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동서로 나뉜 충청도…왜 충청동도 아닌 충청북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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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95) 

귀촌여지도③ 충청북도 편

충청도를 나눌 때 다른 도와 마찬가지로 충청북도와 충청남도로 나눈다. 관행처럼 남과 북으로 나누지만, 지도를 보면 헷갈린다. 충청동도와 서도로 나누어야 합당할 듯 싶다. 충청도는 동쪽 내륙과 서쪽 해안으로 나누어져 있고 남북이 아닌 동과 서로 수직 형태로 나누어져 있다. 아마도 남도와 북도로 나누는 것이 입에 붙어서 그리 나눈 것 같다. 어쨌든 충청북도를 충청동도로 부르라면 참 어색할 것이다.

충청북도는 바다가 없는 지역이다. 대신 충주호와 대청호가 바다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산악과 평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충청도가 충주와 청주를 따와 만든 말인데 충주와 청주는 모두 충청북도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예전에는 물산이 풍부하고 교통이 발달한 지역이었겠다. 지금도 충북은 시군마다 특색이 있고 특산물이 있고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조용하지만 튼튼한 숨은 강자라는 느낌이 든다.

충청북도에서 처음 소개할 지역은 제천이다. 제천은 물의 도시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인 ‘의림지’가 있고, 댐을 막아 만든 호수인 ‘청풍호반’이 있다. ‘청풍호반’이라는 멋진 이름은 충주호를 부를 때 제천시 청풍면에 인접한 호수 지역에만 쓰는 이름이다. 단양, 제천, 충주에 걸쳐 넓게 만들어진 충주호는 충주댐을 조성하며 생긴 인공 호수다.

물과 연관이 깊은 제천. 좋은 물을 찾아 제천까지 가서 수제 맥주를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다.[사진 pxfuel]

물과 연관이 깊은 제천. 좋은 물을 찾아 제천까지 가서 수제 맥주를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다.[사진 pxfuel]

제천에서 물을 가지고 귀농한 이를 만나본 적이 있다. 스스로를 ‘물장사’를 한다고 소개하기에 뭘까 하며 궁금해했는데 수제 맥주를 만든단다. ‘솔티 맥주’라고 브랜드를 짓고 맥주를 만드는 사장은 젊은 시절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IT 분야 엔지니어로 파견을 나가 일하면서 오래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취미로 맥주 만드는 것을 배웠단다. 독일과 벨기에를 오가며 맥주 가공을 배웠으니 본토 맥주를 배운 것이다. 그리고 귀국해 맥주 브루어리를 만들었다. 취미가 제2의 인생을 연 것이다.

좋은 물을 찾아 제천까지 왔다고 하니 제천은 물과 연관이 있나 보다. 맥주 재료인 홉을 직접 재배하고 주변 농가에 계약 재배를 하며 쓰고 있다. 수제 맥주가 최근에 규제가 풀리고 인식이 좋아져 많이 팔리고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수제 맥주 제조사가 영세하다. 귀농하여 전통주를 만드는 이는 제법 많은데 맥주를 만드는 이는 많지 않지만 점차 늘고 있다. 솔티맥주는 위탁 생산도 하고 있다. 도수가 제법 높은 맥주도 있고, 라벨마다 스토리가 있어 마시는 즐거움이 크다. 맥주 농장은 만날 때마다 여러모로 즐겁다.

제천은 귀농·귀촌인을 위한 ‘신규농업인 기초영농기술교육’을 열고 있고 귀농귀촌인 네트워크 활성화 지원 차원에서 귀농·귀촌인 조직 중 7개를 선정해 200만원씩 지원해 주고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체류형 농업 창업 지원센터’가 제천에도 있다.

제천의 남쪽에 있는 단양은 충주호와 소백산을 가지고 있다. 수려한 산세와 물길에 단양 8경이라는 아름다운 자원을 가지고 있다. 오지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단양 느껴보기’라는 2박 3일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귀농귀촌 전입자들간의 화합과 융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지역주민과 귀농귀촌인 한마음 축제’를 열고 있다. 청년 귀농귀촌인을 위하여 ‘출산 축하후원금’과 ‘출산 장려금’, ‘출산 양육 지원금’, ‘다자녀 가구 전입장려금’, ‘충북행복결혼 공제사업’, ‘청년부부 정착장려금’, ‘청년창업공간조성 지원’ 등의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작지만 알토란 같은 지원이니 젊은 세대는 눈여겨 볼만하다.

