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사이드]대만 두고 겨루는 미중 대결의 불똥, 한반도에 튄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15:12

지난해 2월 중국의 H-6 전폭기가 대만에 접근해오자 대만 F-16 전투기가 바짝 다가가 경계비행하는 모습을 대만 정부가 공개했다. 지난해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일국양제'를 거부한다고 발언한 이후 양얀관계는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악화됐으나 중국-대만 간 무역은 도리어 늘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중국의 H-6 전폭기가 대만에 접근해오자 대만 F-16 전투기가 바짝 다가가 경계비행하는 모습을 대만 정부가 공개했다. 지난해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일국양제'를 거부한다고 발언한 이후 양얀관계는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악화됐으나 중국-대만 간 무역은 도리어 늘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이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안보환경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에서 바이든 정부는 국가안보 비전과 정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동맹과 다자안보 중시를 제시하며 위협의 대상을 중국을 명시하였다.

3월 16일 한미 및 미일 외교+국방장관회담(2+2)을 비롯해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 6월 11일 G-7 정상회의, 14일에는 NATO 정상회담이 연이어 이루어졌다. 이제 미중 전략적 경쟁의 심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대만문제’ 가장 첨예한 갈등 주목

“중국의 완전한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며, 대만 독립은 막다른 길로 전쟁을 의미한다.” 지난 6월 24일 중국 런궈창(任國强)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접근을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에게 한 경고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3월 「대만법」을 제정하고 최신형 F-16 전투기(80억 달러) 등 첨단무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6일 미 상원의원 3명이 군 수송기편으로 대만을 방문하고 지대함 하푼 미사일을 대거 수출하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 중국은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이므로, 미국과 대만 간 어떤 형식의 공식 왕래와 군사적 연계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만군대 중앙포토

대만군대 중앙포토

대만 국방부는 지난달 15일 총 28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어왔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만 국방부가 작년 중국 군용기의 접근 상황을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이다.

홍콩의 ‘중국 양안아카데미’ 발표에 의하면 현재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위험 지수가 1950년대 초반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 세력이 대만으로 패퇴했을 때의 위험 지수보다 높다고 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무력에 의한 대만 통일론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공언한다.

중국 해경법 시행과 일본 센카쿠열도 영토분쟁

한편 미중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영토분쟁 양상이 남중국해와 센카쿠 열도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로 표출되고 있다. 이미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적극적 해양 진출은 동아시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중국은 지난 2월부터 일방적으로 해경법 시행을 선포했다.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해역을 침범한 외국 선박에 대해 무기사용을 포함한 모든 조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일면 당연한 조치로 보일지도 모른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등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가시화 했다. 바이든, 존슨 영국 총리,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부터) 사진 연합뉴스

바이든 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등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가시화 했다. 바이든, 존슨 영국 총리,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부터)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중국의 관할 해역에 대한 유관국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어선 등에 대한 중국 해경의 무기 사용 허용은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을 의미하게 된다. 즉 분쟁 해역에서 중국의 해경법 시행은 다음과 같이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의 수단으로 해석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 일방적 현상변경의 기정사실화이다.

중국은 해경법을 이용하여 분쟁 해역이나 도서에서 중국의 국내법이 적용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해당 지역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이다. 이미 센카쿠 열도는 물론 필리핀과 베트남과의 도서분쟁이 있었지만, 이를 중국의 해경법을 통해 일방적인 합법화를 주장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2018년 해경을 무경 예하로 재편하여 해군 작전부대로서 역할을 부여하고, 금번 해경법을 통해 해경의 조직체계와 법적인 면에서 무장력으로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전과 향후 영토분쟁은 성격이 다르며, 이를 토대로 영토 주권의 기정사실화를 위한 보다 공세적 행동이 증가될 것이다.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인사 나누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 사진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캡처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인사 나누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 사진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캡처

둘째, 해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다른 영역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특히 역내 국가가 미국의 대중 전략에 협조하는 것을 방지 또는 제재하기 위해 해경을 통해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바이든 정부가 쿼드(QUAD)를 중심으로 대중 견제를 구체화하면서 중국은 참가국에 대한 제재를 경고하고 있다. 향후에는 해경을 통해 군사적 압박을 시도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압박을 배제하기 위해동중국해 센카쿠를 둘러싼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중국 해경은 사실상 해군의 지위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필요시 언제든지 분쟁 해결에 있어 무력행사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현재 일중 센카쿠열도 분쟁이 외교적 대화와 협상보다 군사적 대립이 심화되고 있음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 중국 해경선의 접속수역 항행은 2019년에 282회, 2020년 333일로서 최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금년 들어 이미 130일 이상 연속되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해경선의 규모도 2012년에는 1000톤 이상이 40척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131척으로 대형화가 진전되었으며, 2015년부터는 기관총이 탑재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역내 패권경쟁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센카쿠열도 시정권 훼손’ 및 ‘동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변경’,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인 해상활동’에 반대함을 명시한 데 이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과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명기하였다.

