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울 정도로 재미있고 역동적인 공연이었다.”
“이번 시즌 AGT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무대였다.”
“K-Pop은 익히 알고 있는데 K-댄스까지 등장했다.”
미국 NBC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 2021’(AGT·아갓탤) 심사위원들은 한국 댄스그룹 ‘독특크루’의 무대를 보고 극찬을 쏟아냈다. 심사위원 4명은 만장일치로 독특크루의 ‘생방송 라인업’(8강) 진출을 확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4월 녹화된 이 방송은 지난달 30일 오전(한국시간) 전파를 탔다. 아갓탤 측이 방영을 이틀 앞두고 유튜브를 통해 내보낸 예고편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00만을 훌쩍 넘겼다. 2일 오후 기준 160여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독특크루는 어떻게 세계인이 선망하는 아갓탤에 출연하게 됐을까. 리더 이재욱(25)씨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팀이 올해 세계 대회에 나갔을 때 만화 ‘드래곤볼’에서 영감을 얻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이 안무를 본 아갓탤 관계자가 오디션을 보라고 연락이 왔다”며 아갓탤 출연 계기에 관해 얘기했다.
독특크루는 대전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춤꾼들이 6년 전 꾸린 팀이다. 고등학생부터 20대 후반까지의 선후배들로 구성돼 있다. 멤버는 총 9명이지만 현재 1명이 군에 입대해 8명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World Of Dance(월드 오브 댄스)에 출전해 3위를 기록했으며 최고의 안무상도 거머쥐었다.
이 팀은 아갓탤 무대에서 퓨전 한복을 입고 블랙핑크의 노래 ‘Kill This Love’(킬 디스 러브)에 맞춰 ‘칼군무’를 췄다. 이씨는 “아갓탤 측에서 퓨전 한복과 K-Pop 등 한국적 요소를 더해주길 원했다”며 “BTS(방탄소년단)와 같은 K-Pop 그룹이 미국에서 인기가 많지 않나. 현지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양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데 이런 관심을 더 끌어올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무는 한국 특유의 단결력, 절도, 빡셈 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힘든 시기를 거쳐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의 상징적 모습을 안무에 녹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이 영어로 자연스럽게 인터뷰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6년 전 팀을 만들 때부터 대전에 기반을 두면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무대를 누비자고 다짐했다”며 “퍼포먼스만큼 의사 전달을 잘하는 것도 중요한데 영어를 잘하는 멤버들이 있어 좋은 작용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독특크루는 ‘제2의 BTS’를 꿈꾸고 있다. 이씨는 “댄서하면 가수들 뒤에 있는 비주류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안무팀에서 그치는 게 아닌 팀의 브랜드화·연예인화를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아갓탤에선 독특크루뿐 아니라 ‘한국의 태권도’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WT) 시범단이 활약하면서다. 22명으로 구성된 WT 시범단에는 미국인 단원 6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3분 30초 무대를 본 심사위원들은 “이런 공연은 평생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이 프로그램 진행자는 “용기, 자신감, 상호존중을 느꼈다”며 준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골든 버저’를 누르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현지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는 데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노래와 춤 등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종합 예술로 승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독특크루와 태권도 시범단 모두 절도 있으면서도 다이내믹한 공연을 선보였다”며 “이는 요즘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K-Pop 아이돌의 군무를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 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형상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게 특징”이라며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부채춤, 마당놀이, 강강술래 등에서도 단체 퍼포먼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내재한 문화 유전자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