제천의 남쪽에 있는 단양은 충주호와 소백산을 가지고 있다. 수려한 산세와 물길에 '단양 8경'이라는 아름다운 자원을 가지고 있다. [사진 pixabay]

제천의 남쪽에 있는 단양은 충주호와 소백산을 가지고 있다. 수려한 산세와 물길에 '단양 8경'이라는 아름다운 자원을 가지고 있다. [사진 pixabay]

단양은 지난 8년간 특산물 육성을 위해 ‘아로니아 사업’을 벌였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부터다. 단양을 아로니아 특구로 조성해 농가 소득을 올리자는 계획으로 아로니아를 심는 농가를 지원하고 귀농 보조금도 지급하였다. 인기가 좋았다. 많은 농가가 아로니아로 갈아탔다. 그러나 정작 아로니아 열매가 제대로 열리는 2017년이 되기도 전에 아로니아 가격은 2015년부터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입 아로니아 가공 상품이 밀려 들어온 것이다. 농가는 폐업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아로니아는 FTA 피해 대상에 제외되었다. 국산 아로니아 원물과 수입 아로니아 상품은 대체 관계에 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2019년 농민들은 아로니아를 FTA 피해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농식품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을 냈다. 지금도 대법원에서 다투는 중이다. 2013년에 황제 열매로까지 소개된 아로니아는 지금은 애물단지이다. 그때 아로니아가 좋다고 열심히 홍보하던 사람은 어디 갔을까. 혹시 그동안 뒤로는 아로니아를 수입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농가도 있다.

그래도 단양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있다. 가곡면 대대리에 가면 ‘하일 한드미 마을’이라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속에서 피서를 즐길 수 있다. 겨울에는 이 마을의 절임 배추가 일품이다.

충청북도의 또 하나의 큰물인 ‘대청호’는 대전과 옥천, 청주, 보은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충북에 해당하는 옥천, 청주, 보은은 논농사와 밭농사가 잘 되는데 대청호 주변에는 전원주택이 잘 조성되어 있다. 호수로 조성된 지역의 풍광은 아침과 낮, 그리고 저녁의 모습이 다 달라 노후를 보내기에 좋다고 지역에 소문난 탓이다.

대청호 상류에 위치한 옥천. 시인 정지용의 글처럼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빼기 황소가 울음을 우는' 곳이다. 사진은 청풍정에서 바라본 대청호 풍경. [사진 옥천군]

대청호 상류에 위치한 옥천. 시인 정지용의 글처럼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빼기 황소가 울음을 우는' 곳이다. 사진은 청풍정에서 바라본 대청호 풍경. [사진 옥천군]

옥천은 대청호 상류에 위치해 있다. ‘향수’를 쓴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다. 정지용의 글처럼 옥천은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빼기 황소가 울음을 우는’ 곳이다. 정지용 생가에는 박물관이 있고 주변에 예쁜 카페와 밥집이 많이 생겼다. 사람들이 많이 온다. 읍내에 가면 ‘풍미당’이라는 분식집이 있는데 물쫄면이라는 것을 판다. 우동과 쫄면의 조합인데 궁금하면 맛을 보시라. 나는 해장하러 그 집에 간다. 여고생부터 할머니들까지 분식집에 앉아 있다. 옥천은 대전과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대전 사람들이 많이 귀농·귀촌해 와 있다. 귀농·귀촌 프로그램으로 ‘농기계 구입 지원’, ‘주택 수리비 지원’. ‘농지구입 취득세 감면’, ‘귀농인 시설 하우스 신축 지원’ 등의 지원이 있다.

옥천의 ‘라온뜰’ 농장은 대전에서 학원을 경영하다가 정리하고 옥천으로 귀농한 부부가 운영하는 천연염색 체험 농장이자 아로니아 재배 농장이다. 부인은 취미이자 장기인 천연염색으로 지역 주부에게 사랑받는 체험 선생님이 되었고 꼼꼼한 남편은 자기 지인들에게만 팔 수 있는 양만큼 아로니아를 재배하여 직거래로 완판하고 있다. 수입은 입시 학원 시절의 10분의 1이지만 밤이 아닌 낮에 일하며 햇빛을 즐길 수 있는 삶에 너무나 만족하고 살고 있다. 수학 선생님이었던 아내가 염색하며 색깔을 내며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고 웃는 남편의 미소를 보면 부러움마저 든다.

옥천의 남쪽인 영동은 포도로 유명한 곳이다. 포도 농가마다 개성 있는 포도를 생산하고 와인도 만든다. 영동 포도 브랜드인 ‘시나브로’는 내가 명절 때 꼭 챙기는 품목 중 하나다. 올해 영동군은 도시민 농촌유치 지원 사업비로 3억 4000만원 투입해 귀농·귀촌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귀농·귀촌인을 위해 제빵 제과 과정, 커피 바리스타 과정 등의 다양한 교육을 하고 도시민 농촌유치 행사 지원, 귀농·귀촌인 단체 육성, 귀농·귀촌 멘토의 집 운영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점점 더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느낌이다.

포도가 그동안 특산물이자 지역을 지탱하는 효자였는데 사람들이 선호하는 포도 품종의 변화가 있어서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다. 포도를 심어 생산하기까지 5년에서 7년 정도가 걸리는데 입맛이 자꾸 변하니 난감한 것이다. 그래도 영동 포도는 유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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