특히 대만이 명시된 것은 최근 중국의 무력에 의한 대만통일 위협이 1995년 3차 대만해협 위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해경법은 미국의 개입 여지를 주지않는 회색지대 전략의 직접적인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해경국 선박의 동선 배후에 중국 해군의 전투대비태세가 연계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베트남, 필리핀 등도 이에 반발하면서 역내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해경법 시행은 소리 없는 전운으로서 잔잔한 역내 바다에 쓰나미처럼 거센 풍랑을 예고하고 있다.

2017년 2월 중국 항모전단이 훈련하고 있다. 사진 AFP

2017년 2월 중국 항모전단이 훈련하고 있다. 사진 AFP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중국과 해역을 접하고 있으며, 매년 불법 어선 단속을 둘러싼 해경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어도 해역을 둘러싼 갈등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해양법 문제는 특정국가의 문제를 넘어서 역내 안정을 손상하는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

지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한 국내외 반향이 뜨거웠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문제를 두고 불장난하지 말라”고 강력 경고하면서도 한국이 아닌 ‘관련국들’로 표현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펑파이뉴스(澎湃新聞) 등은 금번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해제에 따라 향후 남중국해와 대만이 한국의 미사일 사정권 내에 들어간다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미중경쟁의 핵심인 반도체와 관련 미국이 한국과 대만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대만이 뜨거운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대만 해협 위기는 지난 해 미국, 이란 갈등 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해상교통로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정작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과 2일 취임을 앞두고 열린 폴 라케머러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청문회를 통해 국가안보우선순위에 입각한 세계 미군 재배치를 언급했다. 여기에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표현되는 주한미군의 운용에 대한 변화 가능성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한미 방위조약을 위해 이를 부정해왔다. 여기에도 대만 문제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요소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중국과 70년 혈맹관계이자 일대일로의 전략적 요충이다. 만일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을 때 중국은 북한을 활용하여 미국의 전력을 분산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반대로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인한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에 국한되지 않고 지난 2006년부터 대만 해협이 일본의 안보에 중요하다며,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강조한 이유이다. 대만해협 위기는 한반도 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전략분산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한반도 위기가 인위적으로 조성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숙고해보면 숨은 코드가 보인다. 그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안보의 기축으로 하고 있으며, 대만과 한반도, 일본 열도는 역내 안정을 유지해나가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에 집중하기 위해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은 평소 긴밀한 전략적 의사소통은 물론 우발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공동훈련이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수색 및 구조훈련 뿐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추적에 이르는 다양한 훈련이 이루어져야한다. 한미일 3국이 순환하며 그 장소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헬기 모함인 이즈모함.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운용하는 경항모로 개보하고 있다. 올해 안에 1차 개조가 완료될 예정이다. 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일본 해상자위대의 헬기 모함인 이즈모함.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운용하는 경항모로 개보하고 있다. 올해 안에 1차 개조가 완료될 예정이다. 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해공역에서의 사고 및 충돌 방지를 위한 한중일 협정체결을 추진하는 것이다. 해경법은 해상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 작전은 공역을 반드시 포함하게 된다. 2013년 일중 레이더 조사와 2018년 한일 12월 초계기 문제가 발생했으며,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동해상에서 통합훈련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2013년 이어도를 둘러싸고 한중 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이후 중국군용기의 무단진입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서해상에서도 중국 불법어선과의 충돌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향후 해양자원 등을 둘러싼 영유권 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것이다. 직통전화(Hot-Line) 개설 등 현재까지 구축한 양자간 신뢰기반을 토대로 한중일 사고방지 협정체결이 시급하다. 필요시 러시아도 포함할 수 있다.

또한 중국에 빌미를 주지않도록 대응 가이드라인과 현장 대처능력이 새롭게 검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법에 기초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특정국가의 국내법이 국제법을 우선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10월에 해자대에 해상작전센터를 신설하고, 해양 관련 다양한 정보를 함정, 항공기 등으로부터 수집하는 MDA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일 공동작전태세는 물론 시나리오별 훈련을 통해 해상보안청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

또한,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시 행동기준’(CUES)을 만들어 국제적 대처를 추진하고 있다. 현장 대처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경과 해군의 협력을 비롯한 민관군 통합훈련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관련법규 정비도 필요하다.

“자유에는 공짜가 없다” 세계 안보지형의 지각변동에 의한 파고가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다. 한국은 이제 G-10으로 거론되는 중견국으로서 두려움보다는 도전적이며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전략적 선택은 국민적 공감이 기반이 될 때 실질적 영향력으로 나타난다. 전략적 모호성의 그림자보다는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처해 나가는 결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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