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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80% 기준은 아직도 ‘깜깜이’, 맞벌이·1인가구는 역차별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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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재난지원금 기준 혼선

정부가 소득 하위 80% 가구에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선별 기준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정확한 기준선을 제시하지 않아 당분간 ‘나는 받을 수 있나’라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건강보험료 체계를 활용해 가구 소득 하위 80%를 추리겠다는 계획이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건보료만 가지고 시뮬레이션한 바로는 직장 가입자 4인 가구 기준으로 (연 소득) 1억원 이상이 80% 선이 되는 것으로 일단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컷오프’ 기준은 아직도 깜깜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발족한 태스크포스(TF)에서 6월분 건보료와 주민등록 정보로 시뮬레이션해야 정확한 수치를 알 것 같다”며 “컷오프 기준은 7월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현재까지의 기재부 설명대로라면 소득 하위 80% 컷오프는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의 180~190%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월 소득 기준으로 ▶1인 가구 329만~347만원 ▶2인 가구 555만~586만원 ▶3인 가구 717만~756만원 ▶4인 가구 877만~926만원 ▶5인 가구 1036만~1093만원 ▶6인 가구 1193만~1259만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2320만 가구 중에서 대략 1850만 가구 정도가 지원금을 받을 전망이다.

소득 몇백원 차이로 못 받을 수도 

하지만 벌써 대상에서 제외됐을 때의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 상위 20%의 경계 선상에서는 소득 몇백원 차이로 국민지원금을 못 받는 가구가 나올 수 있어서다. 4인 가구라면 100만원의 지원금을 못 받는 셈이다. 여당에서조차 "소득 하위 80%와 81%의 차이를 반영하기가 어렵다"(이재명 경기도지사), "80%를 기준으로 무 자르듯 주고 안 주고를 구별한 재난지원금은 분명 문제가 있다"(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반대 의견이 나온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가 불리하다는 점도 문제다. 예컨대 지금 거론되는 기준으로는 자녀 한명을 두고 각자 연봉 4600만원을 버는 맞벌이 부부는 이번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자산이 적은 맞벌이 부부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1인 가구에는 빈곤 노인이나 저소득 청년 가구가 많아 지급 기준인 중위소득이 낮다. 혼자 사는 대기업 신입 사원은 지급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건보료는 일부 소상공인(지역가입자)의 정확한 소득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에 일정 보험료율을 곱해 보험료를 단순 산출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이와 달리 소득뿐 아니라 집ㆍ자동차 등 자산까지 포함해 산출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실제 소득은 80% 이하에 해당하는데, 건보료 체계상 소득 80% 초과 가구로 잡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재산 적어도 소득 많으면 못 받아  

이밖에 소득은 높지만, 재산은 적은 가구는 지원금을 못 받고, 역으로 재산은 많은데 소득은 적은 가구가 지원금을 받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월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전세살이 직장인은 받지 못하는 재난지원금을 고가 주택을 임대하는 자산가들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고 재난지원금 지급도 5차에 접어드는데 여전히 직장ㆍ지역가입자 간 차이 등 논란이 있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끊어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방식으로 지급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득이나 영업이익 감소 폭 등 피해액에 비례한 상세ㆍ차등 지급 기준을 만들어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80%에게 지원금을 주기 때문에 이미 선별 지원이라는 취지 자체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피해가 큰 하위 계층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이기에 ‘선별’이라고 볼 수 없다”며 “특히 하반기에는 ‘보복 소비’에 인플레이션 걱정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이후 한 번이라도 집합금지를 받은 유흥업종 등 20만명, 집합제한 조치를 받은 음식점 등 76만명, 여행업 등 경영위기업종 17만명의 소상공인은 최대 900만원의 피해지원금을 받는다.

최대 지급액 900만원은 4차 재난지원금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때보다 400만원 많다. 지원 유형도 4차 때인 7개보다 더 많은 24개다. 방역 수준(집합금지ㆍ영업제한ㆍ경영위기업종), 방역 조치 기간(장기ㆍ단기), 규모(연 매출 4억원ㆍ2억원ㆍ8천만원), 업종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 장ㆍ단기 방역 조치 기간을 나누는 기준은 향후 사업 공고 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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