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초통령’ 마인크래프트, 한국서만 19금?…‘셧다운제’ 또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09:01

글로벌 '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는 '19금(禁) 게임'이 되게 생겼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PC 게임 사용을 금지하는 '게임 셧다운제' 때문이다. 10년간 이어진 셧다운제 실효성 논란에 마인크래프트가 기름을 부은 모양새. 그 배경을 살펴봤다.

PC 버전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19금 게임'이 될 위험에 처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PC 버전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19금 게임'이 될 위험에 처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무슨 일이야

세계 누적 판매량 2억건, 월 1회 이상 이용자 1억 2600만명. 글로벌 인기 게임이자 교육용으로 통하는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성인용 게임'이 될 예정이다. 마인크래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014년 이 게임 개발사인 '모장 스튜디오'를 25억 달러(약 2조8400억원)에 인수해 MS 자산이 됐다.

· MS는 올해 초부터 모장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MS 계정으로 통합하기 시작했다. 이 게임의 최초 데스크톱 버전(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MS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 중인 한국에서는 "만 19세 이상만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쓸 수 있다"고 공지했다. 특정 연령대만 골라 특정 시간대에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따로 구축할 수 없으니, 한국에서는 성인만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성인용 게임'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 최악의 경우, 만 18세 미만 국내 소비자는 이미 구입한 이 게임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미성년 게이머의 권리가 침해될 우려도 나온다. 다만, 모바일·콘솔 마인크래프트 이용자에겐 영향이 없다.

마인크래프트 게임으로 구현된 청와대 맵. 유튜브 캡처

마인크래프트 게임으로 구현된 청와대 맵. 유튜브 캡처

용어사전게임 셧다운제
게임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선택적 셧다운제 두 종류로 나뉜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이용을 전면 제한하는 법(청소년보호법 제26조1항), 선택적 셧다운제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는 시간대엔 인터넷 게임 제공을 막는 법(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제12조의3). 문제가 되는 법안은 대부분 강제적 셧다운제.

셧다운 못하는 셧다운제 

강제적 셧다운제가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란 지적이 나온 지는 오래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건강 보호를 이유로 도입했지만 지난 10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셧다운제는 한국에서 하는 PC게임에만 적용된다. 모바일·태블릿서 하는 게임은 자정 이후에 미성년자가 게임을 해도 셧다운(중단)되지 않는다. 게임 시장의 축이 모바일·클라우드 중심으로 이동한 마당에 PC게임만 틀어막은 꼴.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게임 이용자(중복응답) 중 91%가 모바일 사용자였다. PC게임은 59.1%에 그친다. 청소년이 부모 명의로 게임을 하거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해외에서 게임에 접속한 것처럼 설정해도 셧다운제를 피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성장기 청소년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던 도입 취지에 비해 효과도 미미하다. 2019년 국회 4차산업특위 연구에 따르면 셧다운제로 늘어난 청소년 수면시간은 1분 30초에 그쳤다.

초등생은 못 하는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레고'로 불리는 글로벌 인기 게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교육용으로 활용한다. 코딩·디자인 등 개발의 기초를 게임하며 배울 수 있기 때문. 최근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콘텐트 플랫폼으로 광을 받고 있다. 유명 유튜버 도티 등 마인크래프트로 성장한 콘텐트 크리에이터들도 여럿. '마인크래프트 19금 사태'를 초래한 셧다운제에 IT·게임업계 분위기는 비판적.

 2018년 전북 완주 봉서초 5학년 학생들이 마인크래프트로 꾸며본 고인돌 모습. 사진 엄태건 교사

2018년 전북 완주 봉서초 5학년 학생들이 마인크래프트로 꾸며본 고인돌 모습. 사진 엄태건 교사

· 소프트웨어 산업의 잠재력과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아는 IT업계에선 냉소와 비판이 쏟아졌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전 세계 언어(영어)로 '한국인은 19세 이상만 게임하라'는 문구가 마인크래프트에 박히다니 충격적이고 부끄럽다"며 "(마인크래프트는) 메타버스와 프로그래밍을 결합한 수업"이라며 셧다운제를 비판했다. '원클릭 채팅'(세이클럽 전신), 카메라 앱 'B612' 등을 개발했던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는 "K-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는 게 이슈가 됐더니, 게임을 못 하게 하는 K-해결책이 나왔다"고 냉소했다.

· 게이머들도 반발 중이다.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 외 9개 이용자 단체는 2일 "마인크래프트는 건축·디자인·프로그래밍·기획·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창작자가 활동하는 교육적인 게임이고, 미성년 게이머는 커뮤니티를 견인하는 주역"이라며 "한국 시장의 갈라파고스화만 초래하는 행정 편의적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여성가족부는?

"MS의 경영 정책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책임 있는 게임사라면, 자사 정책이 변경될 경우 국가별 제도에 맞춰 이용자 보호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금

여야 모두 '셧다운제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E스포츠 롤파크 경기장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E스포츠 롤파크 경기장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후보는 지난달 30일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과의 간담회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자 최다 우승국"이라며 "정부가 청소년 셧다운제 폐지를 검토했으면 한다"고 썼다.

· 전용기 의원(민주당)과 강훈식 의원(민주당)은 지난달 말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전 의원은 "셧다운제는 부모 개인정보 도용, 홍콩·미국 등 제3국을 통한 콘텐트 다운 등 '사이버 망명'의 성행으로 실효성이 없다"며 전면 폐지를, 강 의원은 부모 동의 하의 조건부 폐지를 내걸었다.

· 허은아 의원(국민의힘)도 류호정 의원(정의당)과 함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 허 의원은 "게임 시간은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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