 춤을 췄다. 보허는 “어린 시절, 다른 친구들처럼 아빠와 손을 잡고, 아빠의 눈을 올려다보며 춤 추는 게 꿈이었다”며 “늘 아빠가 걷는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오늘 난 두 살배기 딸 보허로, 아빠는 34세 젊은 슈미트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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