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비서관’에도 사과 없는 文…유일한 인사 사과는 조국뿐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13:00

업데이트 2021.07.03 14:13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지난달 27일 사퇴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이철희 정무수석이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더 방점을 두는 게 좋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라디오 방송에서 전했을 뿐이다. 그 전언도 참모진에게 한 당부였는데, 김 전 비서관을 임명한 건 참모가 아닌 문 대통령이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지난달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는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연합뉴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지난달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는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방점을 두자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다른 후보들보다 인사 과정의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다만 애초 제시한 국민 눈높이의 기준이 정부 출범 후 번번이 깨지면서 그 기준이 점차 낮아졌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고위공직자 원천 배제의 5대 원칙(위장 전입·논문 표절·탈세·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을 제시했다. “제가 역대 정부에서 가장 인사검증을 깐깐하게 했다는 민정수석 출신”이라며 인사에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5대 인사 원칙이 무너진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중앙포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5대 인사 원칙이 무너진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정부 출범 채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청와대는 5대 원칙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2017년 5월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의 현실적인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 전입 의혹이 불거져서다. 이후에도 인사 논란은 계속됐다. 현재까지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야당 동의 없이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31명이다. 역대 최고다.

문 대통령은 인사 논란에 대해선 사과가 인색한 편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잇따른 장관 후보 부적격 논란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저는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인사 관련 사과를 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이후가 유일하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인사 문제에 대한 질문에 “여러 번에 걸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 굉장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 전 장관 임명으로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국민을 분열시킨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인사 이슈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12월 법원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복귀 결정에 대해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한 적도 있다.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대선 예비 후보들이 행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후보. 뉴스1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대선 예비 후보들이 행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후보. 뉴스1

하지만 김기표 전 비서관 사퇴를 계기로 여당에서도 청와대 인사 검증의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참석한 ‘국민면접 프레스데이’에서 박용진 후보는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과 관련한 여러 논의가 있는데, 대통령이 판단하고 청와대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이런 불신을 만들게 됐다면 참모로서 일정하게 책임지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는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인사 검증의) 제도적 보강이 시급하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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